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박원순 언동은 성희롱, 굴욕·혐오 느끼게 했다"

조유진 기자 2021. 1. 2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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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정 뉴시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사건을 조사한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이라고 판단했다.

25일 인권위는 전원위원회를 열어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등을 직권조사한 결과에 대해 심의·의결해 발표했다.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 피해자 측과 지원단체가 인권위에 직권조사를 요청해 인권위가 조사에 착수한 지 5개월여 만이다. 인권위는 사건에 대해 “9년 동안 서울특별시장으로 재임하며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박 전 시장이 하위직급 공무원에게 행사한 성희롱”이라고 결론 내렸다.

25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직권조사에 대한 의결을 진행했다. /뉴시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했다. 인권위는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자료, 51명에 달하는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 등의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박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피조사자인 박 전 시장의 진술을 듣기 어렵고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 사실 관계를 더 엄격히 따졌으나, 성희롱으로 판단하기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피해자인 비서가 시장의 일정 관리 및 하루 일과의 모든 것을 살피고 보좌하는 업무 외에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약을 대리처방 받거나 복용하도록 챙기기, 혈압 재기 및 명절 장보기 등 사적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고 명시했다. 이런 비서 업무의 특성이 박 전 시장과 피해자가 공적 관계가 아닌 친밀한 사적 관계로 오인하게 했고, 비서실 직원들이 박 전 시장과 피해자를 ‘각별한 사이’나 ‘친밀한 관계’로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생일에 보낸 편지를 공개하는 등 성희롱 사건의 본질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권위는 특히 “박 시장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서울대 교수 조교 성희롱 사건 등 여성 인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의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젠더(gender·성) 정책을 실천하려 했기에 그의 피소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서울시 직원들의 성희롱 묵인·방조 의혹에 대해선 “객관적 증거를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인권위는 “지자체장들이 성희롱 가해자일 경우 감독할 상급기관이 없어 당사자의 사퇴 및 형사처벌 외에는 이를 제재할 관련 규정이 없다”며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의 성희롱·성폭력을 하지 않겠다 공동선언 등 자율규제를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최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등 지자체장의 잇단 성희롱 사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피소사실 유출건에 대해선 경찰청, 검찰청, 청와대 등 관계 기관이 수사 중이거나 보안 등을 이유로 인권위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는 입수하지 못해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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