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롭게 바뀌는 프로테니스대회 규정

김홍주 2021. 1. 27.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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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항 객원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너무나 많은 변화를 안고 가야하는 2021년인 만큼 올해는 평소보다 다소 늦게 규정집의 개정판이 공개됐다. 각 기구별로 주요 변경 사례를 소개한다.

♦ ATP
 
랭킹 산정 기준 대회 수 증가
ATP 랭킹은 일명 ‘포인트 적립형’ 선수의 등장을 방지하기 위해 랭킹에 반영되는 대회수를 제한하여 관리해 왔다. ATP는 그동안, ①그랜드슬램 4개 대회 ②ATP 마스터스 1000 8개대회 ③나머지 ATP 500, ATP 250, ATP 챌린저 대회 중 가장 성적이 좋은 7개 대회에서의 성적만을 랭킹 산정 기준으로 삼았다. 또한 여기에 보너스 포인트 적립 가능 대회로 ATP의 주력 상품인 ATP파이널과 작년에 신설된 ATP 컵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올해는 3번 항목을 7개에서 8개 대회로 늘리며 이 대회에 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50위권 밖 선수들을 더 배려하였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ATP 250급 대회의 경우 한 주간에 많게는 3개까지 동시에 열리는 점을 감안, 상위 랭커들의 출전이 분산되어 하위권 선수들이 랭킹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높다.

ATP 1000 대회 전자라인콜 도입
룰북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ATP가 올해부터 도입하기로 한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전자라인콜의 확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코트 내 인원 수를 제한하려는 목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미국에서 열린 웨스턴&서던오픈과 US오픈에서는 라인즈맨과 볼퍼슨의 수를 큰 폭으로 줄인 바 있다.

전자 라인콜로 대체한 호크아이 라이브라는 신 기술이 도입되었는데 올해에는 더 많은 대회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열리는 모든 ATP 1000마스터스 대회 중 하드코트에서 열리는 6개의 대회에 이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기술력은 고가의 설비인데, 코트당 약 2천5백~3천만원이 든다.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큰 규모의 대회에서 먼저 선보이고 추후 기타 모든 대회에서도 이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ATP측의 계획이다.

한편 라인콜 시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클레이코트도 볼 마크 문제를 없애기 위해 본격적인 호크아이 라이브 도입을 검토 중인데, 2021년에는 6개의 대회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프랑스오픈은 ATP의 바람과 달리 참여하지 않기로 하였다. 


트로피는 특정 장소에 놓여있다가 선수들이 직접 챙겨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예외조항
올해 규정집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임시 조치가 꽤 자세하게 명시됐다는 점인데, 규정집 말미 무려 35페이지에 달하는 임시 조항이 추가되었다.

간단하게는 코트 내 모든 사람들간 최소 2m 씩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부터 선수들간 경기 후 악수 금지, 온코트 인터뷰시 반드시 서로 다른 마이크 사용, 트로피는 특정 장소에 놓여져 오직 선수만이 직접 챙겨야 한다는 사항이 새로운 조항으로 추가됐다. 이 외 꽤 자세한 규정도 추가됐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2021년 3월 15일부터 랭킹 포인트가 추가 또는 삭제되며, 삭제되는 랭킹 포인트는 2019년 3월 ~ 2021년 3월에 해당되어 2년간 유지한 랭킹 포인트를 의미
2) 2021년 3월 첫째주까지는 선수들에게 평소 적용되는 ATP 1000 및 ATP 500 필수 참가 대회 조항 미적용
3) 톱 선수들에게 적용되던 대회측 스폰서 주최 행사 및 CSR 활동은 별도 명시일까지 참가 불요
4) 대회측은 가능한 1개의 호텔 또는 최소한의 호텔을 지정하여 선수들을 보호할 것
5) 모든 헬스장 시설에서는 4제곱 미터당 반드시 1명만 수용하여 거리두기를 유지할 것
6) 코로나19 확진 또는 검사 사유로 인해 현장에 있는 선수가 대회 직전 실격 처리될 경우, 해당 선수는 1회전 탈락자에 준하는 상금 수혜 가능
7) ATP 250 대회는 호크아이 도입 필수 사항 예외 적용 가능
8) 대회측은 수용 가능 관중 수에 따라 대회 총상금을 다음과 같이 축소 가능(4월 30일 재검토)
- 50% 이상 수용 시 기존 총상금 중 20% 축소 가능
- 50% 미만 수용 시 기존 총상금 중 40% 축소 가능
- 관중 수용 불가 시 기존 총상금 중 50% 축소 가능


올해는 모든 대회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의무사항이다

♦ WTA

ATP가 하나의 리더로서 선수, 심판, 대회, 심지어 피지오와 볼퍼슨까지 각자의 행동강령을 규정하는 분위기라면 WTA는 투어와 대회간의 양자간 합의에 준하는 계약서에 가깝다.

단적인 예로 ‘Top 10 Player Delivery’라 불리는 세계랭킹 10위 내 선수 관련 조항을 들 수 있는데, 이 조항은 전년도 연말 랭킹이 10위권 내인 선수들이 익년 반드시 참가해야 할 등급별 대회 수를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WTA 1000 대회에는 모든 톱10 선수들이 참가해야 하는데 만약 피치 못할 사정으로 1명씩 빠질 때마다 WTA측에서는 대회측에 보상금을 주는 조항이 있다.

1명이 빠지면 10만 달러, 2명이 빠질 경우 25만달러, 3명이 빠질 경우 50만 달러를 보상하는 식인데, 이 내용의 문구 자체가 ‘WTA는 선수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매 경우 특정 금액을 보상한다’라는 뉘앙스로 적혀 있어 마치 하나의 상품을 다루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지적은 매년 있었지만 올해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

세레나법 폐지
하지만 올해 특이한 점은 일명 ‘세레나법’으로 불리던 예외 규정을 전격 폐지했다는 점이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WTA는 ATP 보다 상대적으로 톱 랭커들의 규모가 제한적이라 특정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미국)의 상황에 맞게 매년 규정집이 바뀌는 양상을 띄곤 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세레나로 촉발된 출산 후 복귀 선수에 대한 시드 배정을 허용하기로 한 2년 전 개정이었으며, 세레나가 프랑스오픈에서 착용하여 문제가 됐던 전신 레깅스와 유사한 바디슈트를 경기복 목록에 포함됐던 사례를 볼 수 있다.

WTA는 이런 맞춤형 규정 외 세레나를 위한 매우 획기적인 규정을 최근 5년여간 유지해왔었는데, ‘톱10 선수일지라도 자신이 톱10 선수로 규정되고 싶지 않으면 이를 포기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대가로 톱10 선수에게 제공되는 보너스 등 각종 혜택을 제공받지 않을 수 있다’는 다소 의외의 규정이다.

언뜻 보기엔 톱10 선수를 더 자유롭게 풀어주는 인권 친화적인 규정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는 점점 나이가 들수록 참가 대회 수를 스스로 제한하며 선수 생명을 자연스럽게 늘려간 세레나를 위한 맞춤형 규정에 가까웠다.

세레나는 2010년대 후반 대회 직전 건강상의 이유로 출전을 포기하기 일쑤였는데, 명목상으로 갑에 더 가까운 세레나에게 투어측이 벌금을 매기거나 페널티를 적용한 사례는 없다. 오히려 WTA는 이런 문제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세레나가 원하는 대회에 골라 출전할 수 있는 길을 닦아주었는데 한발 더 나아가 톱10 선수들의 작은 대회 출전 제한 규정까지 완화한 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세레나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자 WTA는 올해 마흔이 되는 그녀와 차츰 거리두기를 시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데, 이번 ‘세레나법’의 폐지가 결정적인 단계로 보여진다. 


US오픈에서 흑인 피해자의 이름을 마스크에 새기고 나온 오사카 나오미

♦ ITF

그랜드슬램 및 국가대항전을 주관하는 ITF(국제테니스연맹)는 상대적으로 더 상업적인 ATP 및 WTA에 대비 큰 규제를 하지 않는데, 전반적인 행동강령 즉, code of conduct는 그들과 유사하게 적용하되 상업적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추가 사항을 규정집에 포함시켰다.

가장 독특한 점은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새롭게 등장한 마스크 규정이다. 경기장 입장 및 퇴장시, 그리고 온코트 인터뷰시 반드시 마스크는 착용해야 한다. 

테니스에서 마스크가 유명해진 이유는 지난해 US오픈에서 오사카 나오미(일본)가 의미있는 마스크 7장을 쓰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오사카는 매 경기마다 백인 경찰의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7명의 흑인 피해자들의 이름이 적힌 블랙 마스크를 착용, 흑인 인권 신장을 위한 Black Lives Matter 움직임의 선봉에 섰다.  

ITF는 마스크에 로고는 정면 부착은 금지하고 측면에 위치하도록 규정했다. 특이한 점은 상업적(commercial)이란 표현을 명확히 했다는 점인데, 오사카의 사례와 같이 상업적인 의도가 아닐 경우 예외를 두겠다는 해석으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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