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권위, '박원순 피소 유출' 수사 끝난 뒤 자료요청도 안했다
수사 결과 발표 후엔 받을 수 있는데 재요청 안 해
[경향신문]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 조사를 소극적으로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인권위는 수사기관 활동이 끝나 수사 자료 요청이 가능한 시점에는 협조 요청을 하지 않은 채 “관계기관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인권위는 지난해 7월30일 박 전 시장 사건의 성추행 의혹 등을 직권조사 하기로 결정한 후 경찰과 검찰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6조(조사의 방법)는 ‘국가기관의 장은 인권위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을 때 안전보장, 국가기밀, 범죄 수사나 계속 중인 재판에 중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경찰과 검찰은 이 조항을 근거로 인권위에 자료 제출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인권위가 수사 초기에 자료를 요구해 ‘수사 중’이라고 답했다”면서 “인권위는 요구하는 자료도 특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소위원회는 지난해 12월29일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를 전원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서울경찰청이 박 전 시장 성희롱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다음날에는 서울북부지검이 박 전 시장 피소 사실 유출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때부터는 인권위가 경찰과 검찰에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었다. 인권위는 지난 25일 전원위원회에서 직권조사 결과보고 안건을 심의·의결할 때까지 수사기관에 자료 재요청을 하지 않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전원위원회는 소위원회가 조사한 내용에 대해서만 논의한다”며 “전원위 회부가 결정된 이후에는 통상적으로 추가 자료 수집 등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권위 위원을 지낸 한 인사는 통화에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는 만큼 인권위가 자료 요청을 하면 안 되지만 끝난 후에는 전원위에서 자료 재요청을 결정할 수 있다”면서 “소위원회와 똑같이 할 거면 전원위원회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지난 25일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피소 사실 유출 경위는 “관계기관이 수사 중이거나 보안 등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유력한 참고인들 또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하지 않는 등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박 전 시장 피소 사실 유출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고발당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 요청을 받고 지인에게 피해자와의 합의와 중재를 요청한 경찰관은 수년간 서울시청에 파견근무를 나갔던 윤모 경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윤 경정은 서울경찰청 정보과 소속으로 서울시에 파견갔다가 지난해 4월 사건 발생 전 승진해 충남지역의 한 경찰서 과장으로 부임했다. 경향신문은 윤 경정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입장을 듣지 못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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