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위성 143개 쏘아올렸다, 우주까지 정복하는 머스크

박건형 기자 입력 2021. 1. 25. 20:23 수정 2021. 1. 25. 22: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성 1개당 100만달러씩.. '우주 승차공유' 발표 2년만에 현실화

전기차 업체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승차 공유(Rideshare) 사업을 시작했다. 자신이 소유한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 로켓으로 100개가 훌쩍 넘는 위성을 한꺼번에 지구 궤도에 올려주고 개당 100만달러(약 11억원)씩 받는 서비스다. 우주인과 보급품을 우주로 실어 나르는 ‘우주택시’, 수많은 미니 위성으로 전 세계에 인터넷을 제공하는 ‘스타링크’ 사업도 순항 중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허황하게 들리던 우주 사업을 ‘황금알 낳는 거위’로 만든 것이다. 우주를 향한 머스크의 집념 덕분에 ’2026년 인류를 화성에 착륙시키고 거대한 식민지를 건설해 이주하겠다'는 황당무계한 계획이 차츰 현실과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스페이스X, 황금알 낳는 거위로

스페이스X는 24일(현지 시각)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한 팰컨9 로켓으로 소형 위성 143개를 지구 500㎞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로켓 하나로 위성 143개를 쏘아 올린 것은 2017년 인도 PSLV 로켓이 세운 104개를 넘어선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번에 발사된 우편함 크기인 위성 중에는 위성사진업체 플래닛 위성, 대만 해양 내비게이션 위성 등이 포함됐다.

24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날 단일 로켓으로 가장 많은 위성(143개)을 쏘아올리는 데 성공했다. /AP 연합뉴스

스페이스X는 2019년, 소형 위성 1개당 100만달러를 받고 우주에 올려주는 ‘우주 승차 공유’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번이 첫 발사였다. 위성 1개당 100만달러씩 받았다고 가정하면 총 수익이 1억4300만달러로, 팰컨9 발사 비용 5000만달러의 세 배 수준이다. 스페이스X는 앞으로 매달 한차례 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CNN은 “지금까지 소형 위성은 값비싼 대형 위성 발사 때 몇 대씩 끼워 발사해야 했는데 한정 없이 대기해야 했다”고 전했다. 머스크가 이런 상황을 이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위성 업체들은 스페이스X 홈페이지에서 마치 호텔을 예약하는 것처럼 발사 날짜를 고를 수 있다. 현재 유럽 아리안스페이스, 영국 버진그룹, 인도우주연구소 등이 소형 위성 발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격이나 안전성에서 스페이스X가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 사업 일지

머스크가 2002년 창업한 스페이스X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발 지연과 잇따른 폭발 사고로 파산설이 끊이지 않았다. 테슬라 투자자들이 머스크에게 스페이스X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하는 기술을 개발, 발사 비용을 기존의 절반 이하로 낮추면서 스페이스X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했다. 이번에 발사한 팰컨9 로켓도 다섯 번째 재활용한 것이다. 우주항공 업계에서는 스페이스X가 지난해 26기의 로켓을 발사하면서 최소 2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10월, 스페이스X의 시장가치를 1000억달러로 평가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부터 NASA 우주인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실어 나르는 ‘우주택시’도 운영하고 있다. 박창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스페이스X는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더 낮출 수 있는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인터넷 시장 독주

이날 발사한 위성 중에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10개가 포함돼 있다. 머스크는 지구 저궤도에 소형 통신위성 1만2000개를 쏘아 올려 전 세계에 인터넷을 서비스하는 스타링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20억명 정도만 사용하는 인터넷을 전 지구로 확대하면 막대한 신규 서비스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1000개가 넘는 스타링크 위성이 발사됐고, 지난해 북미 지역에서 베타 서비스가 시작됐다. 현재 한 달 요금은 99달러(약 11만원)이지만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가격은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지금처럼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통신망을 설치하는 것보다 위성 인터넷망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구축이 완료되면 연간 300억달러(약 33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구글과 페이스북이 잇따라 우주인터넷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스타링크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구글은 지난 22일 대형 열기구를 띄워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룬(Loon)’ 프로젝트를 공식 폐기했다. 페이스북도 대형 드론으로 인터넷을 서비스하는 ‘아퀼라’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한 상태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