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형석 (31) 허위·폭력 몰아내고 진실·사랑 가득한 사회로..

양민경 2021. 1. 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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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떠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학과 학문이 사회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회와 국민이 대학과 학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철학과 같은 인문학이 사회적 가치관과 정신의 후진성에 관한 책임을 외면한다면, 사회도 인문학에 관한 관심을 소홀히 할 것이다.

잘못을 은폐할 뿐 아니라 선으로 위장하는 개인과 사회는 허위의 대가를 모면할 수 없다.

이런 사람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의 허위와 폭력을 몰아내고 진실과 사랑의 역사를 개척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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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만연한 사회악·질서파괴 범죄
가치관 상실이 문제의 근본 원인
법보다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김형석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에는 “정직과 진실로 사회악의 병균을 제거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 교수가 인문학 강연을 하며 준비한 친필 메모. 양구인문학박물관 제공


대학을 떠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학과 학문이 사회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회와 국민이 대학과 학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철학과 같은 인문학이 사회적 가치관과 정신의 후진성에 관한 책임을 외면한다면, 사회도 인문학에 관한 관심을 소홀히 할 것이다. 병든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는 의사와 같은 위치에 머물렀던 과거를 부끄럽게 반성해 보는 게 지금의 내 심정인지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사회에 만연한 사회악과 질서파괴의 범죄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가치관의 상실이다. 오래전부터 철학자가 윤리를 논하고 지금도 종교인들의 가르침이 이어지고 있으나 정신적 빈곤에서 오는 사회악은 증대하는 실정이다. 지금 필요한 일은 정직과 진실로 우리 일상에 가득한 사회악의 병균을 제거하는 일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정직의 상실이 사회를 패망의 길로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죽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고 호소했을 정도다.

지금 우리 현실은 어떤가. 정직한 지도자를 찾아보기 어렵고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어른을 만나기 힘들어졌다. 거짓말이 없는 사회를 건설하지 못한 책임을 나부터 인정하는 자세가 솔직한 태도일 것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묻지 않고 선입견이나 이기적 판단을 강요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같은 사실을 두고도 야당일 때는 악이라고 주장하다가, 여당이 되면 그걸 선이라고 바꿔 말하는 정치인도 있다.

허위를 진실로 조작하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선 인간을 수단 삼을 수 있다는 용서받지 못할 죄악을 범하는 이들이다. 공산주의가 왜 버림을 받았는가. 허위를 진실화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선한 목적이라도 허위 수단을 정당화한다면, 선한 목적이 될 수 없는 법이다.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또 하나의 사회악은 폭력이다. 예로부터 이어진,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이 그중 하나다. 아동학대 사례는 지금도 그치지 않고 있다. 언어적·정신적 폭력을 가하는 집단은 어디에나 있다. 우려스러운 건 허위를 앞세우고 정신적 폭력을 일삼으면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다. 과오를 뉘우치기보다 정당화하는 집단과 정권이 있다는 게 문제다. 과거 나치 독일과 소련 정권, 우리 동포의 절반인 북한 정권이 그렇다. 종교적 사상의 위대함은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 하지 않는 데 있다. 잘못을 은폐할 뿐 아니라 선으로 위장하는 개인과 사회는 허위의 대가를 모면할 수 없다.

진실을 위해 신념을 굽히지 않고 법보다는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 남을 심판하기 전에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인정하고, 인생은 짧지만 겨레의 역사는 영원하다고 믿는 사람이 늘어나는 게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하다. 이런 사람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의 허위와 폭력을 몰아내고 진실과 사랑의 역사를 개척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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