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더 맵고 더 독해야 뜬다, 양극단으로 가는 유튜브 정치시사

이은지 2021. 1. 25. 1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1월 23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더 맵고 더 독해야 뜬다, 양극단으로 가는 유튜브 정치시사

- 지지자들끼리 내 편의 이야기만 듣는 공론의 장, 유튜브 정치시사채널

- '공론장의 과잉'...이슈 쏟아지지만 정작 절박한 이돌의 목소리는 없어

- 유튜브 '슈퍼챗' 기능, 더 자극적인 콘텐츠 부추겨

- 슈퍼챗 수익 상위 6곳은 '가세연' 등 정치시사 유튜브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김양원> 오늘은 어떤 주제 준비하셨나요?

◆ 김언경> 유튜브의 필터버블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필터버블이란 사용자에게 맞게 필터링된 정보가 제공되는 바람에 비누거품에 사용자가 갇힌 것 같은 현상을 말하는 데요. 이 현상이 유튜브에서 정치적 성향에 따라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있습니다.

◇김양원> 사실 우리가 관심 없는 정보, 싫어하는 정보는 애초에 안 보려고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죠.

◆ 김언경> 일종의 정보의 편식이 심해지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문제는 사용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소비한다는 단순 편향이 아니라, 애초에 자신에게 제공되지 않는 정보들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마치 자신에게 제공된 정보가 정보의 전부인 양 착각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한국>에 따르면 한국 응답자의 44%가 자신과 관점이 같은 뉴스를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40개국 평균인 28%보다 16%포인트 높고, 조사 대상 40개국 중 터키·멕시코·필리핀 등에 이은 4번째로 높았습니다. 반면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4%에 불과해 조사 대상국 중 가장 양극화된 뉴스 소비 성향을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양원> 그렇군요. 뉴스 소비의 양극화를 뉴스 소비자들의 성향으로 분석해주셨는데, 그런데 이런 뉴스 편식 현상이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김언경> 맞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대부분 자신이 열심히 검색을 해서 다양한 정보를 공정하고 풍부하게 받고 있다고 생각하시지만, 인터넷 플랫폼의 알고리즘이라는 환경이 애초에 다양한 정보가 아닌 내 입맛에 맞는 정보 위주로 노출시켜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 구글과 다음카카오, 네이버,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추천 알고리즘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대부분 자신의 관심사와 자신의 정치적 성향 등과 가까운 정보에만 맴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양원> 결국 자의반 타의반 특정 성향의 뉴스에 갇힌 현상이 나타난다는 말씀이신데요. 최근 경향신문이 의미있는 분석을 했더라고요?

◆ 김언경> 네, 경향신문은 지난 13일 <흑백 민주주의>라는 기사에서 "세상에는 다양한 색깔의 목소리가 있지만, 정치권과 공론장에는 양극단의 목소리만 크게 울린다. '너는 흑이냐, 백이냐'라는 윽박지름이 이어진다. 목소리 낮은 시민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조명 속에 떠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린다"라고 최근의 우리사회를 평했습니다.

보도에서는 2021년을 맞아 각 분야의 전문가·학자·활동가 62명에게 현재 한국 사회의 공론장과 민주주의에 대한 의견 및 향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의제를 폭넓게 물었더니 현재 코로나19로 상대적으로 더욱 힘든 사람들, 절박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의 목소리, 그들의 이슈는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고요. 그 이유는 그들의 목소리가 공론장으로 통할 '통로'가 막혀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공론장의 과잉'이라고 할 만큼 많은 이야기가 쏟아지지만 정작 정책 등에 절박한 이들의 목소리는 잘 녹아들지 못하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죠.

◇김양원>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주요 유튜브 채널을 분석한 내용도 흥미롭더군요.

◆ 김언경> 경향신문이 지난해 11월7일부터 한 달간 친여·보수 성향 정치·시사 유튜브 구독자 수 상위 5곳의 패널(고정 출연, 게스트 포함)을 분석한 결과 두 진영에 공통으로 등장한 인물은 없었다고 합니다. 이 분석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정치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나오다보니 유튜브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경향신문은 이런 현상, 다시 말해서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이라는 점에서 정치인의 유튜브 소통이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진단했습니다. 문제는 현재 코로나19로 상대적으로 더욱 힘든 사람들, 절박한 사람들이 많지만, 정치적 유불리와 연관이 없는 주제,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양원> 공론장은 넘치는데, 정작 그 공론의 장으로 들어가는 통로는 막혔다... 결국 공론장으로 진입하지 못하면 논의되기가 어려운데 말이죠? 사실 언론이 대표적인 우리 사회 의견들의 공론의 장 아닙니까?

◆ 김언경> 맞습니다. 저는 공론장이라는 말을 정말 자주 씁니다. 언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공론장의 역할이고요, 제 언론모니터링의 가장 주요한 가치는 바로 공론장 기능을 제대로 하는 가입니다. 바로 이 공론장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정보가 다양해야 하고, 그 정보가 정확해야 하며, 합리적인 다중지성의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에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면 민주주의 존립 자체가 위험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특히 차별받는 사람들, 혐오받는 사람들이 공론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면서 그들의 이슈 자체가 묻히고, 차별은 더욱 심각해지는데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길이라고 지적합니다. 또한 필터버블 상황에서는 언론이 그들 안에서만 돌고 있는 여러 가지 정보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해서, 국민에게 팩트체크 기사를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김양원> 그런데, 이제는 유튜브가 사실상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럼에도 이런 공론장의 역할을 기성언론에만 의지하고 사실상 많은 사람들의 뉴스소비가 이뤄지는 유튜브 시사채널 등은 계속해서 내 편 위주의 자극적인 내용만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인데요?

◆ 김언경>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어요. 왜 이렇게 유튜브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내용들이 판치는 걸까. 유튜브에는 생방송 중 시청자가 일정 금액을 후원 가능토록 한 기능이 있습니다. 슈퍼챗이라고 부르죠. 이 슈퍼챗이 유튜브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보너스 같은 것이죠. 그런데 이것을 바라고 보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되는 경우도 사실 많다고 합니다.

이번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 수익 분석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국내 유튜브 슈퍼챗 수익 상위 채널 10개 가운데 6곳이 정치·시사 평론 관련 유튜브라고 하고요. 그중 1위가 가로세로연구소였습니다. 2020년 한 해 7억3000여만원을 벌어들였다고 하네요.

그런데 외국도 이렇게 정치시사평론에 슈퍼챗이 많이 들어오느냐. 그렇지 않나봅니다. 해외 유튜브의 경우 슈퍼챗 수익 상위 채널이 대부분 게임·예능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라고 하네요.

작년 12월에 국민일보에서 내놓은 기획보도 <극단으로 안내하는 알고리즘 해설서-상식이 2개인 나라>에서는 이런 알고리즘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는데요. 이 보도를 보면 유튜브를 하다보니 온화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고 강한 캐릭터가 되어가더란 말이 나오거든요. "(유튜브를 하다 보면) 매운맛이 없으면 찾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걸 금방 알게 되죠. 욕설한다든지 좀 더 세게 행동하는 게 사람들에게 자극제가 되고, 그게 구독자 확대로 연결되고…."라고 말합니다. 자극적인 내용과 욕설, 센 표현이 더해질수록 구독자들은 더욱 열광했고, 돈의 유혹에 빠져서 점점 매운맛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김양원> 네, 그렇다보니 합리적이고 온건해서는 유튜브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 김언경> 그런가 봅니다. 국민일보는 중립 입장을 가진 사람이라도 유튜브 안에서는 흑백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 같다고 정리하면서요.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극단화된 사회에서 문제에 대한 정답은 2개로 갈리게 된다"며 "이용자로서도 중간이라는 선택지가 사라지니 한쪽을 고를 수밖에 없다. 결국 양쪽의 덩어리는 점점 단단하게 뭉치고 극단을 지향하게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김양원> 자, 이렇게 정치.시사적인 사안에 있어서 양극단으로 갈리는 이런 뉴스소비 문화, 앞서 소장님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문제라고 지적을 하셨는데 우리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 김언경> 일단 저는 앞서 말한 것처럼 기성언론이 제 역할을 찾아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전언론, 특히 공영언론이 최소한의 공동 공론장 기반을 형성해주어야 하고, 지나치게 불거진 허위조작정보, 이로 인한 사회적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팩트체크 기사를 시의적절하게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해야 할 일은 있습니다. 허위조작정보, 특히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심각한 혐오차별 정보는 규제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시민 차원에서도 해야 할 일은 있습니다. 우선 우리는 그동안 유튜브든 포털이든 그냥 주는대로 받아먹는 식으로 순응하며 이를 이용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플랫폼이 이제 우리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모든 측면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너무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이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대해서 알고 지적해야 합니다. 따라서 제가 오늘 알려드린 경향신문이나 국민일보 기사 모두 한번 찬찬히 정독해보시고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정보가 온전히 다양하고 합리적인 정보가 아니라는 점, 나에게 특화된 정보라는 점을 인식해주셔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인터넷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야할 것 같습니다.

◇김양원> 네, 오늘 미디어비평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김언경> 감사합니다.

◇김양원> 지금까지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김언경 소장이었습니다.

[저작권자(c) YTN & YTN plu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시각 코로나19 확진자 현황을 확인하세요.

▶ 대한민국 대표 뉴스 채널 YTN 생방송보기

▶ 네이버에서 YTN 뉴스 채널 구독하기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