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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폭설 대응' 제대로 못한 이유..제설 매뉴얼 살펴보니 [뉴스 A/S]

한대광 기자 입력 2021. 01. 27. 16:17 수정 2021. 01. 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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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6일 퇴근길, 서울은 최고 13.7㎝의 폭설에 갇혀 순식간에 마비됐습니다. 다음날 새벽에야 집에 도착했던 시민들까지 있었습니다. 서울이 폭설로 마비되는 사건은 2010년 1월4일에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25.8㎝의 기록적 폭설이 왔습니다. 피해 양상을 단순히 비교할 수 없지만, 절반 수준의 눈에 서울이 마비됐다는 비판이 거세졌습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결국 이틀 후인 지난 8일 사과문을 냈습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이번 사태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서울시의 제설 행정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접하는 1·2·3단계는 어떤 상황에서 실시될까요. 지난 6일 퇴근길 폭설은 예측과 대비를 할 수 있었을까요. 가능했다면 어떠한 조치가 취해졌어야 할까요. 이런 궁금증들을 서울시 매뉴얼과 당시 상황을 비교·분석해 정리했습니다.

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6일 저녁 서울 세종로에서 시민들이 눈을 맞으며 길을 건너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제설 대책의 기본 1·2·3단계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0/21년 겨울철 제설대책 추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행정2부시장 방침 297호로 분류된 정책이며 시민들에게 공개된 자료입니다. 편의상 ‘제설 대책’으로 약칭하겠습니다.

‘제설 대책’을 보면 서울시는 겨울철 동안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합니다. 본부장은 시장이 맡고 차장은 행정2부시장이 맡게 됩니다. 현재 본부장은 서정협 시장 권한 대행이며 차장은 김학진 부시장입니다.

재난안전대책본부는 기상청의 적설량 예보에 따라 단계별로 대응해야 합니다. 적설량이 5㎝ 미만 예보 시에는 1단계, 5㎝ 이상으로 예보(대설주의보 발표)되면 2단계, 10㎝ 이상 예보(대설경보 발표) 때에는 3단계 근무를 해야 합니다.

서울시가 ‘20/21년 겨울철 제설대책 추진계획’에서 밝힌 단계별 대응 방안

1·2·3 단계 결정은 ‘상황 판단 회의’에서 결정합니다. 2단계는 안전총괄실장, 3단계는 시장 또는 행정2부시장이 회의를 주재해야 합니다. 비상 상황에 대한 대책도 있습니다. 서울시는 ‘제설 대책’ 6쪽에 “2단계에도 인명 또는 재산 피해가 크거나 재난의 영향이 사회적·경제적으로 광범위하여 서울시 차원의 수습이 필요한 경우, 시장(행정2부시장)이 총괄 지휘하도록” 정해 놓았습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제설작업에 투입되는 근무 인원이 늘어나게 됩니다. 각각 2330명, 3495명, 3627명입니다. 이 중 25개 자치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2125명, 3250명, 3375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지인 중 구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눈 치우기 위해 비상 근무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으셨다면 이런 지휘 계통 속에서 이뤄진 일입니다.

■ 서울시 폭설 대응 장비와 방식

서울에 눈이 내리면 재난안전대책본부의 지휘에 따라 25개 구청은 물론이고 도로사업소, 시설공단도 함께 제설작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환경미화원(2229명)과 제설 차량 운전원(817명)도 제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서울시는 제설제 살포 위주의 제설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때 꼭 필요한 것이 차량입니다. 직영 556대를 포함 886대의 차량이 제설제 살포기를 장착하고 서울 시내에 투입됩니다. 이 차량은 도로에서 눈을 치우는 삽날도 장착할 수 있습니다. 모래주머니, 삽, 넉가래도 동원됩니다. 골목길 등에 투입되는 소형 4륜 제설기도 86대를 운영 중입니다.

서울시가 설치한 염수분사장치와 열선 도로|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구매하는 제설제의 양도 상당합니다. 시는 올겨울 3만5457t의 제설제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중 친환경 제설제는 2014년 10%를 시작으로 2018년 이후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언덕길 등 226곳에는 자동 또는 원격으로 염수가 뿌려지는 장치가 설치돼 있습니다. 눈을 녹이는 열선이 설치된 도로도 44곳이 있습니다. 북악터널 양방향 진출입로에는 아스팔트 포장에 첨가된 첨가제가 물의 결빙온도를 낮추어 영하 8도까지는 제설제 살포 없이도 결빙을 방지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서울시는 제설작업 방법에 대한 기준을Ⅰ·Ⅱ·Ⅲ단계로 나눠 놨습니다. 적설량이 1㎝ 이상이더라도 출퇴근 시간일 경우 위험요인이 커지기 때문에 Ⅲ단계로 분류했습니다. Ⅲ단계는 눈이 내리기 전 모든 도로에 제설제를 뿌려야 합니다.

서울시가 보유하고 있는 장비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해안 5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입니다. 1995년 인천 강화군 기상관측소에 처음으로 설치됐습니다. 이후 인천기상대와 옹진군 영흥도, 경기 파주시 문산기상대, 화성시 우정읍사무소에 추가 설치됐습니다.

이 장비들은 기상청의 눈 예보 이상으로 효과를 발휘합니다. 서해안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겨울철 북서풍을 타고 1시간 ~ 1시간30분 이내에 서울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서해안에 폭설이 내리면 기상청 예보 등과 종합해 곧바로 1·2·3단계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 퇴근길 폭설 예측·대응 적절했는지가 최대 쟁점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 대행은 폭설 이틀 후인 지난 8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사과문은 당시 상황이 예측하기 불가능했다는 대목으로 시작됩니다. “최고 13.7㎝의 눈이 쌓이는 기습폭설에 3년 만의 한파까지 겹치면서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서 권한대행은 이어 “예보보다 먼저, 예보 이상의 강도 높은 조처해야 했음에도 부족함이 있었다”라면서 “폭설 한파 재해 예방 매뉴얼은 물론이고 서울시 재난 시스템 전반을 원점에서부터 재정비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감사가 시작됐습니다.

최대 쟁점은 1·2·3단계 대응 기준인 적설량 예측을 제대로 했는지와 특히 퇴근길에 눈이 올 것을 예측하고 제대로 대응했는지입니다. 기상 상황은 기상청의 전문적 업무입니다. 서울시는 기상청 발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서울시는 안전총괄실 공무원들이 기상 상황에 대비하는 요령을 매뉴얼로 정해 놓고 있습니다. 담당 공무원들은 기상청 홈페이지의 동네 예보·단기예보는 물론 통지문, 특보·예비특보 등 3가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러나 당일 폭설 예보가 정확했는지를 놓고 폭설 당시부터 현재까지도 서울시 안전총괄실과 기상청이 다른 입장을 보입니다.

기상청은 지난 15일 이영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폭설이 시작된 당일 오후 6시30분 전까지 통보시스템 등을 통해 12차례 눈 예보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에는 오전 11시부터 3~8㎝의 적설량 예보도 있었고 대설예비특보(오전 11시10분), 대설주의보(오후 5시) 발표도 있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서울시 안전총괄실 공무원 A씨는 기자에게 기상청이 오후 4시에 발표한 ‘서울지역 기상개황’ 문서를 제시했습니다. 기상청은 이 문서에서 오후 9시부터 1~4㎝의 눈이 올 것으로 예보했습니다. A씨는 “예비특보는 예비일 뿐이고 오후 4시 자료에는 오후 9시 이후에나 눈이 내릴 것으로 되어 있어 매뉴얼에 따라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정상적으로) 오후 4시부터 1단계 근무를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최고 13.7㎝의 기습폭설과 한파, 퇴근길 정체 등 3가지가 겹치면서 제설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6일 제설 대책의 근거로 제시한 기상청 발표 기상개황. | 서울시 제공

두 기관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시 감사위원회에서 다뤄질 쟁점 중 하나로 보입니다. 서울시는 눈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를 불문하고 제설에 대비하기 위해 최소 1단계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폭설이 퇴근길에 쏟아질지를 제대로 예측했는지, 그에 따라 적절히 대응했는지입니다.

기상청은 눈이 내리는 시간을 어떻게 예측했는지부터 살펴봤습니다. ‘오후 3시부터’도 있고 ‘오후 9시부터’라는 발표도 있습니다. 발표 때마다 눈 내리는 시간이 달랐습니다. 퇴근 시간이 시작된 오후 6시가 돼서야 1시간 후인 오후 7부터 눈이 내린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눈은 6시30분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렇다고 서울시의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상청은 당일 오전부터 3~8㎝의 적설량을 발표했고 오후 5시에는 대설주의보까지 발표했습니다. 서울시는 최소한 퇴근 시간에 돌입하기 훨씬 전부터 상황 판단에 신경을 썼어야 합니다.

서울시는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앞에서 설명했듯이 서해안 5곳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폭설 당일 이 장비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서울시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인천기상대와 강화군 기상관측소에서 오후 5시부터 폭설(서울시는 ‘강설’로 표현)이 시작됐습니다. 이후 6시30분에는 서울 금천구부터 폭설의 영향권에 들어갔습니다. 기상청의 폭설 예보 시간이 발표마다 다르더라도 오후 5시부터는 퇴근길 폭설이라는 비상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B씨는 “기상청 발표와 CCTV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더라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6일 시간대별로 대응한 상황|서울시 제공

■ 제설 대안 묘책 있나?

서울시는 이날 오후 7시20분에야 2단계 근무에 돌입했습니다. 이미 퇴근길 시민들이 도로에서 꼼짝 못 하는 시점이었습니다. 시민들에게 대중교통 이용과 내 집 앞 눈 치우기 동참을 요청하는 재난 문자도 오후 8시 28분에야 보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더라면 퇴근길 폭설이 쏟아지기 전에 2단계든 3단계든 총력 대응을 할 수도 있었던 조건이었습니다. 실제 서초 등 강남권의 경우 10㎝ 이상의 눈이 내렸기 때문에 3단계에 돌입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최고 수준인 3단계의 경우 김학진 행정2부시장이 책임을 지고 제설 대책을 지휘해야 합니다.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감사위원회의 감사가 진행 중이지만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는 제설 대책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폭설이 오면 현행 제설제 살포 위주의 대책보다는 눈 치우기를 통한 차량 통행로 확보를 우선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법령을 개정해 제설 차량도 소방차·구급차·경찰차처럼 긴급자동차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6일과 같은 상황에서는 김학진 행정2부시장이 참여하는 3단계 근무에 나섰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퇴근길 폭설을 고려했을 때 총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권역별로 대응 단계를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강북과 비교해 강남은 10㎝ 이상을 기록했지만, 현행 규정으로는 서울 전역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대책만 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대문구청은 독자적으로 3단계 근무를 시행하는 순발력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한대광 기자 cho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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