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국자들 "일본, 일본"..새 대북정책 설명에 일본 안 빠진다

하윤해 2021. 1. 2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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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북핵 문제 ‘새로운 전략’ 공언
최고위 당국자 4명, 벌써부터 일본 역할 강조
‘한·미·일’ 3각 공조 강화…중국 견제 포석도
“한·일, 힘 합쳐야”…협력 소극적일 경우 압력 우려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에 열렸던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블링컨 지명자는 북핵 해법 마련 과정에서 한국은 물론 일본과도 긴밀히 상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AP뉴시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전략(new strategy)을 채택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기존의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미 정상 간의 직접 담판에 의존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을 사실상 폐기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전략’ 마련에 고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변화가 감지된다. 일본을 중시하는 스탠스가 바로 그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추구했기 때문에 일본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최고위 당국자들은 새로운 대북 정책을 설명하면서 일본을 빼놓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5일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대북 정책에서 일본을 언급한 최고위 당국자들은 벌써 4명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등이 일본을 거론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 양자가 아니라 ‘한·미·일’ 3각 공조 체제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분석된다. 북핵 문제에 있어 일본을 한국과 거의 동급으로 대하는 경향까지 엿보인다.

북핵 전문가인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24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일’ 3각 공조라는 한 요인만으로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인 중 하나가 ‘한·미·일’ 3각 공조”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업무를 시작했던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첫 행정명령에 서명하기에 앞서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AP뉴시스


일본과 불편한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 정부에겐 기회이자 위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는 “한국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일’ 3각 공조 체제에 못 이기는 척 동참하면서 북핵 문제도 진전시키고, 한·일 갈등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한국 정부가 일본을 신뢰하지 못해 ‘한·미·일’ 3각 공조에 소극적일 경우 한·미 관계마저 삐걱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고위당국자들 “일본, 일본, 일본, 일본”

미국 상원의 인준 절차가 완료될 경우 미국 외교를 총괄할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지난 19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 청문회에서 북핵 해법을 묻자 일본을 꺼냈다.

블링컨 지명자는 “우리는 북한을 향한 전반적인 접근법과 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면서 “이것은 특히 한국과 일본 등 동맹들과 긴밀히 상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대북정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일본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2일 언론 브리핑에서 한 기자로부터 ‘바이든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정책은 어떻게 되는가. 나는 일본과 북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사키 대변인은 “북한의 핵탄도 미사일과 다른 확산 관련 활동들은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새로운 전략(new strategy)’을 채택할 것”이라며 “이 접근법은 한국과 일본, 다른 동맹들과의 긴밀한 협의 속에 북한의 현재 상황에 대한 철저한 정책 검토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원의 인준을 통과한 오스틴 국방장관은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과 23일 전화통화를 가졌다. 미국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오스틴 장관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을 이행하는 있어 일본의 지속적인 리더십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면서 “오스틴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제공하는 데 있어 동맹으로서 일본의 역할을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교도통신의 보도는 더 구체적이다. 교도통신은 “미·일 국방장관이 처음으로 전화 횜담을 갖고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방침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이어 “미·일 국방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 선박이 해상에서 다른 선박에 화물을 옮겨 싣는 환적을 막는 데 있어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신임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국방위원회에서 열렸던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전화통화를 가졌다. 사카이 마나부 관방부(副)장관은 “북한 정세를 놓고 계속해서 일본·미국, 일본·미국·한국이 긴밀히 협력하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한국·일본, 힘 합쳐야…소극적일 경우 압력 우려도”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본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일’ 3국의 적극적인 공조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다. 동맹국들을 겨냥한 북한의 이간책을 막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또 중국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크고, 국제적인 대북 공조에 구멍을 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한·미·일’ 3각 공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분석된다.

제이크 설리번(오른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11월 24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극장에서 조 바이든 당시 당선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가우스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한·미·일’ 3각 공조를 추진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며 “한·일은 강력한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우스 국장은 이어 “한국은 남북 대화를 원하고 있고, 일본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원하고 있다”면서 “한·일 양국은 북한 문제를 놓고 상대방을 도울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협력이 더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가우스 국장은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한·일 중 특정 국가를 겨냥해서가 아니라 협력에 소극적인 국가에 대해 협력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문가는 “문재인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두 축은 남북 대화와 반일 감정”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할 경우 문재인정부는 남북 대화와 반일 감정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중국 문제 등 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을 비롯해 바이든 행정부에서 지일파가 다수 포진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시절 밀착했던 미·일 관계가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 시대를 맞아선 상대적으로 긴밀하지 않은 것은 그나마 한국에 유리한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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