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쓴 돈이 번 돈 6배..김범수 가족회사 '케이큐브' 미스터리
아들·딸 근무, 대표이사는 동생
김범수 부부는 '기타 상무이사'
임직원 5명에 급여 14억원
연매출 4억인데 비용 24억
카카오 배당수익금 40억 넘지만
결손기업이라 법인세 한푼 안 내
절세 노린 페이퍼 컴퍼니 의혹
“거긴 개인기업이라… 자세한 사정은 모릅니다.”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아내와 자녀를 포함한 친인척에게 1400억원대의 카카오 주식 증여를 한 이후 카카오 쪽에선 줄곧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김 의장의 두 자녀가 이 회사에서 1년 남짓 근무하고 있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25일 <한겨레>가 카카오 삼성오피스가 입주한 서울 강남구 삼성역 앞 한 건물에 가보니, 안내 표지판에 케이큐브홀딩스가 15층에 있다고 적혀 있었다. 케이큐브홀딩스 누리집에 나온 대표번호로 전화를 거니 카카오의 한 계열사 직원이 받으며 “(여기에) 케이큐브홀딩스 직원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카오 안내데스크 직원은 케이큐브홀딩스 입주 사실을 확인하며, “사전 예약이 없이는 누구도 만날 수 없다”고만 말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대기업집단 카카오의 2대 주주(11.26%·2020년 9월 말 기준)이지만 꽁꽁 베일에 싸여 있다. 아이티(IT)업계에선 이 회사의 존재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또 다른 카카오 계열사인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와 혼동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한겨레>가 케이큐브홀딩스의 숨겨진 내막을 들여다봤다.
■ 손익계산서는 말한다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는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라 쓰기 위한 회사로 보인다. 2019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를 보면, 한 해 매출은 4억원이지만 영업적자 25억원, 당기순손실은 30억원이다. 영업 손실이 매출의 6배에 이른 이유는 돈을 많이 쓴 탓이다. 급여 지출이 14억원이며 접대비도 2억7천만원이다. 교통비(차량유지비 포함)는 7천만원에 이르며 임차료도 1억5천만원을 웃돈다. 영업 관련 비용(판매비 및 관리비·24억원)이 매출의 6배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를 보면, 2019년 말 기준 이 회사의 임직원은 모두 5명이다. 5명이 힘을 합해 연간 24억원을 나눠 쓰면서 4억원을 번 셈이다. 임직원 5명 중 3명은 김범수 이사회 의장 일가다. 2013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은 김화영씨는 김 의장의 남동생이다. 김 의장과 그의 부인 형미선씨는 2016년 11월부터 ‘기타 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려놨다. 나머지 직원은 사내이사인 김탁흥씨와 감사를 맡고 있는 강성씨(카카오인베스트먼트 감사 겸직)다.
김 의장은 케이큐브홀딩스에서 별도의 돈을 받아갔다. 2019년 말 이 회사가 현재의 사옥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입주한 빌딩 ‘씨앤케이’ 소유주는 김 의장이다. 2019년 한 해에만 임차료 명목으로 1억2500만원(보증금 8천만원)을, 한 해 전에는 1억6천만원을 김 의장은 챙겼다.
■ 세금 덜 내려 껍데기 필요했나?
케이큐브홀딩스는 사업 목적을 ‘경영컨설팅 및 공공관계 서비스업’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실제 수입은 카카오 등 카카오 계열사로부터 들어오는 배당금이 중심을 이룬다. 2019년의 경우 카카오 12억원을 포함해 배당금 수입은 41억원이다.
이에 케이큐브홀딩스의 실제 존재 이유는 ‘절세 목적’이라는 의구심이 인다. 김 의장이 케이큐브홀딩스라는 ‘도관’을 만들어 배당에 붙은 세금을 줄인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의장이 직접 카카오 등으로부터 배당금을 수령할 땐 40% 이상의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할 경우엔 급여엔 소득세를 내지만 배당 자체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결손기업인 터라 배당 수입에 대한 법인세도 한 푼 내지 않았다.
또 김 의장은 케이큐브홀딩스에서 받은 임차료를 공정위에 보고 및 공시를 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공정거래법상 계열사가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과 자금을 주고 받거나 임대 등 자산 거래를 할 땐 그 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공정위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고의성 여부는 조사해봐야 하지만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소지가 짙다”고 말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가 의심된다. 절세 전략과 더불어 계열사 배당 수입을 토대로 한 급여 소득 등은 앞으로 김 의장 자녀의 승계 비용으로 쓰일 공산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 쪽은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와 별도의 사업 거래가 없는데다 김 의장 개인회사인 터라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경락 최민영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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