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시청 상권 매출 반토막.. 동네 상권은 선방했다

유소연 기자 2021. 1.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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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

토요일인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망원역 2번 출구에서부터 망원시장 입구까지 400m 거리는 오랜만에 활기를 띤 모양새였다. 오후 3시쯤 일명 ‘망리단길(망원동+경리단길)’ 한 디저트 가게에는 문밖까지 손님 2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한 20대 여성은 “카페 내부 취식 금지가 풀리면서 오랜만에 주말에 외출했다”며 “친구와 홍대에서 볼까 하다가 사람 많은 게 걱정돼 덜 붐벼 보이는 망원동에 왔는데 막상 여기에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전모(32)씨는 지난달 강남역 근처에 있는 회사에는 열흘 정도만 출근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면서 회사에서 순환 재택근무 방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외출이 줄면서 한 달 30여만원씩 쓰던 외식비도 12월에는 거의 쓰지 않았다고 했다. 전씨는 “퇴근 후 저녁까지 회사 앞에서 해결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출근해도 점심은 도시락이나 배달 음식을 주로 먹어 회사 근처 식당에 가본 지가 오래됐다”며 “주로 온라인으로 반조리 식품을 주문해 먹되 가끔 동네에서 외식하는 편”이라고 했다.

◇젊은이들 핫플레이스가 ‘콜드’ 플레이스로

전씨처럼 지난해 하반기 재택근무에 들어간 직장인이 많아지면서 서울 주요 상권도 희비가 갈리고 있다. 비(非)거주민이 주로 찾는 홍대·이태원·강남 역세권 상권 이용 건수는 반 토막이 났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인사동·삼청동 상권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25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작년 4분기 요식업·편의점의 개인 신용·체크카드 이용 건수를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4분기와 비교한 결과다.

연구소는 서울 지역 상권을 크게 네 종류로 분류했다. 외국인 손님 비중이 높은 ‘필수 관광상권(명동·인사동·삼청동)’과 2030 중심의 번화가 ‘역세권(홍대·이태원·강남)’, 거주민 소비가 주된 ‘주거상권(상계동·연희동·서래마을)’과 주택을 개조한 소규모 가게가 모여 있는 ‘골목상권(해방촌·망원시장)’ 등이다.

원래 유동 인구가 많았던 상권은 코로나 사태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 수치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 5월 클럽발(發) 집단감염 사태가 있었던 이태원 상권 이용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전년 대비 요식업은 63%, 편의점은 34% 줄었다. 홍대(-58%)와 강남(-43%) 요식업종도 이용 건수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편의점 이용은 홍대가 46%, 강남이 32% 줄었다. 홍대예술의거리에서 가게를 하는 한 상인은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를 하면서 홍대생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 놀러 오는 대학생도 보기 힘들어졌다”고 했다.

◇밤 9시 이후 영업 제한에 희비 갈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대표적 베드타운인 노원구 상계동 편의점 이용은 코로나 이전보다 오히려 8.6% 올랐다. 강북 아파트 단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밤 9시 영업 제한이 생기고 밤에 주류나 야식거리를 사 가는 손님이 늘었다”며 “워낙 경기가 안 좋아서 우리 가게만 매출이 늘었다고 좋아하기 힘든 분위기이지만 번화가가 아닌 주거지에 가게를 낸 게 신의 한 수였다”고 했다. 반면 이태원이나 홍대 앞처럼 주로 늦은 밤에 매출을 올리던 가게들은 큰 피해를 보았다.

용산구 이태원역 주변 가게와 해방촌 가게는 약 2㎞ 떨어졌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태원 주변 식당 이용 건수가 63% 하락할 때 도보 30분 거리에 있는 해방촌 식당 이용 건수 감소는 4%대에 그쳤다. 이태원 편의점 이용이 34% 줄어든 반면 해방촌은 오히려 매출이 소폭(0.8%) 늘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이태원처럼 외지인 위주로 방문하는 ‘핫플레이스’와 달리 해방촌은 주거 생활권과도 겹치는 상권”이라며 “거주민들의 ‘내 집 근처 소비’ 덕분에 동네 상권이 선방할 수 있었다”고 했다.

◇동네 빵집 찾는 직장인들

주거지와 오피스 상권 빵집 매출도 확연한 차이가 났다. 2019년과 비교한 지난해 4분기 매출 증감률을 살펴보면 일자리가 밀집된 시청(-34.2%), 서초동(-26.3%), 을지로입구(-9.8%) 등 전형적인 오피스 지역에선 매출이 떨어졌다. 반면 상계동(+20.7%), 북아현동(+15.9%), 도곡동(+8.9%)에선 매출이 전년 대비 늘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외출이 줄고 재택근무가 늘면서 주거 지역 내 소비가 생활 밀착 업종 중심으로 늘고 있다”며 “앞으로 집 주변 근거리 소비 현상이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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