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너도 '마음'이 아프구나

김범수 입력 2021. 1. 25. 23:30 수정 2021. 1. 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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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오후, K는 거울을 보다가 자신의 표정이 너무 슬퍼 보여 눈물이 터졌다.

이대로 걷다가 마음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쓰러져 먼지가 돼 사라질 것만 같았다.

"단지 운이 나빴을 뿐입니다. 갑작스럽게 예기치 못한 시련이 몰려왔는데 그걸 마음의 면역력이 받아들이지 못한 것뿐이에요"라고 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말했다.

그러면 더 이상 마음은 우울하지 않고, 그날의 하늘과 공기, 풍경만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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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오후, K는 거울을 보다가 자신의 표정이 너무 슬퍼 보여 눈물이 터졌다. 눈물을 참아보려고 해도 낙루는 그칠 줄 몰랐다. 그제야 K는 자신이 우울증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이대로 걷다가 마음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쓰러져 먼지가 돼 사라질 것만 같았다. 심장 박동 소리는 귀에 들릴 만큼 빠르게 뛰었고,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김범수 경제부 기자
생각해보면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직장에서 일이 많아지면서 스트레스가 늘긴 했고, 이성과의 관계도 잘 풀리지 않았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K는 일련의 문제 원인을 자신에게 돌렸고, 자책은 비수가 돼 마음을 찢었다. 결국 K는 살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러던 중 K는 가깝게 지내던 S도 일년 가까이 항우울제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 겉으로 보기에 밝고 아름다우며, 부족한 점이 없어 보이는 S였다. 취업준비생인 S는 자신의 꿈을 위해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S가 취업하지 못한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이 채용을 줄인 탓도 있었다. 가끔 면접까지 갔지만 단지 운이 나빠 탈락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S 역시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내가 무능해서, 부족해서, 남들이 우월해서. 끊임없는 자책은 S를 무저갱 속으로 가라앉혔고, 다시 일어설 힘마저 앗아갔다.

게다가 S는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우울증을 겪는 이들에 대해 정신질환자로 치부하거나, 의지박약 문제로 가볍게 여기는 걸 알기 때문에 병원에 다닌다는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다.

현대인은 누구나 마음이 아프다. 특히나 청년들에겐 생존조차 과업이 된 오늘날이다. 취업, 직장, 결혼, 육아 등 저마다 많은 압박을 받으며 살아간다. 평소와 다르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압박이 몰려올 때, 사람의 마음은 위기를 겪는다.

방어기제가 강한 사람은 말 그대로 ‘쿨’하게 넘기거나 원인을 외부로 돌리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은 압박의 원인을 자신에게 찾는다. 원인을 자신에게 찾는다고 해서 항상 해결되진 않는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사실을 맞닥뜨리면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이 같은 자기 탓의 정도가 커지면 결국 우울증으로 이어지게 되고, 심지어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한다. 말을 안 하고 있을 뿐이지 주변에 우울증을 겪는 이들은 정말 많다.

“단지 운이 나빴을 뿐입니다. 갑작스럽게 예기치 못한 시련이 몰려왔는데 그걸 마음의 면역력이 받아들이지 못한 것뿐이에요”라고 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말했다.

그래, 단지 운이 나빴을 뿐이다. 네 탓이 아니다. 그리고 우울증은 우려하는 것처럼 심각한 정신질환도 아닌 그저 단순한 마음의 감기라고 말하고 싶다. 의학과 시간의 힘을 빌리고 나면 한철의 감기처럼 지나가겠지. 그러면 더 이상 마음은 우울하지 않고, 그날의 하늘과 공기, 풍경만 남게 될 것이다.

김범수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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