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비 오를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

함지현 2021. 1. 2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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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전담 인력 투입·설비 자동화 나서야..비용부담 커
심야 배송 제한에 따른 택배기사 수입 보존도 필요
택배비 현저히 낮아.."서비스 유지 위해 가격 정상화 必"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의 노사 합의 이후 세 가지 이유로 택배 단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로 합의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비용 부담과 배송 물량이 감소하더라도 보존해야 하는 택배 기사의 수입, 비현실적으로 낮은 현재의 택배비 등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관심도가 높아진 지금이 택배비를 정상화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시선도 있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택배사 비용 부담·기사 수입 보존·과도하게 낮은 가격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선 택배사들은 택배기사 대신 분류 작업을 할 분류전담 인력을 투입하고 그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분류작업 설비 자동화에도 나서야 한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의 경우 올해 3월까지 분류 전담인력을 총 4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만 500억원이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 925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금액이다.

이번 합의 이전에 진행하긴 했지만 CJ대한통운이 지난 2017년부터 전국 택배 터미널에 자동분류장치 ‘휠소터’를 도입하는 데에도 1400억원이 들었다. 분류 편의를 높이기 위한 시설 자동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한진도 올해 분류인력 비용 지원에 12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분류시간 단축을 위해 자동 분류기를 추가 도입할 예정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500억원으로 추산했다.

관건은 이런 비용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지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중국 계열사인 CJ로킨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산업 전반적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자산을 팔아서 메꾸는 형태가 아니라 본업인 택배로 돈을 벌어 부담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건강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번 합의에 따라 심야 배송이 제한된다는 점 역시 택배비 인상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택배기사의 주 최대 작업 시간은 60시간, 일 최대 작업 시간은 12시간을 목표로 명시했다. 또 특별히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오후 9시 이후 심야 배송은 제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택배기사의 수입은 택배를 얼마나 배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히 근무시간을 줄여 배달 건수를 줄이면 당연히 수입도 낮아지는 구조다. 과로로 인한 사고는 막아야 하지만 동시에 수입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택배비 인상이 필수다.

마지막으로 택배 단가가 과도하게 낮게 설정돼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택배 사용이 부쩍 늘어난 가운데, 지금과 같은 서비스를 계속 제공받기 위해서는 택배비 ‘정상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공개된 통계상 첫해인 2012년 택배사가 받는 택배비 평균단가는 2506원이다. 이후 2013년 2475원, 2014년 2449원, 2015년 2309원, 2016년 2318원, 2017년 2248원, 2018년 2229원으로 매년 줄었다. 2019년 2269원으로 다소 올랐지만 지난해 단가는 다시 역대 최저 수준인 2221원으로 추정된다. 8년 만에 11.3%나 감소했다.

단가 인하 요인은 다양하다. 일단 치열한 택배사 경쟁이다. 적정가를 포기하고 더욱 낮은 가격으로 계약하더라도 온라인 쇼핑몰과 같은 화주로부터 입찰을 따내는 게 우선이다.

택배 서비스를 무료 혹은 저렴하게 받는데 익숙해진 고객 인식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겼다. 지금의 가격을 유지하면서 부담해야 할 비용만 커질 경우 서비스 질의 하락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동안 시장 논리라며 단가 인하를 지켜만 본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기도 한다.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노동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연구 용역 바탕으로 인상 폭 정해야…소비자 부담 최소화”

업계에서는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택배기사 처우개선을 위한 단가인상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판단, 지금이 전반적인 구조적 단가 인상을 추진할 기회로 본다.

그렇다면 택배 인상 가격은 어느 정도 수준이 적정할까. 건당 80원~100원 수준의 인상 얘기가 오가기도 하지만 정확한 금액은 철저한 연구용역을 통해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외부 연구기관을 언급하는 이유는 택배사 자체적인 단가 인상은 힘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부의 평가와 정부의 강제적 입김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왜곡된 구조적 문제만 해결된다면 택배비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은 의외로 최소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일부 쇼핑몰들의 택배비 ‘백마진’이다. ‘갑’인 쇼핑몰들이 고객으로부터 택배비 명목으로 2500원을 받지만 일부를 남기고 택배사에는 1500~1700원만 넘기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전체 물량의 60%에 달하는 인터넷 쇼핑몰의 불합리한 거래 관행만 개선돼도 부담을 크게 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경우 소비자는 똑같이 2500원을 내지만 택배사의 수입은 건당 최대 1000원까지 인상한 효과가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택배 단가가 너무 낮은 가격에 형성돼 있어 여러 가지 제도 개선이나 대책을 이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왜곡된 거래 관행과 연구 용역을 바탕으로 한 가격 인상을 투 트랙으로 진행하면서 택배 가격 현실화라는 거대 담론을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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