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렬된 쌍용차 매각협상.. 마지막 카드 'P플랜' 부상

이승현 2021. 1. 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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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힌드라·HAAH 협상 이견으로 중단 상태
'뉴머니' 수혈 가능한 'P플랜' 거론
산은이 결정권..쌍용차, 조건 수용여부 답변 없어
성과 없으면 다음달 말 통상의 회생절차 돌입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쌍용차 매각협상이 결렬될 위기에 처했다. 법정관리에 정식으로 돌입하기 전에 매각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은 어그러졌다. 쌍용차에서는 ‘사전회생계획안(P플랜)’ 신청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정관리 전에 민간 주도의 회생안을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방안이다. 다만 사전회생계획안은 주채권자인 KDB산업은행이 동의해줘야 한다. 쌍용차는 다시 산은의 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율 매각협상 ‘중단’…P플랜 검토

27일 금융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와 잠재적 투자자 미국 자동차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의 매각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마힌드라·HAAH·산은·쌍용차 등 4자 협의체는 당초 지난 22일 합의를 목표로 협상을 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마힌드라는 이미 탈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HAAH는 오는 29일까지 마힌드라를 제외하고 다른 주체들과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견은 대주주 마힌드라의 지분보유 문제다. 마힌드라는 74.7%의 보유지분을 HAAH에 전부 매각하고 철수할 의사를 밝혔지만, HAAH 등은 쌍용차 정상화 때까지 일정 지분의 보유를 요구했다.

현재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21일 신청한 자율구조조정(ARS) 방식의 기업회생절차(옛 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는 이 기간 자율협상을 통해 새 주인을 찾고 신규투자 유치와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쌍용차 내부에선 대안으로 ‘사전회생계획제도(Pre-packaged Plan·P플랜)’ 신청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회생절차에 돌입하면 법원은 관리인과 조사위원을 선임한 후 실사작업 등을 거쳐 절차 진행 의견이 나오면 회생계획안을 만들도록 한다. 법원이 주도한 회생계획에 채권자가 동의하는 방식이어서 신규자금 투입 등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하지만 사전회생계획제도는 주도권을 채권단이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사전회생계획은 ‘뉴 머니’ 수혈 목적이 큰 것으로 금융권에서 보고 있다. 사전회생계획 역시 엄연한 회생절차의 일환이고, 법원의 관리인도 선임된다. 다만 법원의 강제적 채무조정 대신 금융권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방식이 접목됐다. 채권자들이 회생계획안을 주도해 법원에 제출하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사전회생계획은 채권자의 의사가 많이 반영되는 만큼 대가로 신규자금 지원 등이 가능할 수 있다. 또 회생계획안을 미리 내기 때문에 일반적인 회생절차에 비해 절차단축으로 기간이 짧다.

이 방식을 통해 대주주인 마힌드라 지분에 대한 감자를 단행하고 HAAH가 쌍용차 경영권을 확보하는 인수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물적·인적 구조조정 방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쌍용차 ‘조건’ 수용 여부 안 밝혀

키는 산은이 쥐고 있다. 사전회생계획은 채무자가 전체 채권의 절반 이상을 가진 채권자의 동의를 받거나 혹은 그 채권자가 신청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쌍용차 금융채무 2550억원 중 산업은행이 1900억원을 차지한다. 산은 측은 “현재 논의되는 사항은 없다”고 했다.

실제 사전회생계획이 이뤄지려면 여러 난관을 넘어야 한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에 대해 ‘조건부’ 추가 자금투입 방침을 밝혔다. 지속가능성이 담보된 사업계획을 주문했다. 특히 노동조합에는 △흑자전환 전까지 파업 등 쟁의행위 금지 △단체협약 주기 현재 1년에서 3년으로 연장 등을 내걸었다.

단체협상 주기를 3년으로 늘리는 건 현행법상 노사간 특별한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산은은 쌍용차 측로부터 조건 수용 여부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 회장은 “사업성 평가와 함께 2가지 조건이 제시되지 않으면 단돈 1원도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만약 산은 결정으로 사전회생계획이 시작하더라도 회생계획안을 최종 도출하려면 전체 채권자의 4분의 3 동의가 필요하다. 다른 채권기관이 동의할 지는 불투명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골프장 매각사례 등을 제외하면 사전회생계획으로 대규모 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진 사례는 없다. 매우 복잡한 작업”이라고 했다.

쌍용차의 ARS 기간은 다음달 28일까지다. 이때까지 구체적인 결과물이 없으면 서울회생법원은 일반적인 회생절차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당장 오는 29일에는 약 2000억원 규모의 어음 만기가 도래한다.

이승현 (lees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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