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보다 무서운 폐업 뉴스들

하헌기 2021. 1. 27.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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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권이라는 셰프가 운영하는 '집콕집쿡'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 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유명한 셰프가 10년 이상 운영하던 가게를 닫았다는 소식, '빨리 폐업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는 인터뷰, 1년도 채 되지 않은 운동기구들을 '어쩔 수 없이 팔게 되었다'는 한숨 섞인 고백은 어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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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튜브에는 폐업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국가 공동체가 방역에 협조한 이들을 챙기지 않아서 무너진 신뢰의 스크럼은 가짜뉴스가 낸 균열보다 훨씬 근본적으로 사회적 신뢰를 해친다.
ⓒ연합뉴스셰프 에드워드 권은 최근 10년 이상 운영해온 레스토랑을 닫는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권이라는 셰프가 운영하는 ‘집콕집쿡’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 중 한 사람이다. ‘한국판 고든 램지’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에드워드 권이 자신의 채널에서 10년 이상 운영해온 레스토랑을 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를 이제 못 이기겠다’는 이유였다.

최근의 유튜브에는 이런 이야기가 너무 많다. 1월 둘째 주의 ‘유튜브 인기 급상승’ 탭에는, ‘핏블리’라는 유튜버가 올린 ‘헬스장 폐업합니다. 가구 팝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핏블리’는 한참 동안 한숨을 내쉬다가 “(코로나19 여파를) 더 버틸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폐업을 결정하게 되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몇 달 전엔 박막례 할머니 채널에 출연하는 ‘수영고모(할머니의 딸)’가 ‘코로나19를 도저히 버티지 못해 폐업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가 2020년) 3월 정도에 터졌을 때 빨리 빼고 나왔어야 덜 손해를 보는데….”

이들의 말엔 통하는 지점이 있다. 첫째, 어차피 국가가 이들의 삶을 챙기지 않을 거라는 체념. 둘째, 버틸수록 더 큰 손해를 본다는 것.

그동안 시민들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나누고 이를 토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방역에 협조하며 공동체의 위기를 극복해왔다. 나는 이를 ‘방역은 사회 구성원들 간에 스크럼을 짜는 일’이라고 표현해왔다. 이 스크럼에서 자영업자들은 가장 큰 희생을 감수한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자영업자들에겐 이 스크럼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뢰를 되돌려줘야 한다. 가게 문을 닫아도 공동체가 그를 굶겨 죽이지 않는다는 신뢰 말이다.

일본은 일찍 문을 닫은 가게들에 ‘하루에’ 62만원가량의 단축 지원금을 준다. 캐나다는 자영업자들에게 건물 임차료의 65%를 지원해준다. 독일은 자영업자의 인건비와 임대료를 포함한 고정비용의 최대 90%를 2019년 매출 기준으로 제공한다. 이 나라들 역시 돈이 남아돌아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독일은 지난해와 올해 예산의 무려 40%가 빚이다. 한국은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앞두고 있는 이 순간에도 재정건전성 논쟁만 되풀이하고 있다.

방역에 협조한 이들이 어려워지는 현실

한 헬스장 업주 대표가 올린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문을 열자’는 글에 전국에서 500여 곳이 ‘오픈 시위’에 참여했다. ‘방역에 협조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신뢰의 결여가 스크럼의 균열로 이어진 것이다. 유튜브에서 퍼지는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는 ‘팩트체킹’만 잘하면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유명한 셰프가 10년 이상 운영하던 가게를 닫았다는 소식, ‘빨리 폐업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는 인터뷰, 1년도 채 되지 않은 운동기구들을 ‘어쩔 수 없이 팔게 되었다’는 한숨 섞인 고백은 어찌해야 할까. 국가 공동체가 방역에 협조한 이들을 챙기지 않아서 무너진 신뢰의 스크럼은 가짜뉴스가 낸 균열보다 훨씬 근본적으로 사회적 신뢰를 해친다. 방역도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하는 일이다. 방역에 협조한 이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방역도 무색해진다. 이제 국가가 방역에 협조한 이들 옆에 서서 단단한 스크럼을 짜줄 때이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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