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못믿겠다, 동진하라"..韓 대기업 화끈한 '바이 아메리카'

강기헌 입력 2021. 1. 27. 05:00 수정 2021. 1. 2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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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직접투자, 미국 비중 급증
사드 보복, 무역갈등에 중국 기피
미래산업 전환 가장 빠른 미국행
바이든 '바이 아메리칸'도 긍정적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지난 20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업무를 보고 있다. 1월 20일을 ‘미국 통합의 날’로 지정하는 포고문을 포함, 이날 하루에만 모두 17건의 행정명령·포고문에 서명했다. [AFP=연합뉴스]

“동진하라.”
최근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가 태평양 동쪽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연말부터 20대 기업을 중심으로 미국 내 직접 투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투자 규모도 화끈하다. 조 단위 투자에도 망설임이 없다. SK그룹의 경우 인텔의 반도체 사업부(낸드플래시)와 수소 에너지 기업인 플러그파워의 지분 인수 등을 합쳐 12조원 넘게 쏟아부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1일(현지시각) “삼성전자가 100억 달러(11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원표 베인앤드컴퍼니 시니어 파트너는 26일 “CJ제일제당이 2조원을 들여 미국 식품업체 슈완스를 인수한 2019년 초부터 대기업의 미국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 속에 미국을 선택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새로 출범한 바이든 정부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제품 구매)’ 정책과 맞물려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해외직접투자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미·중 무역 분쟁이 미국 투자 촉발
국내 기업의 미국을 향한 동진(東進) 투자는 통계가 증명한다. 기획재정부가 집계하는 해외직접투자 중 미국 직접투자 비율은 2018년부터 상승세다. 해외직접투자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21.9%를 기록한 후 23.8%(2019년), 25.5%(2020년 1~3분기)로 매년 상승했다. 하지만 해외직접투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과 2019년 9.3%를 기록했지만 지난해(1~3분기)에는 7.7%로 하락했다. 최근 6년을 놓고 보면 2015년 9.8%로 정점을 찍은 뒤 중국 점유율은 계속 하락세다.

미·중 투자가 엇갈린 계기는 미·중 무역 갈등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보복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소원 전경련 국제협력팀장은 “미·중 무역 갈등 상황 속에서 국내 기업이 미국 시장을 선택한 것”이라며 “중국의 낮은 인건비를 보고 진출했던 국내 기업에 중국 시장의 매력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최원표 시니어 파트너는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의 생채기가 국내 기업에 크게 남은 것”이라며 “이런 흐름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SK그룹은 글로벌 수소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플러그파워의 지분 9.9%를 확보했다. 사진 SK



배터리∙수소 등 에너지 분야 투자 많아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 중에선 에너지 분야가 두드러진다. 한화그룹은 미 수소 트럭 기업 니콜라에 대한 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에너지 소프트웨어 기업 그로윙 에너지 랩스(GELI·젤리), 수소 탱크 전문 기업 시마론을 사들였다. 한화그룹은 또 올해 초 프랑스 토탈과 미국 내 태양광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합작회사(JV)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에너지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것으로 합작사 사업 규모는 2조원에 이른다.

미국내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거나 추가로 공장 증설에 나설 예정이다. 이런 투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산업 정책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이소원 팀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과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있어 한국 기업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K가 플러그파워를 앞세워 미 수소 시장에 뛰어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화그룹은 미국 고압 탱크업체 시마론을 지난해 인수했다. 사진 한화솔루션



전기車 등 신산업 앞서가 포기할 수 없어
테슬라로 대표되는 미국 전기차 시장은 신산업 전환의 속도가 빠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만큼 신산업 분야에서도 가장 앞서가고 있다. 그만큼 국내 기업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현대차가 미국 수소 트럭 시장에 진출을 선언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20%는 로봇이 될 것(정의선 현대차 회장)”이라고 선언한 현대차가 지난해 12월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을 9500억원에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태경 세한대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실리콘밸리를 품은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IT와 기존 산업이 맞물려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 입장에선 미래 산업을 놓고 자웅을 겨루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국내 기업엔 긍정과 부정 섞여
미국 투자에 뛰어든 국내 기업이 주의해야 할 지점도 적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이 슬로건으로 내건 ‘메이크 잇 인 아메리카(make it in America)’는 국내 기업이 고려해야 할 대표적인 변수로 꼽힌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 내 제조, 미국산 원자재 구매 및 조달, 외국 진출 기업의 미국 회귀가 메이크 잇 인 아메리카 슬로건의 3대 정책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중국 때리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국내 기업이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계 2세 출신의 캐서린 타이를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한 것도 중국 때리기 정책이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윤여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반도체 등 ICT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미국의 중국 때리기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라며 “국내 기업은 중국에서 벗어나 시장을 다변화하거나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등 양국 갈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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