[일사일언] 극장은 왜 어두울까

도시에는 극장이 있다. 도시에는 집이 있고, 도로가 있고, 공원이 있고, 가게들이 있고, 교회와 성당이 있고, 또 극장이 있다. 극장이 도시에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그럼 연극이 이 문명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좀 더 분명해지게 된다. 극장은 보통 지하에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까만 어둠을 만들어내기 좋기 때문이다. 극장은 도시의 지하 깊은 터널을 관통하는 정거장이다. 그 지하에는 어둠이 있고, 그 어둠은 우리의 그림자다. 인간이 자신의 형상을 빛으로 이해하는 만큼, 자신의 형상을 그림자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의 어둠은 상상의 자리인 셈이다.

어느 날, 뒷산을 오르는데 한 사람이 다가왔다. 그 사람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자기를 좀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어두운 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아주 깜깜한 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대명천지 이 밝은 태양 아래에서 어디 어두운 곳이 있겠는가. 나는 문득, 지하에 있는 작은 극장을 떠올렸다. 그곳은 불을 끄면 빛 한 점 자국 없이 사라지는 암흑의 공간이다. 나는 그 사람을 거기로 데려 갔다. 그 사람은 그곳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녔다. 그는 자기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그의 땀방울들은 극장 여기저기 떨어져 차갑게 식었고 작은 돌멩이가 되었다. 그러고는 떠났다. 그는 ‘달 아저씨’였다. 아저씨가 그 깜깜한 곳에서 어떤 길을 찾아 하늘로, 까만 밤 하늘로 돌아갔는지는 모르지만, 나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이들은 불 켜진 극장 여기저기에서 작은 돌멩이들을 발견했다.

아이들은 극장에서 ‘달땀' 아저씨가 돌아다닌 발자국들을 찾아냈다. 아이들은 달땀 아저씨가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불을 끄고 없는 척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깜깜해지니 무섭다는 아이도 있어 작은 손전등을 켰다. 아이들은 달 아저씨의 돌멩이를 쥐고는 킁킁거리며 땀 냄새가 난다고 했다.

아이들과 놀아보자고 지어낸 이야기였는데, 이제 달땀 아저씨는 냄새와 발자국으로 극장 여기저기 강렬하게 현존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극장의 어둠은 상상의 자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