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위해 희생했는데 뒤통수"..손실보상제 소급 불가에 자영업자 절규

공지유 2021. 1. 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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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보상제' 소급적용 불가에 자영업자들 반발
"나라 위해 희생했는데 뒤통수..소급적용해야"
업종별 형평성 지적.."특성 고려 세부지원 필요"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영업 손실을 본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손실보상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기존 집합금지된 업종들에 대한 소급 적용은 하지 않겠다며 선을 긋자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집합금지로 폐업까지 내몰리는 등 피해를 본 업종들에 대해 손실보상을 소급 적용하는 것뿐 아니라 세부적 검토를 통한 형평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있는 한 코인노래연습장. 이 코인노래방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로 지난해 11월 폐업했다. (사진=공지유 기자)
“나라 위해 희생했는데 뒤통수”…자영업자들 ‘소급적용 불가’ 반발

27일 오후 찾은 성동구 한 PC방에서 사장 이모(48)씨는 키보드 닦기에 집중하느라 말을 걸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PC방 건물 옥상에는 이씨가 팔기 위해 세척한 키보드들이 늘어져 있었다. 이씨는 “코로나19 이후 하루 매출이 10만~20만원밖에 되지 않아 매출이 4분의 1로 줄었다”며 “월세를 내지 못해 중고장터에 키보드를 팔아 생활비라도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정부의 집합금지 조치로 손님도 다 잃고 빚이 1억이 넘게 생겼는데 그동안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고 하니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장사를 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후 찾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거리도 사람이 없어 텅 빈 가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오락실과 코인노래방들이 모두 정상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절반 이상의 매장이 문을 굳게 닫은 상태였다.

이곳에 있는 한 코인노래방은 철거도 되지 않은 상태로 폐업한 채 방치돼 있었다. 지난해 11월까지 5년간 영업을 하다가 폐업 결정을 내렸다는 사장 박모(46)씨는 “5월부터 시작된 집합금지를 감당하지 못해 임대료도 받지 못하고 철거도 하지 않은 채 폐업을 하게 됐다”며 “집합금지가 되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영업을 이어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정부의 손실보상제가 집합금지로 인해 폐업까지 내몰린 자영업자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손실보상제는 소급적용이 되지 않고, 향후 있을 집합금지·영업제한 등 행정명령에 대한 보상책이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해 폐업한 자영업자들은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손실기준을 2019년과 2020년 매출 변화 기준으로 두고 제도를 논의하고 있어 지난해부터 영업을 시작한 업주들은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씨는 “최근 정부에서 자영업자들을 지원해주겠다고 해서 당연히 나라에서 보상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너무 고마워하고 있었는데 소급적용이 안 된다는 말을 들으니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라며 “그동안 받아온 대출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하고 정부가 자영업자를 빚쟁이로 만든 것 같다”고 호소했다.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 PC방 건물 옥상에 키보드들이 놓여져 있다. PC방 사장 이모(48)씨는 “집합제한 조치로 월세 내기도 힘들어 가게 물품들을 중고로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공지유 기자)
“보상 비율도 형평성 X…집합금지·제한 업종 고정비라도 보상해야”

손실을 보상해주는 비율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집합금지 업종과 상대적으로 피해가 컸던 업종에는 더 많은 비율을 적용해 손실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집합금지 업종에 손실 매출액의 70%, 영업제한 업종에 60%, 일반업종에 50%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신촌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김아름(44)씨는 “밤 9시 제한·인원제한은 집합제한을 하긴 했지만 영업은 할 수 있던 건데 집합금지는 아예 수익이 0일뿐 아니라 마이너스였던 것”이라며 “임대료와 제반비용까지 한 달에 500만~600만원 마이너스가 난 건데 집합금지와 집합제한 업종에 대한 지급비율이 10%밖에 차이가 안 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송파구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김모(62)씨도 “18일부터 방역조치 완화가 돼서 가게 문을 열었는데 지금 통장에 50만원만 들어와 있다. 매일 5만원도 벌지 못하니 하루 매출을 머릿속에 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노래방은 6~7시에 문을 열어서 두 시간 영업하면 끝인데 아침부터 9시까지 영업하는 식당이랑 같은 비율로 보상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PC방 업주 이모씨는 “미용실 등 (아침장사 위주로) 장사를 하는 매장들은 9시 제한 조치를 했을 때 1~2시간만 영업제한이 된 건데 PC방처럼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들은 거의 절반이 제한된 것”이라며 “그런데 같은 영업제한 업종으로 묶이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정부에서 업종별 특성에 맞게 세부적인 조치를 해야 하는데 그럴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냥 선거철을 위해 공수표만 내던지고 있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경기석 코로나19대응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현재 논의되는 손실보상제는 현실적으로 집합금지·제한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겠다는 건데 일반업종까지 지원하면서 예산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며 “정말 일반업종도 지원해야 한다면 손실보상제가 아닌 다른 형태로 하고 집합금지·제한 업종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 공동대표는 또 “그동안 집합금지나 제한을 당한 자영업자들은 나라를 위해 가장 희생을 많이 한 사람들”이라며 “정말 재정이 부담된다고 하면 임대료, 월세 등 고정비용만 배상해주고 빚만이라도 갚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공지유 (notice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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