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장이 된다면..

권태호 한겨레신문 편집국 기획부국장 입력 2021. 1. 2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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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패널 조사 설문지를 받았다.

질문 중에 '사장이 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다른 패널 중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낸 이들이 꽤 됐다.

기사 중에서도 발표에 몇 줄 더 붙인게 아닌, 그 미디어만이 제공하는 기사가 하루에 몇 개인지, 개별 기자가 한 달에 그런 기사를 몇 개나 쓰는지 체크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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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다시보기] 권태호 한겨레신문 편집국 기획부국장
권태호 한겨레신문 편집국 기획부국장

두어 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패널 조사 설문지를 받았다. 질문 중에 ‘사장이 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내용이 있었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었던지라, 즉흥적으로 적었다.

“기자 수를 늘리겠다. 기자들에게 실무 역량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 기자라면, 스스로 기획하고, 취재하고, 기사 쓰고,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기사를 데스크가 매번 오랫동안 고쳐야 한다면, 그는 독립된 기자가 아니다. 기사를 그대로 실을 정도로 모든 기자들의 실무적 수준이 올라가야 한다. 그 기본 위에 정파성을 쌓든, 의견을 펼치든 할 수 있다. 아울러 월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겠다. 이를 기초로, 회사 시스템을 맞춰나가도록 애쓰겠다. 기자의 자존감과 성실성, 실력을 높이는 데에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며, 경제적 보상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무책임하게, 현실가능성 아닌 희망사항만을 적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다른 패널 중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낸 이들이 꽤 됐다.

전통(legacy) 미디어가 계속 존재하려면, 이용자에게 효용성을 줘야 한다. 효용성을 주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해장국’이 되거나, ‘균형자’가 되거나. ‘해장국’은 저널리즘이 아니다. ‘균형자’는 품질이 뒷받침 돼야한다. 그리고 투입량이 질을 담보한다. 일간지는 그날 일을 다룬다. 체크만 하고 안 쓸 때도 많다. 때 되면 써야할 기사도 있다. 자칫하면 숙제 하듯, 정례 보고서 쓰듯 하게 된다. 사람 없으면 기본만 하는 것도 벅차다. 예전처럼 사람을 갈아넣는 방식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고, 지속가능성도 없다.

개별 언론사 기자 수는 줄지 않았다. 다루는 영역이 많아졌다. 거기에 디지털 강화의 한 방편으로 가공, 유통에 상당한 인력이 투여된다. 편집국에서 기사를 직접 쓰는 사람과 데스킹 및 재구성하는 사람 비율을 체크해 보라. 기사 중에서도 발표에 몇 줄 더 붙인게 아닌, 그 미디어만이 제공하는 기사가 하루에 몇 개인지, 개별 기자가 한 달에 그런 기사를 몇 개나 쓰는지 체크해 보라. 숫자화하면 더 놀란다. 사냥꾼은 적고, 동굴에서 잡아온 사냥감 손질에만 주력하진 않는지. 필요하되,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건 뉴욕타임스이지, 버즈피드가 아니다.

기사 품질을 높이려면 기자의 품질이 높아져야 한다. 기자 대우를 높이는 것도 품질 제고와 관련이 깊다. 더 이상 사명감이나 자발성에 의존하는 시대가 아니다. 그리고 기사를 쓸 때는 이 기사를 누가 보는지를 염두에 둬야 하고, ‘내가 쓰고 싶은 기사’보다, ‘독자가 보고 싶은 기사’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광고회사에서 종종 하는 말이 있다. ‘회삿돈으로 예술하면 안 된다.’ 또 기사 피드백은 동료기자가 아닌 독자로부터 얻어야 하고, 친구 페이스북 포스팅이 아니라 데이터화된 내용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러니 독자반응 분석과 독자 소통은 상시화 되어야 한다.

사족. 그러나 언론사는 독자를 절대화할 수 없다. 민간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걸 할 수만 있다면, 다 한다. 언론사는 민간기업이되 민간기업 논리를 온전히 따를 수 없다. 손해가 나더라도 할 수 없다. 규모로는 중소기업에 불과한 언론사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요구받는 건 이 때문이다. 언론사가 독자 눈과 귀만 즐겁게 하려는 건 사탕에 설탕범벅 하는 꼴이다. 다만 독자 맘을 상치 않게 해야 한다. 언론의 딜레마이자,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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