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성폭력 미투 물결 일어난 프랑스..마크롱 "처벌 강화"

윤기은 기자 2021. 1. 2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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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트위터에 #metooinceste(친족 성폭력을 고발한다)를 검색하면 친족 성폭력을 고백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온다. 트위터 검색결과 캡쳐


“아버지는 저를 강간했습니다. 그때 저는 9살이었고, 당시에 느낀 수치심을 절대 잊지 못합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metooinceste’(미투엥세스트·친족 성폭력을 고발한다)라고 검색하면 친족 성폭력 피해를 고백하는 게시글이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수없이 나타난다. ‘엥세스트’는 프랑스어로 친족으로부터의 성적 학대를 의미한다.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의 학대도 포함된다. 프랑스에서는 아버지가, 어머니가, 오빠가, 할아버지가 자신을 성폭행하거나 만졌다는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친족 성폭력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인 ‘미투엥세스트’ 운동 물결이 일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미성년자 시절에 피해를 당했다고 고백한다.

미투엥세스트의 시작은 변호사인 카미유 쿠슈네르(45)가 자신의 의붓아버지이자 프랑스 저명 정치학자인 올리비에 뒤아멜(70)의 의붓아들 성폭행 사실을 폭로하면서다. 쿠슈네르는 지난 7일(현지시간) 출간한 책에서 뒤아멜이 자신의 쌍둥이 형제를 여러 차례 강간했으며, 가족뿐만 아니라 뒤아멜과 어울린 많은 정계 인사들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프랑스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은 그간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피해 경험담을 SNS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친족 및 미성년자 성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 논의에도 불씨가 당겨졌다. 프랑스 상원의회는 지난 21일 13세미만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는 행위 자체를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를 어길시 최고 징역 10년형과 벌금 15만유로(약 2억원)에 처할 수 있고, 공소시효를 피해자가 18세가 된 이후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고 프랑스24 방송이 전했다. 법안에는 친족 사이에서 벌어진 아동 성폭행에 부과하는 형량과 벌금을 늘릴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법안은 프랑스의 하원격인 국민의회에서도 통과돼야 발효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3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친족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과거에 저지른 범죄를 처벌하고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친족간 성적 학대 피해 여부를 조사하고, 이들에게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조사에서 프랑스인 10명 중 1명이 근친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4분의 3이 여성이고, 가해자 98%가 남성이었다. 전문가들은 아동 성폭력에 관대한 프랑스의 법률을 친족 성폭력이 많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꼽았다. 프랑스 현행법은 성인과 15세 이하 사이의 성관계를 금지하고 있지만, 미성년자가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점을 증명하면 형량이 낮아진다. 친족 성폭행 피해자 지원단체의 패트릭 루이슬러 활동가는 파이낸셜타임즈에 “푸코와 사르트르 같은 지식인처럼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자유로운 사랑’과 ‘어린이가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권리’라며 옹호하는 문화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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