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유니폼 기뻐 입고 잤는데.. 이마트 유니폼으로 시즌 맞는 최주환

장민석 기자 2021. 1. 26. 06: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마트가 SK 와이번스 인수하며
굴곡의 인천 야구에 6번째 팀이 돼
최주환이 SK 입단식 당시 받은 53번 유니폼을 입고 최근 포즈를 취한 모습. 이마트가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며 이 유니폼을 입은 최주환의 모습을 올 시즌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게 됐다. / 고운호 기자

지난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최주환(33)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백넘버 53번이 박힌 제 SK 유니폼이 400장 이상 팔렸다고 전해 들었어요. 두산에서 가장 많이 팔렸을 때 1년치 판매량을 SK 입단 후 한 달 만에 달성한 거죠. SK 팬들이 절 환영해준다는 생각에 정말 기뻤습니다.”

최주환은 지난달 SK 와이번스와 4년간 총액 42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아직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지 않아 정식 유니폼을 수령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는 입단식 당시 받은 SK 유니폼을 소중히 챙겼다.

SK 유니폼을 입은 최주환의 모습. / 고운호 기자

“15년간 고생해 이뤄낸 FA였으니까요. 기쁜 마음에 그날은 유니폼을 입고 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최주환은 그 유니폼을 입고 2021시즌 그라운드에 서지 못한다. 신세계 이마트가 SK 와이번스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팀 이름도 달라지고, 유니폼도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최주환의 SK 유니폼을 이미 구입한 400여 팬들도 허탈해졌다. 이제 어디서도 구하기 어려운 ‘레어 유니폼’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야 할까.

쌍방울과 SK에서 뛰던 김원형 감독의 모습. 그는 한 번도 팀을 옮기지 않았지만 그를 '원 클럽 맨'이라 부르긴 애매하다. / 조선일보DB

◇ 김원형 감독의 얄궂은 운명

김원형(49) SK 와이번스 감독도 이마트의 구단 인수 추진 소식이 알려지며 화제에 올랐다. 그는 선수 시절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전주 출신인 그는 1991년 고향 팀인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해 에이스로 활약했다. 곱상한 외모로 ‘어린 왕자’라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쌍방울이 경영난으로 2000년 1월 해체했고, 쌍방울 선수단을 승계한 SK 와이번스가 인천을 연고로 새로 창단하면서 김 감독도 유니폼을 바꿔 입게 됐다.

2011년까지 SK에서 활약하며 통산 134승 144패 26세이브의 기록을 남기고 은퇴한 그는 SK·롯데·두산 코치를 거쳐 올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지휘봉을 잡으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에도 들어가기 전에 또다시 팀이 바뀌는 얄궂은 운명에 처하게 됐다.

이른바 '삼청태현'이라 불린 네 팀의 로고.

◇ 파란만장한 ‘삼·청·태·현’의 역사

김원형 감독을 보듯 한국 프로야구의 팀 역사는 잦은 인수와 매각 등으로 복잡하게 흘러왔다. 특히 인천을 연고로 한 팀들의 역사는 ‘인천 야구 수난사’라 불릴 만큼 어려운 순간이 많았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삼미 그룹은 인천을 연고로 삼미 슈퍼스타즈를 창단했다. 하지만 세 시즌 동안 두 차례 꼴찌를 하는 수모를 맛봤다. 당시 창단 멤버였던 투수 감사용이 1982시즌 1승14패를 거두는 등 고군분투한 내용이 ‘슈퍼스타 감사용’이란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결국 삼미 슈퍼스타즈는 1985년 5월 풍한방직이 70억원에 인수해 청보 핀토스로 탈바꿈했다. 당시 청바지 광고에 허구연 감독(현 MBC 해설위원)을 등장시키는 등 의욕을 보였지만, 1985년부터 세 시즌 동안 최하위 두 번을 하며 인천 팀은 꼴찌 팀이라는 이미지가 자리 잡았다.

1987시즌이 끝나고 50억원에 인천 야구팀 주인은 다시 태평양화학으로 바뀌었다. 태평양 돌핀스는 강력한 투수진을 앞세운 ‘짠물 야구’로 199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인천 야구에도 볕이 들기 시작했다.

현대 유니콘스의 1998년 한국시리즈 우승 장면. 인천을 연고로 한 팀의 첫 한국시리즈 정상 등극이었다. / 조선일보DB

현대가 1996년 돌핀스를 470억원에 인수하며 인천 야구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모기업의 든든한 후원을 받은 현대 유니콘스는 1998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인천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 팀의 첫 우승이었다. 이후 현대는 서울로 연고지 이전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인천 팬들은 마음이 상했다.

하지만 현대는 IMF 사태와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사망 등으로 모기업이 휘청거리며 연고지 이전 비용을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현대 유니콘스는 2000년부터 임시 연고지로 수원에 눌러앉았다. 이는 이도 저도 아닌 선택이 됐다.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2018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는 모습. SK 야구단의 마지막 우승이 됐다. / 김경민 스포츠조선 기자

◇ SK 왕조는 이제 추억 속으로

2000년 인천을 연고로 SK 와이번스가 창단했지만, 인천 팬들은 신생팀 SK와 떠나버린 현대, 어느 팀에도 쉽게 마음을 줄 수 없었다. SK와 현대가 맞붙은 2003년 한국시리즈는 흥행 참패의 시리즈로 남아 있다. 흥행 보증 수표로 통하는 한국시리즈 7차전에도 외야석엔 빈자리가 많았다.

모기업의 지원이 끊긴 현대는 결국 2007시즌을 끝으로 KBO리그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이를 대신해 외국 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투자 회사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제 8구단을 창단했다. 지금의 키움 히어로즈다.

현대를 끝으로 끊어졌던 수원 야구의 역사는 KT가 수원을 연고로 2013년 창단하며 그 명맥을 이었다. 현대가 서울로 못 가서 수원을 선택한 것을 감안하면 진정한 수원 구단의 역사는 KT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반면 김성근 감독이 이끈 SK는 2007·2008·2010년 우승으로 ‘왕조’를 열었다. 2018년에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신흥 야구 명문으로 자리매김했다. SK는 ‘스포테인먼트’에도 앞장서며 즐기는 야구 문화를 이끌었다.

이른바 ‘삼·청·태·현’이 각각 짧게는 3년, 길게는 8년가량 인천을 지켰다면 SK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1시즌 동안 인천을 대표하는 야구팀으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하지만 신세계 이마트가 팀을 인수하면서 SK 와이번스란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신세계 이마트의 새 야구단은 인천 지역에 연고를 둔 6번째 구단이 된다.

SK 팬들은 야구를 좋아하는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이마트 야구단의 구단주로 NC 다이노스의 김택진 구단주처럼 더 좋은 팀을 만들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SK 와이번스란 팀을 응원하며 쌓은 추억들을 떠올리면 서운한 마음을 감출 길은 없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