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8개월간 '총수 공백'..'옥중경영' 차질 가능성도

신중섭 입력 2021. 1. 25. 18:14 수정 2021. 1. 2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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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특검 재상고 포기..징역 2년6개월 확정
사면·가석방 없으면 내년 7월까지 '총수 공백'
글로벌 경제 요동..경쟁 대열 낙오 우려
'취업제한' 논란도..옥중경영마저 힘들 수도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재상고를 포기한 데 이어 특검도 재상고 하지 않기로 하면서 4년 만에 재판이 마무리됐다.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이미 복역한 1년을 뺀 나머지 1년 6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사면·가석방 가능성도 나오지만 삼성으로선 최소 수개월, 길게는 내년 7월까지 ‘총수 부재’ 상황을 맞게 됐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요동치는데…내년 7월까지 ‘총수 공백’

이 부회장 측과 특검은 지난 18일 선고가 내려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재상고하지 않는다고 25일 밝혔다. 2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됨에 따라 이 부회장은 앞선 1심 선고에 따른 구속 기간 약 1년을 뺀 나머지 1년6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사면·가석방 되지 않는 한 내년 7월까지 ‘총수 공백’을 맞게 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2017년 그룹 해체 이후 계열사별로 자율경영을 실시하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은 이 부회장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옥중 경영’으로 인한 사업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수감 중 접견을 통해 경영을 한다는 것 자체에 한계가 있는 데다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쳐 접견이 아예 불가해지는 등 더 많은 제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자칫 반도체 사업 등 글로벌 경쟁 대열에서 낙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만 TSMC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패권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등 대내외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는 올해 설비에 3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상황이다. TSMC가 공격적 행보를 보이자 삼성전자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1위를 목표로 133조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파운드리 사업도 함께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파운드리에만 집중하는 TSMC와 달리 메모리반도체 1위 수성과 함께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 사업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된다.

‘옥중경영’도 불가?…취업제한 논란도

삼성전자의 공장 증설에 대한 각종 전망이 쏟아지는 것도 삼성전자의 투자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100억달러(약 11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한다”며 “향후 3나노미터(㎚)까지 발전된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공장을 오스틴에 설립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2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애리조나, 텍사스 또는 뉴욕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170억달러의 투자를 고려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 정부도 ‘자국(미국) 내 생산’을 강조하면서 인센티브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인텔 등 미국 반도체기업의 파운드리 수주를 위해선 현지 공장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TSMC가 애리조나에 120억달러를 투자해 현지 파운드리 공장 신설에 나서는 등 경쟁이 치열해진다”며 “삼성도 경쟁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공장 증설 등 대규모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형 선고에 따른 ‘취업제한’ 문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현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취업제한 규정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형 집행 기간뿐 아니라 집행이 종료된 후에도 5년간 삼성전자에 재직할 수 없게 돼 있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는 “이 부회장의 판결이 확정되면 법무부는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게 이 부회장의 해임을 즉각 요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판결 확정 즉시 이 부회장의 해임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취업제한으로 이어질 경우 그나마 가능했던 ‘옥중 경영’조차 힘들어진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서 등기이사를 내려놓고 무보수로 근무해온 만큼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가법 취업제한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적용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로선 취업제한 적용을 받지 않으려면 사면복권 되거나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중섭 (dotor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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