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량 늘어나는데 올해만 77번 멈춘 '제주 풍력'..이러다 '대정전?'
[앵커]
2034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5%를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게 맡기겠다는 게 정부 목표인데요.
신재생 보급이 가장 앞선 제주도에서 그 가능성을 살펴봤더니 넘어야할 산 적지 않아 보입니다.
전기 생산은 늘었는데 '블랙아웃', 즉 대정전 우려까지 나오고, 풍력 발전기를 급하게 멈춰 세우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김유대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풍력 발전기 15기를 운영하고 있는 제주의 한 발전단지.
최근 들어 상황실이 부쩍 바빠졌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전력거래소에서 '출력제한', 즉 발전을 멈추라는 명령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고영준/제주에너지공사 설비운영팀장 : "발전 출력을 제한해달라고 연락이 와서 그에 따라서 저희들도 발전 출력을 줄이고."]
제주 풍력발전소에 대한 출력제한 명령은 지난 2015년 처음 발령된 이후, 해마다 급증해 지난해는 70번을 넘어섰습니다.
나흘에 한 번꼴로 풍력 발전기를 강제로 멈춰세운 겁니다.
전력 과잉생산 때문입니다.
남는 전기를 그냥 흘려보내면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고,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김영환/전력거래소 제주본부장 : "(전력 과잉 생산시) 정상 전압을 초과하는 과전압 현상의 문제가 일어나기도 하고요. 수요를 초과해서 초과 발전이 발생하면 정전을 유발하게 됩니다."]
제주도가 현재 전기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LNG를 사용하는 이런 화력 발전소의 비중이 가장 크고, 육지에서 이렇게 해저케이블로 넘어오는 전력이 30% 정도.
그다음이 제주도에 백여 개가 설치된 풍력 발전기.
그리고 최근까지 800여 곳에 세워져 전력 생산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 태양광입니다.
이렇게 늘어난 신재생 발전량만큼 기존 화력발전의 비중을 낮출 순 없을까?
현재로선 어렵습니다.
신재생 발전량은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인데다, 화력 발전기는 한번 끄면 재가동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김영환/전력거래소 제주본부장 : "(풍력이나 태양광의) 출력 변동이 크게 발생해도 정전이 안 일어나도록 전통적인 (화력)발전기를 최소 운전 대수로, 정격 용량의 50% 수준으로 운전하고 있어야…"]
해법은 두 가지.. 남는 전기를 타지로 보내거나, 전기를 저장했다가 부족할 때 쓰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전력을 육지로 보내기 위한 해저케이블은 설치를 추진하고만 있을 뿐 아직 공사도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전력 저장 장치, ESS를 늘리는 방법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부담입니다.
[윤형석/제주도청 미래전략국장 : "기존 전력망 제도, 전력 산업 제도에서는 우리가 포용될 수 없고 수용될 수 없는 구조예요."]
이런 상황에서 제주 지역의 신재생 발전설비는 2025년까지 지금보다 두 배 넘게 더 늘어날 계획입니다.
결국 당장 올해는 출력제한이 2백회를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김범석/제주대학교대학원 풍력공학부 교수 : "잉여 전력에 대한 활용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가 되지 않고는 출력제한 문제는 굉장히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에 있어서 큰 걸림돌이…"]
체계적인 신재생에너지 활용 계획과 기반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발전량이 늘어도 오히려 전력산업의 불안만 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KBS 뉴스 김유대입니다.
촬영기자:임태호/영상편집:최민경
김유대 기자 (yd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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