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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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우간다에서 인터넷 없이 살아보기

입력 2021. 01. 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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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우간다에서 1년6개월가량 살아오면서 최근 놀라운 체험을 했다.

그것은 2021년 1월 14일 대통령 선거일 전후로 6일 동안(13~18일) 인터넷이 두절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두절되고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이 원시 동굴로 느껴지면서 심한 고립감과 단절감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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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캄팔라 ©게티이미지뱅크

아프리카의 우간다에서 1년6개월가량 살아오면서 최근 놀라운 체험을 했다. 그것은 2021년 1월 14일 대통령 선거일 전후로 6일 동안(13~18일) 인터넷이 두절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선거철을 맞아 소요사태가 발생하고 아들이 하교 도중 시위대에 갇혀 가까스로 빠져나온 경험을 하면서도 '별 탈 없었으니 다행이다'라며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넷이 두절되고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이 원시 동굴로 느껴지면서 심한 고립감과 단절감이 찾아왔다.

선거는 끝나고 이 곳 신문을 통해 요웨리 무세베니(Yoweri Museveni) 현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하여(득표율 58%) 6번째 임기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접했다. 온라인상으로 레게(reggae) 노래를 부르며 선거운동을 하던 가수 출신 유력 야당 지도자 보비 와인(Bobby Wine)은 예상보다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는 기사도 읽었다(득표율 34%). 그런데, 인터넷이 끊겼기 때문인지(혹은 인터넷이 끊겼는데도 불구하고) 선거 이후에는 아무런 항의시위도 없고 조용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인터넷은 여전히 불통이었고 우리 같았으면 그 이유만으로도 난리가 났었을 터인데 말이다.

그러면서 가족 간에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에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살았지?'라는 주제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시기에(1995년경) 인터넷을 처음 접했던 기억이 나고, 집에서는 '따르릉' 울리던 전화 수화기를 들고 장시간 수다를 떨었고, 그럴 때면 꼭 누군가 전화 올 데가 있다며 빨리 끊으라고 성화를 하곤 했다. 그리고 친구들과 카페나 술집에 모여 정세토론으로 시간을 보내거나, '미팅'에 나가 이성을 만나기도 했다. 해외에 살 때는 한국 가족에게 국제전화를 하는 것이 월례행사였고, 비싼 통화료 걱정에 말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그러다 저렴한 국제전화카드가 경쟁적으로 나왔고, 세상 참 좋아졌다는 얘기도 했다.

과거에 대한 회상은 이제 미래로 향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없어도 답답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 생기면 그것 없는 세상을 더 이상 상상하지 못할 것들은 무엇일까?' 또는,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원시적으로 보일 것들은 무엇인가?'를 토론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기승과 선거철 불안정한 정국으로 학교가 또다시 문을 닫아 낮과 밤이 바뀌고 맘껏 게으름을 피우는 아들은, 샤워나 목욕 등 애써 몸을 닦지 않아도 들어갔다 나오면 깨끗해지는 기계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에 내가 화장실 광경을 머릿속에 떠올렸는데, 벽에 걸려있는 두루마리 휴지가 미래에는 미개해 보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없이 살아보니, 가족 대화, 주변 정리정돈, 독서 등의 활동이 많아지고, 이렇게 살아도 나쁘지 않겠다는 체념과 긍정의 태도가 동시에 나타났다. 이런 자신감이 생기려던 찰나 인터넷이 불현듯 다시 찾아왔고, 마치 정전으로 암흑 속에 있다가 전등불이 들어온 듯 광명이 우리를 맞았다. 나는 조건반사적으로 페이스북을 켰고, '그동안 어디 갔다 이제 왔느냐'며 반겨주는 그리운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온라인상으로도 나를 걱정해 주는 이들이 있음에 감격하면서 나의 일상은 금방 '정상궤도'로 올라섰다.

김윤정 ‘국경을 초월하는 수다’ 저자ㆍ독일 베를린자유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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