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철 "후배들에 선한 영향력 미치는 발레마스터 될 것"

장병호 2021. 1.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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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발레마스터 제안을 받았을 때는 영광스럽고 감사한 자리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무용수니까 춤을 더 추고 싶었거든요."

처음엔 제안을 마다했던 이영철이 발레마스터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그동안 무용수로서 자신을 돌아본 결과였다.

강 단장이 수석무용수로 한창 날아오르고 있던 이영철에게 발레마스터를 제안한 것은 문화예술 분야 중에서도 은퇴가 빠른 발레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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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활동
올해부터 발레마스터로 '제2의 인생'
"발레가 변방에 있던 날 무대에 세워줘"
"관객에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함께할 것"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처음 발레마스터 제안을 받았을 때는 영광스럽고 감사한 자리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무용수니까 춤을 더 추고 싶었거든요.”

올해부터 국립발레단 발레마스터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영철(43)은 4년 전 강수진 단장으로부터 처음 발레마스터 제안을 받았던 때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2009년부터 수석무용수로 국립발레단을 든든히 받쳐온 그가 춤추는 일 대신 누군가를 지도하는 일을 택하는 건 쉽지 않았다.

국립발레단 발레마스터 이영철(사진=국립발레단).
발레마스터는 프로스포츠의 코칭스태프처럼 무용수와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역할이다. 처음엔 제안을 마다했던 이영철이 발레마스터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그동안 무용수로서 자신을 돌아본 결과였다. 그는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국립발레단 사무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춤을 계속 추는 것도 좋지만 후배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단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의미 있는 작업을 이어가며 발레단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발레마스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강 단장이 수석무용수로 한창 날아오르고 있던 이영철에게 발레마스터를 제안한 것은 문화예술 분야 중에서도 은퇴가 빠른 발레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었다. 발레 무용수는 30대가 넘어서면 체력 유지가 쉽지 않아 무용수 활동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018년 한국무용 안무가인 장혜림과 결혼을 준비하며 생겨난 고민도 발레마스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결혼 이후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용수 이후의 삶을 생각하게 됐다. 발레마스터가 되는데 가장 큰 응원을 해준 이도 아내였다. 이영철은 “발레마스터가 되지 않고 개인적인 활동을 할 수도 있었지만 아내가 ‘발레마스터는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용기를 북돋아 줘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발레에 대한 이영철의 애정은 남다르다. “발레가 나의 인생을 만들어줬다”고 말할 정도다. 어린 시절 자신의 방황을 바로잡아준 것이 바로 발레였다.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싸우며 말썽만 피웠던 이영철은 10대 후반 가수들의 백댄서로 춤과 처음 만났고, 스무 살 무렵부터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발레를 만난 뒤 몸을 다치지 않게 하려다 보니 행동 하나하나가 다 바뀌었다”며 “발레가 변방에 있던 나를 무대 중심에 설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목적지에는 더 빨리 도달했다. 2002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그는 2009년부터 11년간 발레단 내 최고 위치인 수석무용수로 활동했다. 비결은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 그리고 어떤 일에도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긍정적 태도였다. “무용수들이 가장 힘들 때는 원하는 작품에 캐스팅이 안 됐을 때죠. 저도 수석무용수이면서도 주역을 맡지 못할 때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나 자신에게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했어요.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수석무용수 활동은 끝났지만 무용 창작활동까지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이영철은 “발레마스터 활동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좋은 기회가 있다면 안무가이자 무용수로 예술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영철이라는 무용수가 부족함에도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은 관객 사랑 덕분이었다”며 “이제는 무용수를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관객에게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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