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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의 이게머니]배럴당 50달러 돌파한 유가..추가 상승 변수 셋

최정희 입력 2021. 01. 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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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9% 올랐어도 코로나19 이전 수준도 회복 못해
EIA, 1분기엔 원유 수요가 공급 초과..재고 감소 전망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 자극 시켜..물가연동국채 매입 늘어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간 이어졌던 원자재 랠리가 재현되고 있다.’

미국 월가에선 작년 하반기부터 들썩이던 원자재 가격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구리, 대두 및 밀 등 주요 원자재가 2013~2014년래 최고치로 올라서는 등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에 수요 회복이 더디지만 달러 약세, 위험 자산 선호 현상에 원자재 가격이 오른 것이다.

그러나 대표 원자재인 원유는 아직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도 회복하지 못했다. 원자재 가격 랠리에 베팅한 월가의 힘에 유가가 더 오를 수 있을까. 일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65달러 돌파 가능성도 점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더딘 백신 보급 등을 고려하면 이런 전망들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 MUFG, WTI 65달러 돌파 가능성 점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WTI 근월선물은 25일(현지시간) 배럴당 52.77달러로 올해 들어 8.8%나 상승했다. 작년 4월 코로나19에 원유 수요가 급감, 넘치는 공급을 감당하지 못해 사상 첫 마이너스(-) 40달러선까지 떨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다.

그럼에도 WTI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WTI는 13일 장중 53.93달러까지 올라 작년 2월 20일(54.66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코로나19 발생 이전이었던 2019년말 60달러 수준보다는 낮다.

경기 바로미터 3개월물 구리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8일 톤당 8160.00달러에 거래 2013년 2월 15일(8235.50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시카고옵션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밀, 대두 선물이 올 들어 2014년 5~6월 이후 가장 높게 올랐다는 점과 비교해도 유가 상승세는 빠르지 않다. 유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수요 악화를 가장 현실적으로 반영해왔던 셈이다.

유가는 작년 11월부터 석 달 연속 상승하며 고점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선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MUFG 은행은 “올 연말까지 브렌트유는 배럴당 70달러, WTI는 65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달러 약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백신 접종 가속화 등에 기인한 것이다.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58달러, WTI는 54달러가 되고 연말까진 각각 64달러, 61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MUFG 전망이 공급, 수요 등을 고려하지 않은 장밋빛 전망일 수는 있으나 최소한 1분기에는 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1월 보고서에 따르면 WTI의 1분기 평균 가격이 배럴당 56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분기만 놓고 보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공급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의 원유 생산 증가에 총대를 메고 2, 3월 하루에 100만배럴씩 감산을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원유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조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미국 연방토지에서의 시추권을 제한할 수 있다. 미국 원유 생산량의 약 3~4% 정도를 제한하는 정도로 추정(하나금융투자)되고 있다. 반면 유럽, 아시아 등의 한파는 석유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EIA는 “올 상반기 전체로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석유 수요가 제한되나 올해 국내총생산(GDP)가 5.4% 증가하고 내년엔 4.3% 증가, 에너지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며 “올해는 하루 평균 연료 소비가 9780만배럴, 내년엔 1억110만배럴로 2019년(1억120만배럴)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EIA, OPEC,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모두 올해 원유 재고가 감소, 5년 평균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상반기에 유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유가 상승→물가 상승 자극→물가연동국채 매입↑

유가 상승은 정유업체들의 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으나 동시에 물가 상승 전망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미국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작년말까지만 해도 2%도 안 됐으나 21일(현지시간) 2.10%로 높아졌다.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는 20일(현지시간) 마이너스(-) 1.02%를 기록하고 있다. 물가연동국채는 작년 2월부터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렀으나 8월께부터 마이너스 폭이 커졌다.

물가연동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만기까지 해당 국채를 보유할 때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투자자가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물가연동국채 매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금리 하락, 즉 채권 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물가연동국채의 금리는 물가상승률에 연동되는데 보통 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값으로 결정된다. 10년물 금리가 1%이고 물가연동국채가 -1%라면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물가상승률은 2%라는 얘기다.

그러니 물가연동국채 금리 마이너스폭이 커질수록 물가상승률 기대감이 높아진 거라고 볼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만기까지 물가연동국채를 보유할 이유가 없고 물가연동국채의 가격 상승(금리 하락)에 베팅, 가격이 오른 것에 대해 차익을 챙기려는 요량이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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