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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서 작성하다 깜짝.. 우리 부부가 '비정상'인가요?

이설아 입력 2021. 01. 2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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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성 따를 때만 협의서 작성하라니.. 부성우선주의에 막힌 다양화

[이설아 기자]

최근 혼인신고를 했다. 우리 부부는 '1990년대생' 답게 결혼식은 온택트(ontact,온라인 대면)로 진행하고 상견례는 생략하는 등 기존 관습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 특히 아버지 성을 자연스럽게 따르는 한국 문화와 달리, '모(母)'의 성을 따라보자고 부부끼리 합의를 했다.

그런데 이런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기준) 관점에서의 접근을 대한민국이 수용하기엔, 아직 어려운 길인가 보다를 체감하는 요즘이다. 다음은 혼인신고서를 작성하면서 꽤 놀란 지점들 몇 가지이다.   
  
부성우선주의가 기본값
 
 혼인신고서에 기재된 ‘부성 우선’ 체크란(좌)과 모성 사용 시 부부가 서명해야 하는 합의서(우)의 모습
ⓒ 이설아
 
1. 왜 아이의 성을 아이가 태어날 때가 아니라 '혼인신고 당시' 정해야 하고, 이를 번복하려면 소송을 불사해야 하는가?
2. 왜 아이 성을 부와 모 중 선택하게 하지 않고, 모의 성을 따를 때만 '별도로 체크'하게 하는가?
3. 부의 성을 따를 땐 받지 않는 협의서를 모의 성을 따를 때만 받는가?
4. '부'와 '모'는 가나다순으로 할 때 모가 먼저임에도 왜 '부'부터 쓰게 하는가?

양성이 평등한 국가에서 조금은 납득하기 어려운 사항이었다. 가족이 다양화되는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민법781조 제1항,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확인 결과, 법이 규정한 '부성우선주의' 원칙 때문이었다. 부성우선주의란, 민법 조항에 따라 자녀 출생 시 아버지 성을 우선 따르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예외적으로 부모가 혼인신고를 할 때,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협의를 권고하고 있다.

지난 2020년 5월 8일,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위원장 윤진수)는 민법상 부성우선주의 원칙 폐기를 정부에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던 중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지난 25일 부성우선주의 원칙에서 벗어나 부모가 협의하는 방식으로 법과 제도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결혼하지 않은 비혼이나 동거 가족 등도 가족으로 인정해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여가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2021~2025년)에 대해 26일 공청회를 열어 논의 후,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오는 3월 중 국무회의 심의에서 계획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성평등 관점의 정책을 강화해 나가는 여가부의 변화는 환영하지만, 고리타분한 국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의구심이 든다.

부성우선주의는 호주제와 '정상가족성'의 정수이다. 2007년 폐지된 호주제는 가족 구성원들을 가족 대표인 '호주'를 기준으로 정리하게 하는데, 이때 호주를 남성만 가능하게 하였다.

예컨대 사별 등의 이유로 어머니 단독으로 남아를 키운다면, 그 남아가 세 살배기 남자여도 그 가계의 호주는 아들이며 어머니는 아들에 딸린 존재인, 현재의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상태를 많이 만들었다. '남성이 대를 잇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호주제 폐지에 적극 반대해온 사람들은 아마 '부성우선주의' 잔존 덕분에, 호주제 고수 입장에서 한발 후퇴했을지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가 대를 잇는구나' 하면서.

1990년대생인 나와 내 반려는 이러한 관점에 거북함을 느낀다. 그래서 이러한 어려움을 토로하면, '그게 뭐가 문제냐'는 '어른'들의 반문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문제이지 않을까요'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변화해야 할 정상가족의 기준

아버지가 한 가정의 '주인'이고, 부부 관계에서 낳은 자녀만을 '정상적인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소위 '정상가정' 프레임이 해체될 필요가 있다는 담론이 대한민국 내에서 점차 부각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가족주의가 불러오는 세상의 문제들을 바라본 <이상한 정상 가족>을 읽고 작가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셨다고 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아직 한국에서 '모'의 성을 따르는 가족을 넘어, '결손' 가족, '비정상시민'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제도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예컨대 지난 2020년 5월 1차 재난지원금을 가정 단위로 지급했을 때, 가정과 친밀하지 못한 혹은 가정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소외계층은 누구보다 재난지원금이 절실했음에도 혜택을 받지 못했다. 1인 가족으로 등본상 분리되어야만 지급해주는 현실에 가로막힌 것이다. 가정 단위 지급이라는 생각을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철저하게 정상가족성을 담보한 행정편의주의적인 사고였다.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다. 미혼가정과 입양가정 그리고 동성부부다. 이들은 찬성과 반대의 대상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형태의 가족이다. 그런데 현재의 대한민국은, 장혜영 의원이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이미 존재하는 가구주와 배우자의 성별이 같은 부부를 그대로 통계로 작성하고 결과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자마자, 반대와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나라다.

이러한 나라에서 '정상가족'이 아니면 어떻게 아이를 양육할 생각을 할까? 그러면서 출산율과 인구절벽 이야기를 한다면 형용모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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