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테 총리 오늘 사퇴 발표 예고..이탈리아 정국 또 혼란

파리/손진석 특파원 입력 2021. 1. 26. 06:57 수정 2021. 1. 2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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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반수 무너진 연립정부 지키기 위해 승부수 띄운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AFP 연합뉴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26일(현지 시각) 총리직 사임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이탈리아 언론들이 25일 일제히 보도했다. 콘테가 총리직을 아예 내던졌다기보다는 와해 위기로 몰린 연립정부를 되살리기 위해 승부수를 던지겠다고 결심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탈리아는 G7(주요 선진 7개국)에서 가장 정치 불안이 심각한 나라다. 2000년 이후 콘테가 10번째 총리일 정도로 정국 변화가 잦다. 콘테의 사임 승부수 역시 이탈리아식 정치 불안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라레푸블리카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콘테는 26일 오전 내각회의를 소집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곧장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을 찾아가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콘테는 사직서를 낸 직후 마타렐라로부터 곧바로 새로운 연정을 구성할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EPA 연합뉴스

콘테가 이 같은 행보를 예고한 이유는 반체제를 지향하는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민주당이 주축이 된 연정이 무너지지 않게 지탱하고, 자신이 다시 총리직을 이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새해 들어 연정 내 제3정당이었던 마테오 렌치 전 총리의 ‘비바 이탈리아’가 연정 이탈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연정의 과반수가 무너졌다. 즉시 자신에 대한 신임 투표를 자청한 콘테는 무소속 의원들을 끌어당긴 덕분에 신임 투표에서 과반수를 넘겨 한숨 돌렸다.

그러나 이번주 표결이 예정된 사법개혁법안은 야권의 반대가 심해 통과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사법개혁법안 부결의 충격으로 연정이 붕괴하고 조기총선까지 이어지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격차로 우세를 보이는 우파로 정권이 넘어갈 확률이 높다.

따라서 사법개혁법안 표결 이전에 콘테가 사임 카드로 승부수를 던진 뒤 새로운 연정을 구성하겠다는 게 오성운동, 민주당, 콘테의 공통된 전략이라고 이탈리아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연정은 ‘비바 이탈리아’ 대신 다른 소수 정당을 연정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로마에서 주세페 콘테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이 같은 오성운동·민주당의 구상이 성공할 지 여부는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내각 구성 권한을 누구에게 부여할 지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정국 혼란을 막기 위해 마타렐라 대통령이 콘테에게 내각 구성권을 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정치 불안이 고질병이다. 630석인 하원에서 10석 이상 정당만 9개에 이를 정도로 정당이 난립해 있다. 콘테가 신임 투표를 치르고 사임하는 승부수를 던질 정도로 정국 혼란에 빠지게 된 단초를 제공한 ‘비바 이탈리아'는 하원에서 29석을 갖고 있는 원내 6당에 불과하다.

하지만 ‘비바 이탈리아'를 이끄는 렌치 전 총리가 잊혀져 가는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콘테와 충돌하고 독자 노선을 가겠다고 선언했고, 그에 따라 연정의 과반수가 무너지면서 심각한 혼란이 초래됐다.

만약 혼란이 수습되지 않고 조기총선으로 가면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다. 25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원내 1당인 오성운동은 정당별 지지율에서 14.6%로서 4위에 그쳤다. 1위는 23.4%인 극우 성향의 동맹당이다.

따라서 오성운동은 정권 유지를 위해 어떻게든 연정을 유지하려고 애를 쓸 것으로 보인다. 콘테는 법학 교수 출신이며 총리가 되기 이전에 정치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오성운동이 연정의 ‘얼굴 마담’격으로 불러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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