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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는 개인 취향? '궤변' 펼친 산부인과의사회

임재우 입력 2021. 01. 2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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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단 보험급여 적용 법안 반대 의견
"성형도 적용 안한다"·"임신중지 원인제공자는 '남성'" 주장
부적절한 근거에 여성계 "임신중지에 대한 몰이해" 비판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을 비롯한 71개 단체가 2018년 7월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낙태죄 위헌 결정과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한산부인과의사회(산부인과의사회)가 임신중단을 보험급여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이유로 “미용성형 수술도 보험급여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보험급여를 적용할 경우 임신중지 원인제공자인 남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 수 있다”는 등 ‘여성의 건강권·재생산권’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는 주장을 펼쳐 논란이 예상된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신중단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14일 발의했다. 여성이 비용 문제 없이 임신중지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성폭력·친족간 임신 등에 한해서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던 것을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산부인과의사회에는 이 발의안에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26일 대한의사협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임신중지는 미용성형처럼 개인의 취향”?…“건강권·임신중지에 대한 몰이해”

산부인과의사회는 의견서에서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인공임신중단은 건강보험법의 목적인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 “미용성형 수술도 합법적인 의료서비스지만 건강보험법상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어 보험급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임신중지는) 미용성형처럼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결정하는 문제다. 치료가 아니므로 건강보험으로 지원할 당위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계는 ‘임신중지’를 ‘성형수술’과 비교한 건 여성의 건강권·재생산권이 달린 임신중지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혜 한국여성쟁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성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인 임신중지를 ‘개인의 취향’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의 절박한 상황을 경시하고 사소화하는 발상이다. 임신중지를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로 인정하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라고 비판했다.

건강보험법 적용 대상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단순히 질병이 아니므로 급여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은 건강보험법 적용 대상을 협소하게 해석한 것이다. 출산·유산·난임시술 등도 질병이 아니지만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고, 하물며 남성의 여유증 수술도 건강보험 급여 지급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또 윤 전문의는 “해외에서도 임신중지를 포함해 재생산 관련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급여화하는 것이 여성의 건강권을 지키고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고 논의되어 왔다. 임신중지가 합법화된 나라에서는 공공재정을 투입해 무료로 임신중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지적했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 덴마크 등 21개 나라는 공공의료체계의 지원으로 무료로 임신중지가 가능하고, 벨기에 등 13개 나라는 건강보험이나 공공병원에서 임신중지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임신중지 원인 제공자는 ‘남성’·손해배상 청구 대상”?…“왜곡된 시각”

산부인과의사회가 ‘건강보험법 58조’를 임신중지에 대한 급여화를 반대하는 근거로 든 것도 문제적이다. ‘건강보험법 58조(구상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에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한다. 이때 ‘제3자 행위’란 통상 폭행·상해·교통사고 등과 같은 일들로, 이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원인 제공자에게 구상권을 갖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산부인과의사회는 ‘임신중지 전체’를 건강보험법 58조가 적용될 수 있는 폭행·상해 등과 유사한 행위로 봤다. “인공임신중단을 보험급여 하게 된다면 그 원인 제공자인 남성에 의해 보험급여 사유가 발생”하고, 건강보험공단이 ‘원인 제공자인 남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모든 ‘임신중지’가 남성에 의해 여성에게 피해를 입힌 것이라는 시각을 전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대목이 법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을뿐더러 ‘임신중지’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김정혜 부연구위원은 “성폭력이나 강간에 의한 임신중지라면 해당 조항에 의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겠지만, 임신중지 전체가 그러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라며 “의료서비스로서의 임신중지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에서 논리를 구성하려다 보니 무리한 주장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나영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은 “임신이 사고이고, 그 사고의 원인제공자가 남성이라는 것인데, 남성 중심적 이야기”라며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는 것은 비용 때문에 병원을 찾지 못하게 돼 시기가 늦어질수록 당사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지, 당사자 간 손해배상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법안을 발의한 권인숙 의원실 관계자는 “임신중단은 여성의 건강권과 재생산권이 달린 필수적인 의료행위이고, 비용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여성에게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로 제공될 수 없다. 성형수술과 비교하면서 급여화에 반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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