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만 왔다 가는 신데렐라 쇼핑몰.. 혹시 당신도 낚였나요

이경은 기자 2021. 1. 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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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23일) 10년 넘게 쓴 세탁기가 고장 나서 특정 모델을 사려고 네이버 플랫폼에서 최저가 검색을 해봤다.

LG전자의 W16WTA란 모델인데, 네이버쇼핑이 만든 오픈마켓 스마트스토어 ‘tellme’란 곳의 가격이 219만원으로 가장 쌌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비슷한 스펙의 상품이 300만원대였는데 거의 100만원이나 쌌고, 2위 최저가 업체보다도 25만원 정도 저렴했다. 주말에 막 오픈했다는 이 쇼핑몰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고가 세탁기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이었다. 놀랍게도 이 가게가 판매하는 20여개 제품의 가격이 모두 최저가였다.

LG전자 세탁기 특정 모델의 최저가는 1월 23일 기준 219만원.

가격 차이에 혹했는데, 상품 설명을 자세히 살펴 보니 일반적인 쇼핑몰 거래 절차와는 다소 달랐다.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신생 가게이니 구매평이 없다는 점은 넘어갈 수 있었는데, 카카오톡에 미리 접속해서 판매자에게 재고가 있는지 미리 문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기꾼은 카카오톡을 통해 직거래 요청을 한다.

아, 이게 바로 예전에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엄청 유행하던 주말 사기꾼이구나! 바로 감이 왔다. 한때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짝퉁 명품을 주말에만 게릴라처럼 팔아 논란이 됐었다. 평일에 짝퉁 명품을 판매한다고 게시글을 올리면 고객센터 측에서 즉시 삭제하는데, 주말은 고객센터가 휴무이기 때문에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네이버쇼핑(스마트스토어)은 다른 오픈마켓과 경쟁하느라 시장 확대 차원에서 입점 문턱이 매우 낮은 편이다. 멤버십이나 가격 비교 같은 서비스는 물론이고, 심지어 수수료까지 크게 낮춰서 빠른 속도로 폭풍 성장하는 중이다. 사기꾼은 네이버 같은 대형 플랫폼에서 최저가를 검색하고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매우 많다는 점과 네이버쇼핑 입점 절차가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단하다는 점을 노렸다.

과연 23일 개점한 신생 쇼핑몰은 주말이 지나고 나선 어떻게 되었을까. 아래 화면에서 보이는 것처럼, 해당 쇼핑몰은 신데렐라도 아닌데 25일 오전에 바로 폐점했다.

월요일에 사라진 사기꾼 쇼핑몰.

역시 예상대로 주말에만 나타나는 사기 쇼핑몰이었다.

앞으로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거래는 지금보다 더 증가할 텐데, 네이버 같은 대형 플랫폼의 책임은 전혀 없는 것일까? 과연 네이버쇼핑은 상품 최저가 검색을 통한 주말 사기꾼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만약 소비자가 네이버의 최저가 검색을 통해 물건을 샀는데, 사기 판매자에게 속아 손실을 입었다면, 네이버쇼핑은 ‘우리는 중개만 했을 뿐, 사기를 당한 소비자 책임’이라며 끝까지 모른 척만 할 것인지 의문이다.

네이버가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을 나몰라라 하면서 방치한 사이, 네티즌 수사대는 사기꾼이 만든 주말 쇼핑몰을 찾아내서 경고 문구를 달고 있었다. 네티즌들은 사기꾼 가게의 Q&A 코너에 ‘사기이니 주의하세요'라는 경고를 여러 차례 올려놨다.

네티즌 수사대의 사기 경고글.

네이버 같은 대형 플랫폼이 선제적으로 주말에만 나타나는 게릴라 사기꾼이 나오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해보면 어떤가.

판매 이력이 전혀 없는 신생 쇼핑몰은 최저가 검색에서 제외한다거나 혹은 적어도 2주 이상은 문을 열고 영업한 쇼핑몰의 상품만 최저가 검색에 포함되도록 하는 식의 제도 개선은 가능할 것이다.

한편, 지난 토요일만 해도 최저가 219만원이었던 LG세탁기는 주말에만 나타나는 신데렐라 사기꾼이 사라지면서 25일 현재 244만3610원(배송비 3만원 별도)으로 올랐다.

LG전자 세탁기 특정 모델의 최저가는 1월 25일 기준 24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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