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원칼럼] 청년들, '나랏빚 독박' 써도 괜찮나

강호원 입력 2021. 1. 2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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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조 빚 살포' 마다 않는 靑·여당
늙은 세대가 '망국 독배' 강요하나
청년이 갚을 빚, 2060년 5400조원
빚내도 되는지 젊은이에게 물으라

‘빚더미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 이는 역사를 관통하는 진리다. 조선이 그랬다. ‘삼정의 문란’으로 파탄 난 재정.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식물 나라’로 변해 비바람에 휩쓸리지 않기를 기도할 뿐. 일본의 침략을 부른 것은 바로 조선의 재정파탄이다. 조선만 그랬을까. 한때 대륙을 호령한 명(明)도, 세계의 부를 그러모은 청(淸)도 재정파탄으로 명운을 다했다.

백성은 어찌 되었을까. 가난과 상잔, 침략…. 아귀의 고통을 맛봐야 했다.
강호원 논설위원
지금도 다르지 않다.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 실낱같은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북상하는 중남미 난민들. 그들은 파탄 난 나라의 국민이다. ‘돈 살포’ 포퓰리즘으로 집권 14년 만에 나라를 거덜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인은 브라질로 몰려든다. 조국? 그들에게 국가는 가난을 선물한 굴레일 뿐이다.

과학이 지배하는 21세기. 과연 이성의 시대일까. 거짓과 비이성이 난무한다. 정치인의 거짓과 대중의 비이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파탄은 그 결과다.

우리 역사에도 거짓 프로파간다가 참사를 부른 예는 수두룩하다. 김영삼정부 때다. 1996년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후 대통령은 외쳤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이라고. 선진국다워야 했기 때문일까, 금융시장을 활짝 열어젖혔다. 어찌 됐을까. 나라가 거덜 났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외환위기가 터졌다. 기업은 줄도산하고,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사람은 엄동설한 거리에 나앉았다.

제 실력도 모른 채 ‘선진국 팔이’ 정치를 했으니, 나라 운명은 벼랑을 향했다. 우리나라는 부자나라, 선진국일까. 냉철한 이성이 지배하는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지금도 신흥시장(Emerging market)으로 분류한다. 왜? 거센 바람이 불면 쓰러질 약체의 나라인 탓이다. 돌아보면 20여년 전 ‘선진국 팔이’는 재롱 수준이다.

지금은 차원을 달리하는 ‘부자나라 쇼’가 벌어진다. 나라야 망하든 말든 겁도 없이 ‘빚낸 돈’을 마구 뿌린다. “정부가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고 소리치며. 포퓰리즘으로 망한 나라에서 보던 행태다. 정작 국부를 쌓는 기업에는 ‘반시장·반기업’ 족쇄가 채워졌다. 사막처럼 메마른 토양에 선 기업들, 어찌 일자리를 만들겠는가.

구직·청년·육아 수당, 반값 대학등록금, 노인 일자리 지원금…. 빚낸 돈을 뿌리는 이런 정책도 모자라 이젠 자영업자의 영업손실을 아예 법률로써 보상하겠다고 한다. 여당 일부 안대로라면 월 24조원 이상을 쏟아부어야 한다. 4개월에 100조원, 1년에 300조원. 코로나19는 언제쯤 가라앉을까. “법제화를 통해 지원한 나라는 찾기 힘들다”고 한 기획재정부 차관에게는 “개혁 저항 세력” 낙인이 찍혔다. 낙인찍은 장본인은 정세균 국무총리다.

나라 재정을 파탄 내는 것이 개혁인가. ‘개혁’은 거짓에 오염된 저잣거리 용어로 변했다.

파탄의 수레바퀴는 빠르게 구른다. 문재인정권의 ‘빚 살포’. 국가채무는 올해 말 956조원. 추경을 한 번만 더 하면 1000조원에 가까워진다. 집권 4년 반 동안 늘어난 나랏빚은 무려 약 300조원에 이른다. 공기업에 떠넘긴 빚은 또 얼마일까.

‘빚쟁이 정부’의 실상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까지 난무한다. 기재부는 “국가채무비율이 2045년 99%로 치솟은 후 2060년에는 81.1%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왜 떨어질까. “그때 가면 채무를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황당한 궤변이다. 국회 정책예산처의 전망은 이렇다. 2060년 국가채무비율 158.7%, 국가채무 5415조원.

그 빚은 누가 감당해야 할까. 젊은 세대가 떠안아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독박 세대’다. 은퇴할 늙은 세대가 저지른 ‘돼먹지 않은’ 포퓰리즘에 따른 빚잔치를 청년과 어린 세대가 모두 감당해야 한다. 정부가 빚을 뿌려 국민을 부자로 만들 수 있을까. 눈이 녹으면 온갖 쓰레기가 눈앞에 드러난다. ‘거짓 환상’에서 깨어나 베네수엘라인처럼 가난뱅이로 변한 우리 자신을 보게 될 날은 얼마나 멀리 있을까.

묻게 된다. 청년들은 ‘나랏빚 독박’을 써도 괜찮은지.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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