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조선일보

바람에 쓰윽.. 한겨울에도 녹차 내음 물씬나네

제주행플특별취재팀 입력 2021. 01. 2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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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한적한 차밭의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다원을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라산 동남쪽 끝자락, 1115번 도로와 1131번 도로(516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자리 잡은 서귀다원은 80대 노부부가 운영하는 다원이다. 2만여 평의 감귤밭을 40년간 일궈온 부부가 귤밭을 차밭으로 바꿔 16년째 운영 중이다. 노부부는 지금도 손수 농사를 짓고 차를 덖는다고 한다. /연합뉴스

국내 녹차밭은 3곳이 유명하다. 전국 녹차 재배면적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전남 보성이 대표적이다. 이어 경남 하동, 제주도 서귀포가 있다.

보성은 일제때 차밭이 본격적으로 조성됐고, 하동은 호리병 산자락에서 야생차밭으로 시작했다. 제일 늦게 시작한 제주도의 경우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고(故) 서성환 회장이 1979년 한라산 기슭 땅 16만 평을 개간해 조성하면서 출발했다. 지금은 도순다원, 한남다원, 서광다원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2만평 규모로 노부부가 16년째 운영하는 서귀다원이 있다. 감귤농사를 짓다가 차밭으로 바꾼 곳이다.

차의 최적 생육 조건은 연평균 기온이 14∼16도로 따뜻하고, 강수량도 연간 1300㎜ 이상이어야 한다. 제주도에서 서귀포가 그런 지역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보성이나 하동 역시 남쪽을 바라보는 산등성이에 자리잡아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이다.

이 제주도에 유배온 추사 김정희도 차에도 조예가 깊은 선비였다. 당대에 차의 대가로 알려진 초의선사와 교류하면서 서신을 주고 받았는데 유배를 가서까지 이어졌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중 하나는 ‘맛좋은 차 달라고 보채는 사람이 멀리 떠나가 버리니 이제 초의당 혼자서 그 향기로운 차 다 마시겠네’라고 푸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처가 불명확하다고는 하지만 추사가 초의선사에게 보낸 편지에 포함된 시로 알려진 싯구에서도 차에 대한 예찬이 들어 있다.

‘靜坐處 茶半香初 妙用時 水流花開(정좌처 다반향초 모용시 수류화개) 고요히 앉아 있노라면/차를 반쯤 마셔도 향기는 처음 그대로네/만물은 오묘히 돌아가네/물 흐르듯 꽃 피듯’.

조선시대 선비 이목은 ‘다부(茶賦)’라는 책에서 차에 다섯 가지 공(功)과 여섯 가지 덕(德)이 있다고 기술했다. 공은 책을 볼 때 갈증을 없앤다 울분을 풀어준다 손님과 주인의 정을 화합해준다 뱃속 기생충으로 인한 고통을 없앤다 술을 깨게 해준다 이다. 덕(德)은 오래 살게 해준다 병을 낫게 한다 기운을 맑게 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신선과 같게 한다 예의를 갖게 한다 이다. 차는 사대부가 중심이 됐던 조선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기호식품이었던 셈이다.

차를 만들 때는 역시 때가 중요하다. 4월5일 전후의 청명전에 따는 차를 명전, 곡우 닷새전부터 잎을 따 만드는 우전(雨前)이라고 부르며 높이쳤다. 녹차는 발효하지 않은 차인데 녹차잎을 발효한 차로는 우롱차, 홍차, 보이차 등이 있다.

녹차를 따서 솥에 덖은 뒤 말려 물에 우려 먹는 방식이다. ‘덖다’는 말은 ‘물기가 조금 있는 고기나 약재, 곡식 따위를 물을 더하지 않고 타지 않을 정도로 뒤적이며 익힌다’는 의미이다. 기름이나 물을 넣고 익히는 ‘볶다’와는 사뭇 다르다. 기르는 과정 못지 않게 마시는 과정도 까다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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