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30% 공공기관 다니는 스웨덴, 공무원 월급은 한국 절반.."정년보장·근속연수 없어"

세종=최효정 기자 2021. 1. 2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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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과잉시대]
OECD 평균보다 낮아 공공부문 늘리겠다는 文정권
공공부문 비중 높은 스웨덴 비결은 ‘유연성’과 민간보다 낮은 임금
전문가들 "호봉제·종신고용…경직적인 한국에선 ‘지속 불가능’"
공무원 연금 등 과도한 혜택, 국민에 감당하기 어려운 청구서로 올 것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일자리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공부문 근로자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의 절반인 10%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공약은 상당수 목표를 달성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 따르면, 공무원을 포함한 공공부문 근로자 비중은 현 정부 출범 후 2019년말 9.5%까지 상승했다. 열명 중 한 명이 공공부문 근로자인 셈이다. 2년 반동안 22만명의 공공부문 근로자가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대란을 반복하고 있는 일자리 정책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아킬레스 건’이다. 공공부문 일자리가 비대해지고 있지만,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으로 민간 일자리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 공약은 일자리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듣는다.

전문가들은 ‘한번 들어오면 나가지 않는’ 한국형 공공부문 일자리의 특성이 바뀌지 않는 한 문재인 정부식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만60세 정년 보장, 호봉제, 연금제도 등이 유지되는 공공부문 일자리는 국민들에게 막대한 부담을 전가하는 세금 폭탄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성과에 맞는 직무급제와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채용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으면 공공부문은 국민 호주머니를 갉아먹는 공룡집단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체 고용인원의 30% 가량을 차지하면서도 근로자 평균 정도의 급여수준으로 유지되는 스웨덴의 공공부문 개혁을 본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방공무원 7급 공개채용 시험이 열린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중학교에서 한 응시자가 시험장을 확인하고 있다./연합뉴스

◇OECD 평균보다 낮다며 공공부문 채용 확대 나선 文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공약을 제시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종사자 비율(2013년 기준 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는 이유에서였다.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을 OECD 평균 수준에만 맞춰도 국민들의 일자리 고통이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현재 국민의 생활안정, 의료, 교육, 보육, 복지 등을 책임지는 공공부문 일자리가 전체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OECD 국가 평균이 21.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7.6%밖에 안된다. 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라면서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을 3% 올려 OECD 평균의 절반만 돼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승리 후 문재인 정부는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를 확충하는 ‘일자리 로드맵’을 발표했다. 경찰, 소방관 등 생활·민생 공무원 17만4000명을 추가로 채용하고, 보육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34만명 늘리고, 공공기관 등 간접고용 인원을 직접고용으로 돌려 30만명을 충원한다는 계획이었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계획은 목표치에 근접했다. 통계청의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공공부문 일자리는 260만2000명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1만8000개 이상 늘어났다. 공공부문 일자리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일자리 대란은 끊이지 않았다. 2018~2019년 2년 사이 최저임금을 30% 가량 급속 인상하면서 민간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2018년 취업자 증가폭이 9만7000명으로 쪼그라든 후 2019년에는 30만명으로 회복됐지만, 대부분이 정부가 세금으로 만든 노인 일자리이기 때문에 민간 시장엔 냉기만 흘렀다. 2019년 30대와 40대는 취업자가 5만명과 16만명씩 줄었다.

◇결과의 평등 왜곡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도

기준이 없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불공정 논란을 확대시켰다. 특히 지난해 6월 인천공항 보안검색원 직접고용 방침(인국공 사태)를 두고서는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공정 사회냐"는 극심한 청년층의 반발이 쏟아지기도 했다.

당초 인천공항공사는 보한검색 요원을 공사 자회사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보안검색 요원들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아 "안전과 생명 관련 업무 분야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 하겠다"고 약속한 이후 본사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공사 측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후 공사 측이 정규직 고용 방침을 밝히며 ‘역차별’ 논란이 나왔다. 정부의 원칙없는 정규직화로 일반 취준생들이 얻기 힘든 고연봉 정규직 일자리를 얻는 것은 결과의 평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었다.

국민 반발 여론과 이해관계자 간 충돌이 이어지며 정규직 전환이 지연됐고 이 과정에서 정부는 석연치않은 이유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던 구본환 전 사장을 해임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안팎에서는 구 사장이 정규직 전환문제를 조기에 매듭짓지 못한 게 경질사유라는 얘기가 나왔다.

정부는 올해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등을 합한 전체 채용 규모는 11만7000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만 37조원을 쏟아부었는데, 올해도 수십조원을 쏟아부워 재정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단 것이다. 공공부문의 경직성을 고려할 때 한 번 뽑고나면 ‘자를 수도 없어’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청구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철밥통 고임금 한국 공무원 VS 민간보다 임금적은 스웨덴 공무원

정부는 이같은 공공부문 비중 확대를 두고 한국의 공공부문 채용 비중이 OECD 국가 평균보다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의 공공부문 경직성과 공무원 고임금 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비교에 불과하다. 공공부문 비중이 높은 다른 국가들의 경우 공공부문에도 민간의 성과급 체계를 적용하는 등 재정에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전체 고용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8.1%로 한국의 세 배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스웨덴의 공공부문 보수 및 급여체계는 성과급여체계로 맡은 책임과 정도에 따라 각자 다른 급여를 지급받는다. 민간과의 임금 격차도 합리적이다.
스웨덴 공공부문 근로자 평균임금은 451만원으로 민간부문 근로자의 평균임금(478만원)보다 5.7% 가량 낮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우리나라 공무원 기준소득월액 522만원은 전체 근로소득자의 월평균 소득인 297만원보다 1.8배나 높았다. 물가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공무원의 평균임금이 스웨덴 공무원의 두배에 달하는 것이다. 우리 공무원 120만명을 고용할 때 스웨덴에서는 240만명을 고용할 수 있는 셈이다.

스웨덴 공공부문은 고용 유연성도 민간과 비슷하다. 스웨덴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민간기업 근로자와 동일한 노동법과 규정을 적용받는다. 진급에 있어 근속연수가 적용되지 않고, 정년도 보장되지 않는다. 민간과 마찬가지로 종신고용이 존재하지 않으며 고용보장은 오로지 개인의 성과와 능력에 달려있다. 이같은 유연성이 공공부문 채용비중이 높아도 재정에 부담이 가지 않는 ‘지속 가능한’ 체제를 만들어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직적인 한국의 공공부문 채용 제도를 바꾸지 않고 일자리를 늘릴 때 증가할 세금 부담에 대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앙화된 채용과정과 근속연수를 기반으로 한 임금체계, 정년보장, 연금 등이 남아있어 경직적인 한국의 공공부문 일자리 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부문 규모를 늘리고 있는데 과거 공무원 연금은 공공부문 일자리가 민간보다 보수 등이 적어 일자리여서 이를 보상하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민간의 치열한 경쟁이나 실직의 위험없이 안정적인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 연금 혜택까지 누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직무급 체계를 도입한다고 했으나 특성상 결국 호봉제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국민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결국 공무원 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해 운영하는 등 방안을 도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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