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야구단 매각은 ESG 경영 연장선, 비인기종목 계속 지원"

강기헌 입력 2021. 1. 26. 00:05 수정 2021. 1. 26.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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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성 강해 사회공헌과 거리감"
신세계그룹과 이르면 오늘 MOU
한국시리즈 4차례 우승 명문 구단
뒤늦게 안 구단측 충격 속 말아껴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에서 우승을 차지한 SK와이번스 선수들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헹가래 치고 있다. [뉴스1]

SK텔레콤이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신세계그룹에 매각키로 한 것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연장선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5일 “SK와이번스 매각은 ESG 경영을 강조하는 상황과 연결된 것”이라며 “프로야구는 상업성이 강해 체육 지원이라는 사회 공헌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태원 SK 회장은 이달 초 신년사에서 올해 경영 기조로 ESG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기후 변화나 범유행 같은 대재난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먼저 무너뜨린다. 이로 인해 이미 수많은 사회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며 “기업도 더는 이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SK텔레콤의 프로야구단 매각은 최 회장에게도 보고하고 재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야구단 매각 결정 이후 SK그룹과 최 회장 등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매각과 별도로 SK그룹은 핸드볼 등 비인기 종목에 대한 그룹 차원의 스포츠 지원은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의 지원과 별도로 SK텔레콤은 빙상과 펜싱 종목을 지원하고 있다.

SK 사정에 정통한 한 야구 관계자는 “SK그룹이 최근 프로 스포츠보다는 핸드볼 등 비인기 종목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굳혔다. 야구단을 인수할 만한 기업을 찾던 차에 적절한 파트너를 만났다”고 귀띔했다.

SK텔레콤이 SK와이번스를 창단한 건 지난 2000년 3월이다. 2000년 쌍방울 레이더스를 인수해 재창단한 SK와이번스는 지난 20년간 네 차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등 명문 구단으로 성장했다. 기업 입장에서 야구단은 마케팅 효과는 높지만,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 SK와이번스는 2019년 영업적자 6억원을 기록했다. 은행 차입금도 9.5억원(2018년)에서 2019년 35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는 코로나19에 따른 무관중 경기로 적자 폭이 전년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매각이 성사될 경우 SK와이번스와 삼성라이온즈 지분을 모두 보유하게 된다. ㈜신세계는 삼성라이온즈 주식 2만9000주(전체 14.5%)를 소유하고 있다. 제일기획(지분율 67.5%), CJ제일제당(15%)에 이어 3대 주주다. 이런 이유로 재계에선 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를 인수할 경우 삼성 라이온즈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상세히 설명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에 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를 인수하면, KBO리그 40년 역사에서 기업 간 야구단을 양수·양도한 역대 여섯 번째 사례가 된다. 2001년 기아자동차가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한 이후 20년 만이다.

야구단 매각 소식을 미리 알지 못했던 SK 야구단 관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민경삼 사장과 류선규 단장 등 고위 관계자들은 말을 아낀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SK 구단 관계자는 “구단 매각과 관련한 입장은 SK텔레콤으로 일원화해 전달할 계획이다. 구단에서도 실제로 아는 내용이 많지 않아 드릴 말씀이 별로 없다”고 말을 아꼈다. 두 회사는 이르면 26일 SK와이번스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강기헌·추인영·배영은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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