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한방이죠"..게임스톱 공매도까지 무릎꿇린 美 불개미들

김정남 2021. 1. 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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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더멘털과 무관한 일부 종목들 널뛰기
공매도 헤지펀드, 주가 급등에 숏스퀴즈
"대박 아니면 쪽박" 개미들 몰빵투자에 밀려
월가 일각서 "시장 미쳤다..과열 우려"
'스팩 광풍' 시장 혁신 동시에 버블 징후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사전 화상회의에서 연사로 나와 발언하고 있다. (출처=CNBC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인생 한방이죠.”

미국 개인투자자 군단의 성지인 온라인 커뮤뮤니티 ‘레딧’. 이곳에 올린 한 개인투자자의 글은 요즘 증시가 얼마나 과열돼 있는지 방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한 이 투자자는 아버지의 노후자금을 스마트폰업체 블랙베리에 ‘몰빵’ 투자했다고 한다. 그가 아버지에게 했다는 말은 이렇다. “노후에 요트를 타며 지내거나 아니면 푸드 스탬프(food stamp·미국 저소득층 식비 지원 제도)에 의존하거나, 둘 중 하나겠죠.”

블랙베리 주가는 최근 하루 등락 폭이 수십%에 달하는 이상 급등주인데, 그 배경에 개미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블랙베리보다 변동성이 더 큰 주식이 비디오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이다.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개미들

개미들이 주도하는 ‘위험한 투기’에 증시 과열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닷컴 버블을 능가하는 위기 징후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게임스톱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8.12% 오른 주당 76.7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속내를 살펴보면 상황은 간단하지 않다. 이날 장 초반 게임스톱 주가는 144% 이상 폭등하며 160달러 가까이 치솟았고, 불과 몇 시간 후 전거래일보다 오히려 하락하며 61.13달러까지 수직 낙하했다.

게임스톱 주가가 꿈틀댄 건 지난 13일부터다. 반려동물 용품업체 츄이의 창업자이자 행동주의 투자자인 라이언 코언이 이사회에 합류한다고 밝히면서다. 특히 개미들은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모델을 스트리밍 등 온라인으로 바꾸겠다는 코언의 비전에 돈을 쏟아부었다. 개미들은 주식뿐만 아니라 콜옵션까지 대량 매수했다. FT에 따르면 이날 거래 시작 후 한시간 동안 게임스톱 옵션 매수 물량은 40만계약을 기록했다. 지난 50일 하루 평균 계약 물량보다 많았다.

‘미친 주가’ 이면에는 헤지펀드들도 자리했다. 주가 폭등에 시트론 같은 몇몇 헤지펀드들은 대량 공매도를 했는데, 주가가 계속 치솟자 다급한 나머지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이는, 이른바 숏 스퀴즈(숏 포지션을 커버하기 위해 주식을 집중 매수하는 것)에 나선 것이다. 게임스톱 주식은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으로 알려졌다. CNBC는 “광란의 숏 스퀴즈(short squeeze frenzy)”라고 전했다.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개미에게 헤지펀드가 당한 꼴이 된 것이다.

블랙베리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종가 기준 13일 7.44달러에서 이날 18.03달러까지 올랐다. 7거래일간 상승률이 142.34%다. 게임스톱의 경우 12일 종가 기준 19.95달러에서 이날 76.79달러까지 284.91% 폭등했다. 가정용품업체 베드배스&비욘드 주가도 요즘 춤을 추고 있다.

문제는 이런 단기간 롤러코스터가 펀더멘털과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BTGI리서치의 줄리안 엠마누엘 주식·파생상품 전략 책임자는 “일부 폭등하는 종목들의 최근 흐름은 2000년 닷컴 버블과 흡사하다”고 했다.

월가에 부는 스팩 광풍 ‘버블 징후’

버블 징후는 또 있다. 최근 몰아치고 있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광풍이다. 스팩은 비상장 스타트업의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 컴퍼니다. 비상장사 입장에서는 기업공개(IPO)와 비교해 지정감사를 받지 않으니 상장 시기를 앞당기는 장점이 있고, 개미들은 SPAC 주식을 매수하는 식으로 M&A에 참여해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딜로직 집계에 따르면 이번달 21일까지 IPO를 통한 자금 중 70% 이상이 스팩으로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역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은 이날 다보스포럼 화상회의에서 “스팩 같은 자본시장 혁신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엄청난 양의 자금이 쌓여 있다”며 “추후 다시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낮은 금리와 저렴한 자본은 필연적으로 투기를 부채질한다”고 덧붙였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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