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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친고죄 폐지..이러라고 한 게 아니다

임재우 입력 2021. 01. 27. 16:49 수정 2021. 01. 2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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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정의당 대표 성추행 파문]활빈단, 성추행 김종철 형사고발 논란
피해자 입막음·합의 강요·협박에
사회적·법적 처분 빠져나가기 일쑤
'가해자 보호 기능' 없애자는 취지

수사·이슈화 될수록 2차 가해
피해자 의견 존중이 회복 지름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저와의 그 어떤 의사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저의 의사를 무시한 채 가해자에 대한 형사고발을 진행한 것에 큰 유감을 표합니다.”

26일 시민단체 활빈단이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를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자, 피해자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성추행을 포함한 성범죄는 친고죄(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죄)가 아니다. 피해자 본인이 고소하지 않더라도 제3자 고발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있던 친고죄 폐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때 존치를 주장하는 쪽이 내세운 논리가 바로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고발의 문제점이었다.

친고죄 폐지의 취지를 정확히 살피려면 폐지 이전의 상황을 되돌아봐야 한다. 모든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된 것은 형법 제정 60년 만인 2013년 6월이다. 그 전까지는 비장애 성인여성 대상 성폭력 사건은 수사기관이 그 전모를 파악하고 있더라도 피해자 본인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와 기소가 가능했다. 그마저도 사건 발생 1년이 지나면 피해자 본인도 고소가 불가능했다. ‘피해자의 사생활과 명예’를 지킨다는 명분이었다.

친고죄 폐지를 요구해온 이들은 친고죄가 피해자에게 고소의 부담을 떠넘기는 한편, 가해자가 피해자를 입막음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에게 합의를 강요하고 고소 취하를 협박하는 일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친고죄 폐지 이전인 2009~11년 상담 사례를 보면, 합의 종용 등 가해자 쪽에 의한 2차 피해가 상당수 있었다. 가해자 압박으로 고소절차가 진행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성범죄가 아무런 사회적·법적 처분을 받지 못한 채 묻히는 일들이 빈번했다. 친고죄가 가해자 보호제도로 기능한 셈이다.

장혜영 의원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그렇다고 ‘모든 성범죄를 형사사법 절차로 끌고 가 수사기관의 공소제기와 법원의 판결로 해결하자’는 취지로 친고죄가 폐지된 것은 아니다. 권김현영 여성학 연구자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러한 도식적인 접근을 경계하며 “(피해)당사자가 ‘자유로운 의사표명을 하기 어렵거나 본인의 곤란한 사정으로 문제 해결을 원치 않는 특수한 사정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짚었다. △피해자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하고 △피해자 본인이 사법적 해결이 아닌 다른 사회적 해결을 택했을 때는, 이를 존중하는 것이 친고죄 폐지의 취지에 더 맞는다는 것이다. 가령, “신고를 받고 찾아온 경찰에게 가해자와 함께 현관으로 나온 피해자가 ‘괜찮다’라고 하는 경우”와 장 의원의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다.

장 의원도 본인 의사에 따라 사법처리가 아닌 정의당 자체 시스템을 통한 ‘공동체적 해결’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사법체계를 통한 고소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가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김종철 전 대표 사건의 경우 가해자의 시인과 정의당 내부 절차를 통해 성추행 사실이 이미 소명됐고, 징계 등 사회적 책임을 묻는 과정 역시 사법처리를 거치지 않더라도 확실하게 이뤄지고 있다. 굳이 경찰, 검찰, 법원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다시 밟아 피해를 되새김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결국 김종철 전 대표 사건에 대한 외부단체의 형사고발은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존중’과 ‘피해자의 일상회복’이라는 친고죄 폐지의 근본 취지를 돌아볼 때 본말이 전도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내부 청년 당원 조직인 청년정의당의 강민진창당준비위원장은 “피해자가 공인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해당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았다면 아무런 관계도 없는 제3자에 의한 원치 않는 검찰 고발을 감당하게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모든 성폭력 피해자는 사건 해결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이는 정치인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장 의원의 경우가 매우 예외적 사례라는 점은 짚어야 한다. 일반적인 직장 내 성폭력의 경우 이번 정의당 대응처럼 즉각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가해자가 성추행을 시인하고, 피해자 본인의사에 따라 해결방법을 택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대다수 피해자는 조직 내 허술한 피해구제 절차와 압박으로 인해 수사기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환경에 놓인다. 장 의원의 환경이 전형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있는 만큼, 피해자가 정말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고소를 원치 않는 것이지 개별 사례마다 면밀히 따져야 한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장 의원이 공개적으로 사법처리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수사에 신중한 입장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가) 계속 논란이 되고 이슈화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고, 이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피해자 의사를 포함해 관련 규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부단체의 고발을 둘러싼 논란과 별개로, 장 의원을 향한 지지와 연대의 움직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이어지고 있다. SNS에서는 장 의원이 피해에서 회복해 의정에 복귀할 수 있길 희망한다는 뜻으로 ‘#장혜영을 일상으로 국회로’라는 해쉬태그가 수백 개 공유됐다. 누리꾼들은 장 의원을 지지하는 의미로 의원실에 정치후원금을 보냈다는 인증샷을 공유하고 있다.

임재우 강재구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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