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고파', 4050 중년층을 이리도 띄엄띄엄 보다니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1. 1. 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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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고파? 일단 시켜!', 시의성 있는 예능? 시대착오적 예능!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의 3부작 파일럿 예능 <배달고파? 일단 시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보도자료의 소개를 인용해보면, 최근 '배달의 시대'에 들어서 대한민국의 숨은 '찐' 배달 맛집을 찾는 국내 최초 배달 맛집 리뷰 예능 프로그램이다. 대한민국 대표 미식가(신동엽), 대식가(현주엽)을 비롯해 박준형, 이규한, 셔누 등 5인의 생생한 리얼 리뷰를 통해 일상에 파고든 배달음식 문화를 조명한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대다수인 요식업계가 위축된 상황에서 SBS <골목식당>처럼 동네 골목 경제를 부흥해보자는 기획의도인 듯하다.

기획의도나 소재 자체는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우리네 배달 문화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40대 이규한이 배달앱을 쓴 적 없는 50대 신동엽, 박준형에게 '배달의 민족' 앱 사용법을 알려주면서 시작한다. 배달앱과 배달 문화 자체가 낯선 아저씨들이 놀라거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나 이미 대식가 캐릭터로 활약 중인 현주엽의 먹부림을 색다른 볼거리로 주목하는 시선 자체가 무척 낯설게 다가온다.

사실상 '직접' 광고지만 간접광고 형태로 이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배달의 민족'은 이미 몇 해 전에 배달앱 플랫폼 사업으로 요식업의 생태계와 우리 일상을 바꿔놓았다. 오늘날의 배달 문화와 시스템은 코로나 이전에 만들어진 부분이 크다. 지금은 배달음식의 다양함이나 신속함이 아니라 폭증한 음식 배달로 인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범사회적으로 고민할 때다. 그런 요즘, '이런 음식도 배달이 되냐?'며 배달 문화를 신선하게 바라보고, 배달앱 사용법을 알아가는 시행착오에 초점을 맞춘 것은 대단히 시대착오적이다.

하지만 파일럿이 아닌가. 너른 마음을 갖고 지켜보기로 한다. 신동엽의 멘트 "일단 시키세요."가 시청자들에게 파고든다면 성공이다.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고 접근하든 성패는 배달음식을 볼거리로 한 맛집 소개와 먹방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기도 했다. 배달을 통해 차려낸 음식을 카메라(혹은 컴퓨터) 앞에서 맛보고 화상이나 채팅으로 소통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다름 아니라, 국내 1인 인터넷방송 콘텐츠의 주류 장르라 할 수 있는 '먹방'이다. 방송에서 인터넷 먹방의 특징인 일상성, 교감, 친밀함이란 소소한 정서와 대식의 볼거리와 대리만족을 어떻게 풀어낼지, 기성 방송에서는 어떤 재미와 만족으로 유튜브와 다르게 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배달고파? 일단 시켜!>는 우선 가짓수로 승부를 보면서 기존 인터넷 먹방과 차별화한다. 한 회당 최소 4차례 정도 주제에 따른 상차림이 바뀌고, 1시간 동안 등장하는 음식은 10여 가지 이상이다. 그러면서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 인터넷 먹방과는 완전히 갈라서는 콘텐츠로 나아가지만, 간이 맞지 않는 11첩 반상과 같다. 한 음식에 집중하는 시간이 극히 짧다보니 같은 장소에서 다양한 음식이 조리 과정이나 플레이팅 없이 등장하는 배달음식의 한계가 더 드러나고, 먹방의 기본요소인 '먹음직스러운' 교감이 싹트기 어렵다. 먹방의 한 장르기도 한 대식을 통한 (기괴한) 카타르시스가 주된 볼거리가 되기에는 캐스팅의 오리지널리티가 없다.

정해진 주제에 따라 동네와 음식을 고르기 때문에, 자신이 잘 아는 동네, 품고 있는 맛집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앱을 통해서만 현장에서 음식을 골라 짧게 맛보고 대결을 하니 음식 소개에서 깊은 인상을 주기 힘들다. 출연자가 자신의 취향이나 숨은 맛집 발굴 능력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그렇게 인터넷 먹방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소통이 없는 자리를, 개인기, 삼행시, 춤, 지인 전화 찬스, 선호도 대결 등 익숙한 예능 장치로 채운다. 무척 시의적인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와 인터넷 콘텐츠 친화적인 기획을 바탕으로 하지만 새로움도, 차별화도, 다른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먹방은 회전 초밥집의 컨베이어벨트 위로 쏟아져 나오는 접시들을 곁눈질로 '스캔'해보는 정도에 머문다.

올해 들어 MBC를 필두로 많은 방송사들이 파일럿과 신규 예능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에 못했던 몫까지 포함인 듯하다. 그리고 여기엔 팬데믹의 그림자가 어떤 식으로든 드리워져 있다. 이미 어느 정도 마을이 형성된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배달 문화를 신선하게 보여주는 데서 TV콘텐츠의 올드함과 일상과의 괴리, 그리고 방송국 안에서 다시금 전 연령 대상의 '온가족 콘텐츠'에 대한 희망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긍정적인 해석과 유추의 차원이지 이 파일럿이 차린 밥상은 아니다. 3040세대에서 한 발 더 들어가 4050세대를 타겟화한 예능이었을까. 그렇더라도 4050대 이상 중년층을 너무 쉽게 본 듯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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