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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전국 최저' 대구의 수상한 교육감상

윤근혁 입력 2021. 01. 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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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구교육청, '피해응답률 0%'면 학폭 우수학교 표창 논란

[윤근혁 기자]

 2020년 11월 대구시교육청이 이 지역 학교에 보낸 ‘2020 학교폭력예방 우수학교 표창 계획’ 문서.
ⓒ 대구시교육청
 
대구시교육청이 다른 시도 교육청과 달리 '학교폭력 피해 신고자가 0명인 학교'를 뽑아 학교폭력예방 우수학교 교육감 표창을 한 해 100여 건씩 줘온 사실이 확인됐다. 이 교육청은 최근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피해응답률이 9년 연속 전국 최저"라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까지 냈다. 하지만 이처럼 이상한 교육감상을 10년째 주고 있어 "학교폭력 피해자 숫자 조작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교사들의 증언이 나온다.

<오마이뉴스>는 대구시교육청이 2020년 11월 이 지역 초중고에 보낸 '2020 학교폭력예방 우수학교 표창 계획' 문서를 27일 입수했다. 이 문서를 보면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피해응답률 0%이면서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 가해 학생 심의 0건인 학교'는 학교폭력예방 우수학교 교육감상에 '우선 선정'되는 것으로 명기되어 있다.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전국 학교 대상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피해신고자를 0명으로 만들고, 한 해 동안 일선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에 가해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심의를 단 한 건도 의뢰하지 않을 경우 무조건 교육감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교폭력을 담당하는 대구지역 학생생활부장들은 <오마이뉴스>에 "이것은 피해자 신고를 막으면 주는 상"이라면서 "아동학대 사건 속에서 피해자 신고를 북돋아주는 게 지금 사회분위기인데, 대구시교육청은 신고하지 않으면 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교육청이 다른 시도 교육청과 달리 '학교폭력 피해 신고자가 0명인 학교'를 뽑아 학교폭력예방 우수학교 교육감 표창을 한 해 100여 건씩 수여해 논란이다. 대구지역 학생생활부장들은 "피해자 신고를 막으면 주는 상"이라고 비판했다.
ⓒ 연합뉴스
 
신고하지 않으면 상 준다?... 그러자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

실제로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2020년) 말 지역 460개 초중고 가운데 '학교폭력 피해응답률 0%'이라고 신청한 학교 100곳에 교육감 표창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상을 받은 47개 학교는 '학교폭력 응답률이 0%는 아니지만, 피해응답률이 매우 낮고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한 비율이 높은 학교'였다.

이처럼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이 0%인 학교에 상을 몰아주다보니 대구지역 상당수의 학교는 교육부에서 정식 학교폭력실태조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사전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역 한 초등학교 생활부장은 <오마이뉴스>에 "교육감상을 받기 위해 피해응답률을 0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면서 "미리 조사서를 학생들에게 모의시험 치르듯 뿌려서 '학교폭력 피해' 응답 학생이 나오면 '그건 학교폭력이 아니다'라거나 '해결된 문제'라고 미리 지도해서 정식 실태조사에서는 학교폭력으로 응답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한 이 교사는 "학생들이 정식 실태조사를 벌인 뒤에도 생활부장이 학생 인증번호를 갖고 얼마든지 학교폭력 사례를 0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교육감이 상을 뿌리다보니 학교폭력 우수학교 상을 받지 못한 학교의 교장과 교감은 생활부장에게 '융통성 없고 능력 없는 부장'으로 커다란 눈치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대구지역 초등학교 중견교사도 "학교폭력 사전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대구지역 학교 대부분이 오래 전부터 하고 있는 나쁜 관행"이라면서 "이 사전설문지에서 1차로 거르고, 그래도 정식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응답이 나오면 학생에게 다시 고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사는 "이것이야말로 대구교육감 표창을 받으려고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을 조작하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안타까워했다.

대구교육청 "학교폭력 9년 연속 전국 최저" 자랑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대구교육청은 2011년에 우리 지역에서 큰 학교폭력 사건이 벌어진 이후 2012년부터 '학교폭력 제로학교'를 뽑아 상을 줘왔다"면서 "하지만 2019년부터는 학교폭력 피해 감소율이 높은 학교도 상을 함께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정식 학교폭력 실태조사 전에 사전 조사를 하는 학교가 있다면 그것은 예방활동 차원에서 하는 것이지 정식 조사 결과에 영향을 주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다른 시도 학교 대부분은 학교폭력 정식 실태조사 전에 사전조사를 하지 않는다. 또한 대구처럼 피해응답률 0%인 학교를 뽑아 교육감상을 주는 교육청은 없다.

이보미 대구교사노조 위원장은 "우리 단체가 조사한 결과 다른 시도에서는 학교폭력예방 유공학교 교육감 표창이 없거나 기준 또한 학교폭력예방교육의 우수 사례에 초점을 맞추어 유공학교를 선정하는 방식이었다"면서 "피해 신고를 권장하는 것이 오히려 중요한 때인데, 피해응답률이 0%이고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에 가해자 심의가 0건이면 무조건 상을 주는 것은 학교폭력을 감추려는 것이지 예방하려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21일 '2020년 1차 학력폭력 실태조사 결과, 대구 피해응답률 9년 연속 전국 최저'란 제목의 보도자료(아래 사진)에서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은 교육부가 지난 9월 14일부터 10월 23일까지 전국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1차 학교폭력실태조사에서 전국 최저를 기록해 대구가 2012년 이후 9년째 학교폭력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면서 "대구학교 학생들의 피해응답률이 전국 평균 0.9%보다 현저히 낮은 0.4%로 나타났다"고 자랑했다.
 
 대구시교육청이 지난 21일 낸 보도자료.
ⓒ 대구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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