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 돈 내놔라"..강원도 특급호텔에 무슨 일이?

유현욱 입력 2021. 1. 27. 11:06 수정 2021. 1.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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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391실 규모 분양형 호텔 오픈
파행 운영 끝에 반 년간 수익금 미지급
수분양자들 계약해지 등 법적대응 시사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강원도의 한 특급호텔이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해 7월 10일 호텔이 문을 연 뒤로도 구분소유(한 동의 건물을 둘 이상의 건물부분으로 구분해 각각 그 부분을 독립된 소유권의 객체로 하는 관계)자들이 매달 25일 받아야 할 수익금을 한 푼도 손에 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 객실의 주인인 이들은 밀린 돈을 내놓으라며 대응에 나섰다.

‘전국분양형호텔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10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골든튤립호텔)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호텔 구분소유자 대표단(관리단)은 지난 26일 시행사인 B사에 이행 최고장(독촉장)을 보내 “2월 10일까지 약정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 등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구분소유자들에 따르면 B사가 지급해야 할 금액은 이달 25일 기준 수익금(17억2106만원)에 부가세(1억7210만원), 지연이자(2616만원)를 더해 총 19억1932만원에 달한다.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원의 거점 도시에 들어선 A호텔은 지하 4층~지상 15층 건물에 총 391실 규모로 지어진 분양형 호텔이다. 연면적은 2만4815.01㎡(7506.54평)이다. 수분양자에게는 5년간 소정의 수익(운영개시일로부터 3개월간은 담보대출금의 5%, 이후에는 분양금의 8%)을 약속하고, 분양 계약과 동시에 10년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했다.

시행사는 연간 14박 무료 이용권과 장기 투숙 서비스, 지역 내 관광지 시설 이용권 등 혜택도 내걸었다. 객실을 분양받는 수익형 호텔은 임대 수익으로 고령화, 저금리, 명예퇴직, 노후준비 등 은퇴 세대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안성맞춤인 상품으로 포장돼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객실당 1억5000만원~2억원에 집중적으로 팔려나갔다.

이후 3년여 준비 끝에 A호텔은 지난해 7월 개장했다. 오픈 전에도 우여곡절은 끊이질 않았다. 애초 그해 3월에 문을 열려 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약 없이 미뤄지더니 결국 4개월이나 지나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 전기료·수도세가 밀리면서 단전·단수 압박에 시달린 채였다.

이런 와중에 전 세계적으로 7300여개 체인을 소유한 C호텔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에서 현재의 상호로 변경됐다. 권리관계가 얽히고설키더니 실내테마파크 운영업체 D사가 호텔 경영을 맡기로 정리되면서다. 이에 따라 호텔 2층은 고급 레스토랑과 홀덤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D사의 어덜트파크로 채워졌다.

고난과 역경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과실이 따르리라는 기대가 컸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각국이 바닷길과 하늘길을 걸어잠그면서 국내여행 수요가 폭발하리라는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지난해 8월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내린 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2·3차 유행이 겹치면서 투숙객의 발길은 뚝 끊겨버렸다.

분양 당시 서울 근교에 위치해 있고 호텔 주변에 호수가 인접한 입지조건이 주목을 받았지만,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여건하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시행사 관계자는 “아시다시피 코로나19 탓에 손님이 없다. 마냥 문 닫고 있을 순 없으니 호텔 직원들 상당수를 무급휴가 보내놓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겨우 영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저희도 매달 적자를 보고 있다”며 “도저히 수익금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이 같은 태도에 일부 구분소유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호텔을 직영하거나 제3의 업체에 위탁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시행사와 호텔 관계자는 “더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한편, 2012년 7월 주차장 면적이나 용적률을 완화해주고 각 객실을 분양할 수 있는 ‘관광숙박시설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전국에 150개가량의 분양형 호텔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전국분양형호텔연합회 자체 추산 결과 수분양자는 5만명, 총분양가는 10조원이다. 이들 대다수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처지다.

유현욱 (fourleaf@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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