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9.19 남북 군사합의는 살아있다

김관용 입력 2021. 1.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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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지난 2018년 9월 남북 국방 수장은 평양에서 양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잘 알려진 대로 이 합의서에는 상호 적대행위 중지와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 등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을 담고 있다. 특히 남북군사당국은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등에 대해서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연합연습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사합의에 명시된 문구를 언급한 것이지만, 일각에서 이를 문제 삼으며 논란이 됐다. ‘북한 위협에 대비한 훈련’을 위협 당사자인 북한과 협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9.19 군사합의는 사실상 사문화됐으며 아직 구성되지도 않은 군사공동위원회를 언급한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연합연습은 주권 문제로서 한미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중요한 사실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안보와 관련된 어떠한 문제도 대화를 통해 협의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자 국제사회의 불문율이다. 6.25전쟁 시 쌍방은 3년여 기간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764일 동안 회담장에서 정전협정에 대해 논의했다.

또 1990년대 군사적 대치로 불안한 상황에서도 남북기본합의서가 체결됐다. 북한의 지뢰·포격 도발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5년 8월에도 남북 고위당국자들은 판문점에서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았다.

국제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유럽에서는 잠재적 적대국간 군비통제 협상을 통해 상호 군사훈련의 통제·참관·정보교환·검증을 합의한 사례가 있다. 1975년 헬싱키 협약이 대표적이다. 약 10년 동안 130회의 군사훈련 사전 통보와 77회의 훈련 참관인 초청이 이뤄졌다.

1986년 스톡홀름 협약 이후에는 약 2년간 74회의 군사훈련 사전 통보와 33회의 훈련참관인 초청이 있었다. 18회의 현장검증도 진행됐다. 이는 잠재적 적대국간 대화를 통한 군사적 신뢰 구축의 모범 사례로 지금도 평가되고 있다.

지금은 9.19 군사합의를 이행해 군사공동위원회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과제를 심화시켜야 하는 시점이다. 군사합의 이전 한반도 상황을 되돌아보자. 북한은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의 연평해전과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및 연평도 포격도발을 했다. 지뢰 도발도 감행했다.

그러나 군사합의 체결 이후 군사합의 이후 지상과 해상, 공중 접경지역에서는 군사 상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군사합의가 사문화되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특히 남북은 GP를 철수하고 판문점을 비무장화시켰다. GP가 철수된 곳에는 ‘DMZ 평화의 길’이 조성돼 국민들이 현장을 방문했다. 내·외국인들이 권총 한 자루 없는 판문점을 찾고 있다. 게다가 지난 2여 년 동안 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는 2300여점의 유해가 발굴됐다. 9명의 국군전사자 유해와 유품이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특정 사안에 대한 합의는 관련 당사자 간 충분한 공감대와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안보 현안들을 군사공동위원회에서 운영토록 합의한 것이다. 연합연습 관련 사안도 한반도의 안보 상황과 미국과의 협의, 그간의 남북 합의 등 제반 사항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결정된다.

과거에도 남북 및 북미대화의 흐름 속에서 1990년대에는 연합연습인 ‘팀스피리트’ 훈련이 취소됐다. 2018년 북미정상회담 이후 연합연습이 연기·유예되기도 했다. 마치 남북관계와 한미관계가 따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는 것은 현실과 큰 차이가 있다.

지금은 일부 합의가 이행되지 않고 있지만 군사합의는 남북 군사당국이 맺은 ‘약속’이다.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가동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설립을 논의한 기구이기 때문에 남북이 합의하면 곧바로 운영할 수 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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