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메이저 결승 앞둔 신민준 “커제 두렵지 않다”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1. 1. 26. 03: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요바둑]

신민준(22)과 커제(24). 귀에 익숙한 결승 조합은 아니다. 커제에겐 세계 최정상권 스타라는 꼬리표가 붙어있고, 신민준은 아직 정점에 이르지 못한 신예란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그런 둘이 내달 1일부터 세계대회 패권을 겨룬다. 제25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이다. 3판 중 먼저 2승을 따내는 쪽이 우승 상금 3억원을 차지한다.

LG배는 유서 깊은 기전이다. 한국이 10번, 중국이 11번 우승하며 양강(兩强) 체제를 떠받쳐 왔다. 일본(2회)과 대만(1회)까지 4국이 고루 정상을 밟아본 메이저 기전은 LG배뿐이다. 지난해엔 만 19세 신진서가 박정환 아성을 허물고 새 시대를 열어젖혔다. ‘양신(兩申)’이 곧바로 바통을 주고받은 것도 심상치 않다.

신민준(왼쪽)과 커제가 지난해 11월 박정환·변상일과 준결승전을 치르는 모습. 둘은 제25회 LG배 우승컵을 놓고 내달 1일부터 결승 3번기를 갖는다. /한국기원

커제(柯潔)의 등장도 주목받고 있다. 여덟 줄에 달하는 그의 세계 메이저 정복 리스트에 LG배는 없다. 22회 및 24회 때의 4강이 최고 성적이다. “처음 결승에 올라 너무 기쁘다. 소중한 기회를 꼭 살리고 싶다”는 말에서 우승을 향한 간절함이 묻어난다. 그가 올해 상반기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오른 기전은 LG배뿐이어서 더욱 그렇다.

신민준은 세계 정상 노크 자체가 처음이다. 2년 전 제23회 LG배서 거둔 4강이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통합예선 통과에 실패, 와일드카드로 본선에 나가 한국 기사 중 유일하게 4강에 오름으로써 더 화제가 됐었다. 신민준과 LG배의 인연은 꽤나 끈끈하다.

많은 데이터는 일제히 커제의 우세를 가리키고 있다. 커제가 26개월째 대륙의 일인자로 군림 중인 반면 신민준은 한국 4위에 불과하다. 2019년 신민준의 20세 이하 세계대회(글로비스) 제패를 커제의 메이저 8회 우승과 비교할 수는 없다. 상대 전적서도 2승 4패로 밀린다. 초창기 신민준이 2연승했다가 커제가 4연승으로 뒤집었다.

하지만 이번 결승 무대 등정 발자취를 되돌아보면 신민준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왕위안쥔 딩하오 이태현에 이어 준결승에서 거함 박정환을 침몰시켰다. 박건호 신진서 원성진 변상일을 제친 커제에 못지않다. 박정환·신진서의 전기(前期) 결승 커플을 신민준·커제가 대체한 모양새다.

신민준은 최근 약 한 달에 걸쳐 슬럼프를 겪고 있다. 12월 초 중국 갑조리그 커제전이 출발점이었다. “우세했던 판을 패한 충격이 오래갔다”고 했다. 하지만 커제도 완벽한 페이스는 아니다. 지난해 9월 이후 잉씨배서 셰커에게, 몽백합배에선 판팅위에게 막혔다. 지난주 춘란배 준결승서는 탕웨이싱에게 초대형 대마가 잡히는 수모도 겪었다. 그 과정 속에 중국 랭킹 점수도 많이 까먹었다.

신민준은 “승부는 상대 아닌 나 자신에게 달렸다. 최근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커제가 두렵다는 마음은 전혀 안 든다”고 했다. 결승 이전까지 소화할 대국은 쏘팔코사놀(설현준)과 바둑리그(박정환) 2판이다. “내 몫을 꼭 하고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신진서의 2개 메이저 결승 진출을 의식한 발언이다.

최규병 9단(LG배 전속 해설위원)은 신민준의 4대6 열세를 점치면서도 속단을 경계했다. “커제의 강점인 초반은 인공지능 발전으로 거의 대등해졌다. 힘을 모았다가 중반전에 쏟아내는 신민준 스타일이 먹힐 가능성도 있다”는 것. 커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흑번(黑番)이 이번 결승 승부처가 되리란 전망도 나온다. 새해 초 펼쳐질 4연속 메이저 결승 시리즈의 첫 주인공은 누구일까.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