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근절" 외쳤던 김종철의 추락..정치권·시민사회 충격

이혜영 기자 2021. 1. 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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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표, 사건 며칠 전까지도 '성범죄' 관련 발언
국민의힘, 잇단 진보인사 범죄 행각에 "이중성 드러나"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1월20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가 성추행 사건으로 전격 사퇴하면서 정치권과 시민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성폭력 범죄 근절을 외쳐왔던 김 전 대표가 결국 '가해자'로 드러났고, 범행 직후에도 이같은 목소리를 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보 진영에 대한 실망감과 성찰을 요구하는 공분이 더욱 커지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포스트 심상정'을 표방하며 진보정치 세대 교체의 상징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109일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성 비위를 강하게 질타해 온 김 전 대표가 동일한 범행으로 퇴장하게 되면서 정의당도 크나큰 타격을 받게 됐다.

김 전 대표는 성추행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인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같은 범죄 행위를 강하게 엄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장 의원을 성추행 한 지 닷새 후인 지난 20일 김 전 대표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남성 아이돌을 성적 대상화해 물의를 일으킨 '알페스' 논란에 대해 "성폭력으로 여성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쓰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알페스 논란이 여성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희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면서 한 말이었다. 

김 전 대표는 "알페스에서 그렇게 나타난다 하더라도 사회의 성적 권력 구성은 압도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하게 조성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여성 혐오나 성폭력에 반대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알리바이처럼 돼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특정 논란으로 성폭력 범죄의 엄중성이 평가절하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 

장 의원에 대한 성추행 범행을 저지른 뒤 이같은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중요성을 경고한 것이었다. 정의당 조사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15일 장 의원과 한 식당에서 면담을 한 뒤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고 장 의원은 사흘 뒤인 18일 성추행 피해 사실을 당에 알린 뒤 공식 조사가 진행됐다. 

성추행·성폭력 범죄에 대한 김 전 대표의 입장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에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장 의원과 류호정 의원은 '미투 폭로'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한 박 전 시장의 조문을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이후 당원들의 집단 탈당 등 후폭풍이 이어졌다. 

당시 선임대변인을 맡고 있던 김 전 대표는 장 의원과 류 의원의 행위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성과 관련된 문제들은 여성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런 부분에 대한 고려의 차이가 조금 나타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범죄에 있어 상대적으로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왼쪽)가 1월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오른쪽은 정호진 대변인 ⓒ 연합뉴스

"인권과 진보를 외쳐온 이들의 이중성"  

김 전 대표의 성범죄 연루 사실은 여당 정치인들에 이어 정의당 대표마저 권력형 성범죄의 가해자가 됐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이 크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의 대표마저 성범죄 연루 사실이 드러나며 진보진영은 상당한 내상을 입게 됐다.   

김 전 대표의 범죄 사실이 알려진 후 정의당 홈페이지와 SNS에는 당원과 시민들의 비판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정치권도 충격 속에 이번 사건에 대한 엄정한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낸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들은 일제히 김 전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철 정의당 대표 사퇴 소식, 큰 충격이다. 전임 서울시장 성추행에 이어 이번에는 정의당 대표라니. 참담하다"며 "인권과 진보를 외쳐온 이들의 이중성과 민낯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피해자가 받았을 상처가 걱정됨과 동시에 국민들께서도 얼마나 실망이 컸을까 우려된다"며 "민주당이 전혀 민주적이지 않고, 정의당마저 정의와 멀어지는 모습에 국민의 마음은 더욱 쓰라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은 정의당의 후속 대처는 민주당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대하는 정의당의 태도와 대응 과정만큼은 매우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 대표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를 피할 수 없었으며, 신속하게 엄중한 결정을 내렸다"며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낙인찍어 집단적 2차 가해를 저지른 민주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서 배달 라이더들과의 간담회 직후 김 전 대표 사건을 언급하면서 "아침에 그 뉴스를 접하고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일관되고 엄중한 무관용 원칙 적용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원순 시장 사건 이후에 피해자가 2차, 3차, 4차 가해를 당하고 있다. 어제 뉴스에 보니 피해자를 살인죄로 고소하겠다는 분들이 있다고 하더라. 귀를 의심했다"며 "이런 식의 있어서는 안 되는 분위기가 있는 한 성추행 사건은 빈발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이 생긴다"고 전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오거돈-안희정-김종철-녹색당 사례 등으로부터 이어진, 좌파 지자체, 정당 등 정치권 내 위계질서에 의한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근절하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번 서울, 부산 보궐선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좌파 권력자들의 위계형 성범죄에 대해 철퇴를 내리는 심판이어야 함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시장이 되면 서초에서 시행, 성공하고 있는 단체장과 전문가들에게 직통으로 동시에 신고되는 '미투직통센터'를 설치해 성범죄를 근절 시키겠다"며 "이 땅의 가짜 민주주의자, 가짜 인권주창자들에겐 성범죄에 관한한 '아직도 어두운 밤'이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권에서 유사한 사건들이 되풀이 되는 것은 국민 앞에 참으로 부끄럽고 개탄스럽다"며 "이 시점에 남탓 해봐야 누워서 침 뱉기다. 자기 자신에게 보다 더 엄격해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의당이 당내 성추행 혐의로 김종철 대표를 직위해제하는 결단을 내렸다"며 "정의당이 민주당보다 백배, 천배 건강한 것이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원칙을 지키면서 정도를 가게 되면 결국 혼란은 수습되고 상처는 아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당 대표고 피해자는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당이 겪게 될 혼란과 후폭풍이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의당은 원칙을 택했다"며 "'피해호소인' 운운하며 은폐축소에 급급하고, 가해자에게 피소사실을 알리고, 거짓말과 함께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무공천 약속을 뒤집으며 당 전체가 2차, 3차, 4차 가해를 가한 민주당과 비교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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