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바이든 앞서 시진핑과 통화..中 "남북, 북·미 대화 지지"

강태화 입력 2021. 1. 26. 23:18 수정 2021. 1. 2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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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통화에서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어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될 수 있도록 양국이 계속 소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여건이 허락되는대로 조속히 방문해 만나 뵙길 기대한다"고 답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하고 있다. 2021.1.26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이에 시 주석은 "남북, 북·미 대화를 지지한다"며 "중국은 정치적 해결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중시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이어 "북한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밝힌 대외적 입장은 미국, 한국과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것으로 본다"며 "한반도 정세는 총체적으로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고 강 대변인은 설명했다.

시 주석과의 정상통화는 지난해 5월 13일 이후 8개월여만이다. 청와대는 당시 통화가 시 주석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이번엔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시 주석이 추진했던 방한이 코로나로 인해 불발되고 한국이 의장국을 맡았던 '한ㆍ일ㆍ중 정상회의'까지 사실상 연기된 상황을 감안해 양국 정상이 새해 인사를 나누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성사됐다고 한다.

이날 양국 정상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한ㆍ중 양국이 긴밀한 협력과 소통을 유지해 온 것을 평가하며, 양국 간 방역 협력을 강화하고 방역을 보장하는 가운데 인적ㆍ경제적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강 대변인이 설명했다.

양 정상은 또 “2022년 한ㆍ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설치하기로 합의한 ‘한ㆍ중 관계 미래발전위원회’를 통해 향후 30년의 관계 발전 청사진을 함께 구상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미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6일 한ㆍ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설치에 원칙적 합의를 마친 상태다.

양 정상은 2021∼2022년을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선포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성과를 거두기를 기원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를 놓고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이뤄진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풀리는 계기가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날 통화는 오후 9시에 시작돼 40분간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2일 오전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당선인 신분이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일각에선 “한ㆍ중 정상 간 소통 자체가 아닌 타이밍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조 바이든 신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직후부터 동맹 및 우방국 정상들과 통화하며 “미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의 통화도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한ㆍ미 정상 통화가 사실상 예정된 가운데 시 주석과의 통화가 먼저 이뤄진 것을 놓고 한 전직 외교관은 “외교, 특히 정상외교에서는 순서 자체가 함의하는 바가 크다”며 “한국 대통령의 취임 뒤 첫 순방지는 의심할 것 없이 항상 미국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동맹을 고려해 한ㆍ중 정상통화 일정을 조정했다면 불필요한 오해가 일지 않을 거란 취지다.

특히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이번 통화는 미ㆍ중이 한 합씩 수를 겨룬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의미심장하다. 시 주석은 25일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회의 특별연설에서 “국제적으로 소집단, 신냉전에 기댄다면 세계를 분열과 대결로 이끌 것”이라며 “각국 사회 제도에는 높낮이나 우열의 구분이 없고, 핵심은 국민의 지지와 옹호 여부”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거버넌스를 문제삼을 조짐이 보이자 독자 노선을 시사하며 먼저 날을 세운 것이다. 특히 ‘소집단’에 기댄다는 표현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위협을 동맹국과 함께 연합해 억제하겠다고 한 걸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지난 20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업무를 보고 있다. 1월 20일을 ‘미국 통합의 날’로 지정하는 포고문을 포함, 이날 하루에만 모두 17건의 행정명령·포고문에 서명했다. [AFP=연합뉴스]


같은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젠 사키 대변인은 시 주석의 연설에 대한 질문에 “지난 몇년 간 중국은 국내적으로는 더 전체주의적 체제가 됐고, 국외적으로는 더 독단적으로 변했으며, 우리의 안보와 번영에 새로운 위협”이라고 받아쳤다. 또 “우리는 이 문제를 전략적 인내를 갖고 접근하려고 한다. 초당적으로 협의하고 싶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동맹국들과 논의하고 싶다”고 했다.

시 주석의 선공에 바이든 행정부는 “단결해 대응하자”는 의지를 동맹들을 향해 밝힌 셈인데, 결과적으로는 바로 다음 날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한ㆍ중 협력을 강조한 모양새가 됐다. 민감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시 주석의 발언을 청와대가 자세히 소개한 것 역시 이례적이었다.

유지혜ㆍ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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