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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의 총공격, 美공매도 세력 16억달러 날렸다

김신영 기자 입력 2021. 01. 27. 20:22 수정 2021. 01. 2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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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의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
게임스톱 27일 증시 개장 직후 110% 폭등
공매도 세력과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게임 관련 전자기기 체인 게임스톱 뉴욕 매장. /AFP 연합뉴스

“시장을 망가뜨리는 공매도 세력을 박살내자!”(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진 글)

‘로빈후드 개미’로 불리는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에 맞서 전쟁을 선포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가야 돈을 버는 투자 기법이다. 미국에서도 개미들은 공매도로 피해를 본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과 영향력으로 무장한 기관투자자들인 공매도 세력에 대항해 온라인으로 조직력을 갖추고 인해전술(人海戰術)로 맞서는 중이다.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로빈후드'라는 주식거래 앱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로빈후드 개미라는 별명이 붙었다.

◇공매도 반발 개미들이 만들어낸 주가 폭등

전쟁이 벌어진 곳은 비디오게임 소매 업체인 ‘게임스톱'이라는 기업이다. 주가가 연초 18.9달러에서 148.0달러(26일 종가 기준)로 올해 들어 690%가 올랐다. 공매도에 나섰던 기관투자자들이 이익은커녕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다는 뜻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발단은 유명 공매도 투자자 앤드루 레프트 시트론리서치 대표가 만들었다. 연초부터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게임 회사 게임스톱 주식을 공매도했다고 발표하고, 지난 19일에는 “가치가 없는 회사다.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내용의 동영상까지 온라인에 올렸다.

그러자 로빈후드 개미들이 집결하는 ‘레딧’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반발 움직임이 불거졌다. 이 커뮤니티의 한 게시판에 공매도 투자를 맹비난하는 글이 쌓였다. 구독자가 270만명이 넘는 이 게시판에 “(게임스톱 주가가 떨어지지 않게) 주식을 사자”는 글이 대거 올라오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여기 모여 있는 투자자들을 “무료 주식거래 플랫폼, 현금 여력, 따분함으로 무장한 새로운 개인 투자 군단”이라고 묘사했다.

이들의 선전포고가 허풍이 아니라는 것은 이후 주가를 통해 증명됐다. 레프트 대표가 동영상을 올린 당일인 지난 19일 39.4달러였던 게임스톱 주가는 22일 51.1%, 25일 18.1%가 오른 데 이어 26일에는 92.7%나 폭등했다. 5일 만에 3.7배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이들의 맹공에 레프트는 지난 21일 “레딧 투자자들의 공격이 너무 심하다”고 토로하며 예고했던 추가 동영상 게시를 취소했다.

공매도 투자자는 주가가 폭등하면 큰 손실을 보게 된다. 게임스톱을 공매도한 레프트 대표는 26일 하루에만 16억달러를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날 뉴욕 증시 마감 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에 ‘게임스톤크(게임스톱에 맹폭격을 뜻하는 ‘스톤크’를 합성한 단어)’라고 올리면서 게임스톱 주가가 장외시장에서 50% 오른 이어 27일 오전엔 150%가 폭등했다.

◇공매도 전쟁 확산될 분위기

공매도는 자산운용사 등에 주식을 빌려서 일단 판 다음에, 나중에 주식을 사서 되갚는 투자 방식이다. 원래 취지는 증시의 비정상적 과열을 막고 주식 투자의 위험을 줄이는 제도이지만 최근 미국에선 공매도 후 기업의 단점을 폭로해 이윤을 취하는 투기성 공매도가 증가해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져 왔다.

레딧에 모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투자자들과의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휴대폰 회사였다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최근 변신한 블랙베리 주가가 최근 이들의 집중 매수로 폭등(22일 이후 58%)했다. 생활용품 회사 베드·배스앤드비욘드 주가 역시 이들의 지원을 받아 한 달 사이 주가가 2배가 됐다. 공매도 세력의 공격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던 기업들인데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로빈후드 개미들의 게시판에는 ‘공매도와 싸우기 위해 아버지의 연금을 빌려다가 게임스톱 주식을 샀다’ ‘절대로 팔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의 강령이다’ 같은 글이 무수히 올라오고 있다.

공매도 세력이 주가를 흔든다고 불만을 갖고 있던 개인 투자자들은 환호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로빈후드 개미들의 집단행동이 오히려 시장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FT는 “이들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규제 당국은 불법적인 움직임이 없는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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