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濠 때리고 뉴질랜드와 무역 강화..'反中 동맹' 와해 노리는 中

이슬기 기자 2021. 1. 2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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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종이제품 관세 99% 이상 철폐
대중 수출 관련 서류 등 절차도 간소화
'줄타기'하는 뉴질랜드 우군으로 확보
"미국·호주 보란 듯 개정 FTA 체결"

지난 2019년 중국을 방문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리커창 중국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과 뉴질랜드의 개정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최근 중국이 다자주의를 앞세워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강화된 보호무역기조와 자국우선주의 속에 대중(對中) 견제를 위해 결집했던 영미권 5개국 동맹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6일 뉴질랜드와 개정한 FTA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데미안 오코너 뉴질랜드 통상산업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이날 대중 수출에 필요한 서류 등 절차를 간소화하고 뉴질랜드산 목재와 종이 제품 등 무관세 대상품목을 확대하는 내용의 신규 협정에 서명했다. 이로써 종이류 수출 관세가 99% 이상 철폐되고 최장 3년 안에 분유를 포함한 모든 유제품에도 무관세가 적용된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뉴질랜드 전체 수출액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연간 교역액은 320억뉴질랜드달러(NZD·약 25조5600억원)에 달한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관계국 가운데 하나"라며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양국간 FTA 개정의 의미는 상당히 크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대중 수출액 워낙 커 '줄타기' 불가피

양국이 FTA를 체결한 건 2008년 4월이다. 당시 뉴질랜드는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먼저 중국과 FTA를 맺어 주목을 받았다. 양국은 2016년 개정 교섭을 시작해 2019년 11월 대부분의 협상을 타결했으나 중국은 1년 이상 서명을 미뤄왔다. 여기에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및 민주주의 준수 문제가 걸려있었다.

뉴질랜드가 속한 상호첩보동맹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는 지난해 5월 홍콩 국가보안법이 홍콩인들의 권리와 자유를 위협한다며 단체로 비판 성명을 냈다. 이들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을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중국이 자국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독자 가입도 찬성했다.

다만 뉴질랜드는 미국이나 호주처럼 중국에 대한 공개 비판이나 보복 조치는 최대한 삼가왔다. 대중 수출 의존도를 고려해 중국과 파이브 아이즈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셈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뉴질랜드가 서구 동맹국과 같은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그들과는 달리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뉴질랜드와 개정 FTA에 최종 서명함으로써 경제적 우군을 확보한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캐나다·영국도 견제 전선 '흔들'..."보란 듯 FTA 체결"

실제 중국은 코로나19 기원설을 제기한 호주를 향해 "계속 도발하면 대호주 무역을 줄이고 뉴질랜드에서 수입을 더 늘리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도 중국 정부가 미국·호주와 무역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보란듯이' 뉴질랜드와 개정 FTA를 체결해 무역 우군을 획득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캐나다 정부는 미국의 키스톤XL 송유관 사업 중단 선언으로 불만이 커진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약속했지만, 업계의 반발이 거세 내달 중 다시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영국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교역 혼란 속에 중국 견제용 연합 전선을 구축할 여력이 마땅치 않다.

호주조차 지난해 12월 대중국 수출이 전월 대비 21% 증가했다. 중국은 호주산 보리·소고기·와인 등에 관세 폭탄을 물렸지만,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라 호주산 철광석 수요는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5일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축사에서 미국을 겨냥해 "다자주의와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의 길을 걸어야 한다"며 "국제사회에서 '작은 무리'를 이루거나 다른 국가를 배척·위협·협박하고 걸핏하면 탈동조화(디커플링)·공급망 차단·제재 등을 내세워 서로를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세계를 분열과 대결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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