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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결정에 '박원순 성희롱' 논란 일단락..일부 유감 표명도

이소현 입력 2021. 01. 26. 17:37 수정 2021. 01. 27.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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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조사 6개월 만에 피해자 피해 사실 공식 인정
고개 숙인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시 "사과"
피의자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검경 판단 못 받아
피해자 측 "사필귀정"..이해관계 따라 "유감" 표명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희롱 의혹에 대해 ‘맞다’고 공식 인정한 뒤 관련자들이 잇단 사과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당사자가 사망해 사법 처리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국가 인권기관의 공식 판단에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을 옹호하는 일부 목소리도 있어 논란 불씨는 남아 있는 상태다.

인권위 ‘박원순 성희롱’ 인정…조사 요청 6개월 만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권위는 26일 ‘2021년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 보고 안건을 상정해 심의했다. 심의 결과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며 성희롱이 맞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말과 행동)”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다만 다른 서울시 관계자들이 성희롱 사실을 알고도 묵인·방조했다는 비서 측 주장은 “그런 정황이 파악되지 않는다”며 결론짓지 못했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지 200여일 만, 피해자가 조사를 요청한 지 6개월 만, 인권위가 직권조사단을 꾸린 지 5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가해자가 해명과 사과 대신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사법기관은 손을 놓았다. 앞서 경찰은 46명을 투입한 대대적인 수사에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다음날 검찰은 박 전 시장의 사망 전 발언을 공개하면서 사건의 정황은 제시했으나 형사적 판단은 유보했다.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강제 수사권이 없는 가운데서도 법원에 이어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공식 인정한 게 큰 의미가 있다. 앞서 법원은 지난 14일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의 1심 선고에서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의혹을 사실로 처음 인정했다. 다만 별건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고소인의 진술로 판단한 결과이며,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아니어서 논란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부에 대한 고발로 이어졌다.

“2차 가해·추가논란 더는 없어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을 조사해 온 국가인권위원회의 제2차 전원위원회가 열리는 25일 오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피해자 측은 그동안 ‘피해 호소인’으로 불리며, ‘2차 가해’를 겪었던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피해자의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사필귀정’”이라며 “사실은 사실로, 진실은 진실의 자리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피해자 2차 가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이제 피해자의 안전한 일상을 위해 동참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변호인단·피해자 지원단체는 “이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질 시간이 됐다”며 성희롱 사실이 인정된 만큼 고소 사실과 피해자의 지원요청 사실 누설과 관련된 이들은 직을 내려놓고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판단 이후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며,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의혹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던 관계자들은 일제히 사과했다.

사건 당시 박 전 시장 측에 피소 사실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또 “정치권이 피해자의 피해를 부정하는 듯한 오해와 불신을 낳게 했다”며 “저의 짧은 생각으로 피해자가 더 큰 상처를 입게 됐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강조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사과했다. 신영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인권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피해자와 서울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인권위 조사 결과를 쇄신의 계기로 삼아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자체)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차질없이 시행하는 한편 추가 대책을 마련해 인권위 권고사항을 엄격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방어권 행사할 수 없는 상황” 인권위 판단 ‘유감’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인권위의 인정에도 박 시장에 대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 일부 목소리도 있다. 박 전 시장을 보좌했던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인권위 발표 후 유감을 표명했다. 오 전 실장은 “피조사자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결정은 유감”이라며 “수사권이 없는 인권위가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어려운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본다”고 했다.

오 전 실장은 또 “묵인 또는 방조와 관련해 객관적 증거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결론내린 것은 이미 경찰 조사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앞으로 이 사건과 관련해 더는 사실과 다른 과도하고 일방적인 주장이 중단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재판부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적폐청산연대)는 인권위 판단 이후에도 피해자의 고소 사건(성폭력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 업무상 위력추행 및 형법상 강제추행)은 ‘무고’라고 주장하며, 여기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까지 더한 고발을 위해 국민고발인단을 모집 중이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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