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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96] 제 배 불리며 남에겐 '공유'를 강요하는 사람들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21. 01. 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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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맨스필드, '가든 파티'.

“전부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로라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두다니, 뭘?” 조즈가 놀라서 큰 소리로 물었다. “물론 가든파티 말이지.” 그러자 조즈는 더 놀란 모양이었다. “파티를 그만두자고? 그런 바보 같은 소리가 어딨어? 일을 그런 식으로 처리할 수는 없어. 또 아무도 그걸 기대하지 않는다고.” “이웃에 살던 사람이 죽었는데 파티를 할 수는 없잖아.” 캐서린 맨스필드 ‘가든파티’ 중에서

민주당 대표가 이익 공유제를 제안했다. 최고 권력자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바람직하다며 동의하자 정치권은 입법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 3년간 공무원을 9만명이나 늘려온 정부는 앞으로 8만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그들이 꼬박꼬박 받는 월급은 국민 주머니에서 나가는 세금인데 공무원 연봉은 올해 0.9%, 대통령직의 연봉도 2.8% 인상된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 고위 공직자의 인상분을 반납한다지만 기존의 소유와 이익은 손해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영국의 소설가 캐서린 맨스필드가 1922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가든파티’의 로라는 이웃에 살던 가난한 짐꾼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파티를 취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족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녀도 곧 드레스와 예쁜 모자로 치장한 자신의 모습에 매혹되어 파티를 즐긴다.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남은 파티 음식을 들고 조문을 가지만 난생처음 마주한 삶의 양면성, 즉 삶과 죽음, 풍요와 빈곤의 간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울먹인다. 그녀의 마음을 헤아린 오빠가 말한다.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니겠니?”

동정심으로 남은 빵을 좀 나눈다 해도 남의 삶을 대신 살지 못한다. 가난과 고통과 죽음을 공유할 수도 없다. 세금 감면과 영업 제한 해제 대신 공동체 상생과 이익 공유를 주장하는 이들이야말로 제 것은 내놓지 않는다. 그들은 누구보다 많이 갖고 있으며 더 갖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도 않는다.

토지와 노동과 자본을 공유하자는 것이 공산주의다. 소유를 죄악시하며 평등하게 못사는 사회, 공유를 강요하는 자들만 배부른 세상이 공산주의가 말하는 유토피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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