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경향신문]
조선 후기 궁중회화 진가 담긴 병풍
신선도·수군조련도와 함께 전시
조선 후기 궁중을 중심으로 유행한 그림이 있다. 기원전 10세기 중국 고대 전설 속 인물인 서왕모(西王母)가 신선들의 땅인 곤륜산의 연못 요지(瑤池)에 주나라 목왕을 초대해 연회를 베푸는 모습을 그린 신선도이다. 이 신선도에는 임진왜란·병자호란 등 전란을 겪은 조선 후기의 상황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있다. 서왕모는 백성들이 꿈꿔온 낙원을 실현시켜 줄 구세주로 추앙받았던 것 같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19세기 궁중회화의 진가를 담은 ‘요지연도’ 등 병풍 3점을 ‘궁중서화실’에서 전시하고 있다. ‘요지연도’는 미국의 개인이 소장하던 작품이다. 소장가의 부친이 50여년 전 주한미군 근무 당시 구입한 것이다. 지난해 문화재청이 국내 경매사를 통해 구입한 뒤 국립고궁박물관에 이관했다. 이 ‘요지연도’ 병풍은 가로가 5m에 이른다.
‘요지연도’는 어떤 그림인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리서인 <산해경>은 서왕모를 반인반수의 존재로 묘사했다. 그런데 기원후 3세기 무렵부터는 주 목왕과의 에피소드 등을 통해 인간의 신으로 탈바꿈했다. 주 목왕은 서주의 5대 임금(재위 기원전 977?~922?)이다.
사실과 신화가 혼합된 일화는 서진 시기(265~316)에 편찬된 것으로 알려진 목왕의 전기소설 <목천자전>에 자세히 등장한다. 기원전 10세기 음력 3월3일 서왕모는 팔준마를 타고 서쪽을 순행하던 주 목왕을 요지에서 개최한 연회에 초대했다. 목왕은 초대장을 받은 유일한 인간이었지만 서왕모 곁에 앉는 영예를 누린다.
이때의 연회를 그린 ‘요지연도’를 비롯, 서왕모 관련 그림들은 다양한 형태로 전해졌다. 서왕모가 주 목왕에게 3000년에 한 번씩 열매가 열린다는 선경(仙境)의 복숭아를 선물했다. 인간이 이 복숭아를 먹으면 1만8000년을 산다고 했다. ‘서왕모=불로장생의 약을 주는 여신’으로 탈바꿈하는 에피소드가 여기서 나왔다.
이번에 국립고궁박물관이 처음 공개하는 ‘요지연도’는 여러 ‘요지연도’ 중에서도 비교적 고식(古式)에 속하는 것이다. ‘요지연도’의 공통된 특징은 서왕모와 목왕 앞자리에 잔칫상이 놓인다는 점이다. 곽희원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에 공개되는 ‘요지연도’는 잔칫상 대신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시녀들을 배치해 연회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 것이 특색”이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근대기에 제작된 ‘신선도’ 12폭 병풍을 함께 전시해 조선 후기 궁중 신선도의 시기적 변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수군조련도’도 같이 전시돼 있다. 19세기 말 제작된 것으로 경상도 통영에서 행한 삼도의 수군 훈련 장면을 그린 10폭 병풍이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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