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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저금리에도 나랏빚 이자만 20조원, 빚으로 이자 갚는 날 온다

입력 2021. 01. 27. 03:26 수정 2021. 01. 2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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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피해 자영업자 보상방안을 놓고 마찰을 빚은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와 홍남기 경제 부총리가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총리-부총리 협의회를 가졌다. /연합뉴스

지난 4년간 국가 부채가 220조원 불어나면서 올 한 해 정부가 국채 이자로 지불해야 할 돈이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부산시(13조원)와 대구시(9조원)의 1년 예산을 합친 금액을 순전히 이자로 날리는 셈이다. 시중 금리가 사상 최저인데도 이 정도니, 앞으로 금리 상승세가 시작되면 이자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이자를 갚기 위해 빚을 계속 내야 하는 ‘부채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코로나 위기에 따른 불가피한 지출 확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부의 세금 씀씀이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방만하기 짝이 없었다. 온갖 명목으로 현금 복지 항목을 만들어 세금을 뿌리고, 금방 없어질 가짜 일자리를 만든다며 매년 수조원을 퍼부었다. 예비 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해가며 경제성 없는 지역 민원 사업에 수십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코로나 대응 예산도 14조원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처럼 비용 대비 효과가 적은 포퓰리즘 지출이 적지 않았다.

그 결과 과거 연간 20조원대였던 적자 국채 발행액이 작년 102조원으로 폭증했고, 올해도 아직 추경 편성이 없는데도 이미 94조원의 국채 발행이 예정돼 있다. 내년 중 국가 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하고 GDP 대비 부채 비율도 국제 신용 평가사가 신용도 강등 위험 선으로 지목한 40%대 중반으로 치솟게 된다. 민주당은 국가 부채 비율이 선진국보다 낮다는 점을 들며 더 써도 문제없다고 한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우리보다 20~30년 앞서 고령 사회에 진입할 당시 부채 비율은 지금의 우리보다 낮았다. 반면 우리는 지금부터 고령화에 따른 복지 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우리가 더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돈 풀기 경쟁은 통제 불가능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세금을 아끼자는 제안은 없고 서로 많이 쓰려고 안달이다. 돈을 주면 국민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대중은 그 돈이 빚인지 아닌지, 나중에 어떤 대가를 치를지 생각하지 않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집단 자살 사회에서 대책 없는 재정 건전성” “외국 빚에 의존하지 않는 나랏빚은 곧 민간의 자산”이라는 주장까지 하며 포퓰리즘 경쟁에 앞장서고 있다. 나랏빚은 아무리 늘려도 괜찮다는 해괴한 논리다. 그렇다면 세계에 못사는 나라는 왜 있나. 그런데 이런 사람의 지지율이 가장 높다.

정세균 총리와 이낙연 대표는 연간 예산 수조, 수십조원이 투입되는 자영업자 손실 보상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피해 보상을 법으로 정하면 국가의 의무가 되기 때문에 나라 재정이 파탄 나도 빚을 내 보상해야 한다. 보상 비용 규모가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형평성 논란도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는 코로나 피해 보상을 하되 법제화는 하지 않는다.

그래도 청와대와 여당은 표를 얻는 데만 혈안이다. 민주당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직전인 올 4월 초 보상을 추진하겠다며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한다. 558조원으로 사상 최대인 올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두 달도 안 됐는데 벌써 빚을 내자고 한다. 이제 한국 선거는 나랏빚으로 돈을 뿌려 표를 사는 전형적 남미, 남유럽식 선거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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