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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했지만, 타협 없었던 '정의당 대처'

이지혜 입력 2021. 01. 26. 21:36 수정 2021. 01. 2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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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대표 성추행 파문]'성추행 사후대처' 원칙 철저준수
① 본질과 무관한 언론질문 차단
② 비공개 내부조사로 왜곡 막아
③ 2차가해 철벽 치고 엄중 대응
④"재발방지 총력, 조직전반 점검"
정의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윤기 부대표(가운데)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대표단-의원단 긴급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지만, 처리에서만큼은 어떠한 유보와 타협 없이 원칙에 입각해 해결하겠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수습 방안을 브리핑하며 한 말이다. “유보와 타협 없이 원칙에 입각해 해결하겠다”는 강 원내대표의 약속은 사건 공개 이틀째인 26일까지는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전반적 평가다.

실제 이번 사건에 대처하는 정의당의 모습은 두 거대 정당의 선례들과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손희정 경희대 연구교수(비교문화연구)는 이날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성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정의당 안에 있었다는 것은 당연히 인정해야 하고 정의당이 엄청나게 성찰해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 정의당이 보여준 태도와 대처는 사실 한국 정당사에서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략협의회를 열어 책임 있는 사태 수습과 해결을 위해 의원단과 대표단으로 구성된 비상대책회의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비상대책회의는 4월 재보선 공천 여부 등을 집중 논의하기로 했으며 조직문화 점검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도 하기로 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매일 회의를 열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수습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성추행?” 질문에 단호한 대처

정의당의 원칙적인 초동 대처는 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의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와 ‘장애여성공감’ 대표를 지낸 그는 현장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지원한 이력이 풍부하다. 이런 그의 경험은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직위해제 사실을 알린 첫 브리핑에서도 유효했다.

브리핑을 마친 그에게 “정확히 어떤 피해였나?” “음주 상태였나?”라는 취재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일절 답하지 않았다.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먼 정보를 불필요하게 제공할 경우 ‘2차 가해’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였다. 배 부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구체적 행위를 밝힐 경우 행위 경중을 따지며 ‘그 정도야’ ‘그 정도로 뭘 그래’라며 성추행에 대한 판단을 개인이 가진 통념에 기반해 해버린다.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고 썼다. 손희정 교수는 “구체적 상황을 궁금해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배 부대표가 좋은 참조 사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2차 가해에는 엄중·적극 대응

정의당은 2차 가해 차단을 위해 사건 조사의 전 과정을 철저히 비공개에 부쳤다. 김 전 대표의 직위해제 사실이 발표된 25일 오전까지 이 사건을 알고 있던 사람은 조사를 진행한 배 부대표와 가해자, 피해자 셋뿐이었다. 이는 정치권 안팎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퍼지면서 2차 가해가 벌어졌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2차 가해에 대해 당이 ‘엄중 경고’와 함께 단호한 대처를 예고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정의당은 사건 첫 브리핑 때부터 “앞으로 ‘피해자 책임론’ ‘가해자 동정론’ 같은 2차 가해가 발생할 경우 누구라도 엄격하게 책임을 묻고 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의당 젠더인권본부는 공지문을 통해 “모든 온라인상의 대화에서 2차 가해로 보이는 발언·언동은 캡처(갈무리)하여 제보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2차 가해에는 당원 여부와 상관없이 피해자를 의심하고 책임을 지우거나, 가해자를 동정하는 내용, 맥락과 상관없이 특정 프레임을 씌우는 내용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의 이런 움직임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실이 공론화된 뒤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준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피해자를 겨냥한 ‘신상털기’가 당원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벌어졌지만, 민주당은 25일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침묵을 지켰다.

핵심은 재발 방지…아직 용서는 이르다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 방안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엔 뚜렷한 정답이 없다. 류호정 의원이 26일 “성평등 수칙을 매뉴얼로 만들고, 해마다 교육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며 무력감을 드러낸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운동가 출신의 정치권 인사는 “정의당이 자체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잘 대처한 것은 맞다”면서도 “성폭력 사건 해결 과정에서 겉으로는 순조로워 보이지만 속으로는 곪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의당이 진실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이번 사건에 대처했는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드러날 것”이라고 신중한 판단을 주문했다.

정의당은 “이번 사건을 단순하게 개인의 일탈로만 규정하지 않는다”며 조직문화를 기본부터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강은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의 조직 기풍이나 문화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지, 전수조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구체적인 안은 당 젠더인권본부가 마련해 내부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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