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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엄마의 층간소음 갈등 해결기

칼럼니스트 이은 입력 2021. 01. 27. 16:21 수정 2021. 01. 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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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인류학] 아파트에서 쿵쿵쿵, 아이들이 뛰면 엄마 심장도 뛴다

미국에선 층간 소음에 관한 이야기를 한국만큼 하지 않는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보편적인 주거 형태가 한국과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LA나 뉴욕 같은 대도시들, 그리고 대학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땅이 넓고 인구분포는 적다. 

그런 특성상 대부분의 가족 단위 사람들은 일반 주택에 산다. 굳이 한국과 비슷한 경우를 찾는다면 옆집이나 앞집, 뒷집 사람들이 파티를 너무 좋아해서 매일 음악 소리와 사람들 말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와서 힘들다는, 층간 소음보단 '집 간 소음' 정도로 꼽을 수 있겠다.

◇ 코로나에 설상가상 방음 최악 아파트에 갇힌 우리 가족 

아파트 복도를 지날때도 늘 조심조심.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최악의 방음을 자랑하는 집이라, 우리 말소리와 발소리가 다른 집으로 다 들어간다. ⓒ이은

물론 미국에도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싱글, 신혼부부, 은퇴한 노부부들처럼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사람들이 아파트에 주로 거주한다. 우리 가족처럼 단기간 임대계약을 맺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아파트 옆 동에 우리 아이들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지인 역시 남편이 직업 군인이라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정도 한 지역에 머문다고 했다. 

우리 집 같은 경우는 남편의 임용으로 이 도시로 새로 이사 오게 되면서, 일단은 이 지역에 대해 좀 알아보고 가장 지내기 적합한 곳에 터를 잡자는 생각으로 지금 사는 아파트 단지에 임시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여러 이유로 벌써 일 년이 훌쩍 넘게 머물게 되었다. 

일단은 코로나의 여파로 집을 보러 다니는 것이 너무 조심스러워졌고, 재택근무를 비롯해 집에 머무를 시간이 많아진 영향인지 부동산에 내놓는 집보다 수요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우리 집 두 아이는 집 밖에도 제대로 못 나가고, 지하실이나 마당처럼 뛰어놀 공간도 없어 답답해하기 일쑤였다. 

한국에선 '마당 딸린 주택'이라고 하면 흔하지도 않고, 부유층에 가까운 이미지지만, 미국에선 거의 마당 딸린 집에 사는 일이 많고, 부유층이 아닌 서민들에게도 흔한 일이다. 그래서 종일 좁은 아파트에 갇혀 지내야 하는 이 상황에 나는 묘한 박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여파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또 있었는데, 바로 우리 아랫집 사는 청년들이 주인공이다. 우리가 사는 이 아파트는 이 지역 의대 캠퍼스와 가까워서 대학생들이 많이 살고 있다.

미루어 짐작하는 바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사실 그 전에 아파트에 살아본 경험이 없고 (실제로 얼굴을 익힌 몇몇 의대생들이 직접 내게 해준 말이기도 하다)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없다 보니 아랫집 사람들이 겪을 고통은 눈에 보듯 뻔했다.

◇ 벽 타고 넘어오는 썰렁한 농담…아, 이사가고 싶다! 

무엇보다도 미국 아파트의 방음은 정말 최악이다. 이른 밤 아이들을 재우고 조용히 있노라면 아랫집, 옆집 통화하는 내용도 다 들린다. 그래서 나는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옆집 여성의 연애나, 아랫집 청년이 누군가와 주고받는 썰렁한 농담, 어느 집인지도 모를 누군가의 애창곡까지 다 꿰고 말았다. 

이렇게 벽이 얇으니 당연히, 우리 가족의 소리도 잘 들릴 것이다. 큰아이는 그래도 좀 컸다고 당부하면 조심하는데, 작은아이는 아직 만 세 살도 안 돼서 조금 말을 듣다가도 이내 쿵쿵거린다. 매트를 깔아도 해결이 안 된다. 

상황이 이러니 미국에선 보통 잘 하지 않는 일을 아랫집 청년들이 했다. 바로 우리 집의 현관문을 직접 두드린 것이다. 그들이 온 순간, 정말 당황스럽고 미안했지만, 마스크도 안 쓰고 온 청년에게 문을 열어줄 수도 없어서 미안하단 말만 되풀이했다. 아마 곧 시험 기간이라 힘들었던 모양이다. 

아무리 아이들을 타일러도 한계가 있는 이 상황이 안타깝다. 문득 서울에 계신 친정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내게 "이유가 어쨌든 아이가 남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는 상황이 온다면 그저 네가 더 조심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미안하단 말에 비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단 말씀이다. 상황을 설명하고, 고치고, 노력하고, 이해와 양해를 구하란 말씀. 그게 다른 사람 마음 상하지 않게 하는 일이자, 내 아이 욕 먹이지 않는 일이라는 말씀.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아랫집 문 앞에 아이들과 함께 사과의 마음을 담은 쪽지와 초콜릿 한 상자를 두고 왔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랫집 청년들, 시험공부 방해해서 미안해요. 우리 아이들 최대한 조심시킬게요. 그런데 아파트가 너무 방음이 안 되네요. 우리도 여러분이 넷플릭스로 뭐 보는지 다 알고 있어요. 그래도 조심할게요….'

하, 마음이 참 무겁고, 정말 이사 가고 싶다. 아니, 적어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빨리 사라져서 애들이 밖에서 놀 수 있었음 좋겠다. 당분간은 조심 또 조심하는 방법밖에 없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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